김명수 시인이 사랑하는 한 편의 시-신경림의 가난한 사랑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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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이 사랑하는 한 편의 시-신경림의 가난한 사랑노래
  • 김명수 시인
  • 승인 2021.06.0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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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사진=시아북
▲사진=시아북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서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두 사람의 젊은 남녀가 만나 자신들도 모르게 사랑을 키워 간다. 조금씩 조금씩 알게 모르게 모르게 알게, 두 사람은 사랑이라는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신성하고 신비스럽고 애틋하고 가슴 벅차기만 한 그런 순간들 속에서 한없이 기뻐하고 행복해 한다. 해질녘의 솜털구름 양떼구름 밤하늘에 쏟아질 것 같은 수 많은 별들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꽃들과 풀잎들의 속삭임까지 이들에겐 그 무엇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젊은이는 둘의 관계를 알게 된 부모님들에 의해 이별 아닌 이별을 해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이유는 단 하나 남자가 가난하기 때문이다. 둘의 관계를 눈치 챈 여자 측의 부모가 사람을 시켜 남자 측의 뒷조사를 한 것이다. 이 때부터 여자의 부모는 어떻게 하면 둘을 갈라 놓을까 고민 아닌 고민을 하게 되고 급기야는 집안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둘은 헤어지에 된다. 이것을 놓고 누구는 아 그건 가짜사랑이어서 그렇다. 참 사랑이 아니라 그렇다. 여자측이 잘 못한 것이다 라고 한 쪽을 나쁘게 말하기 시작한다. 이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신파극의 한 장면에서 벌어 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정말 이럴 때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나라면 어떻게 하지? 이 시가 갖고 있는 따뜻한 인간애,진실한 사랑,아름다운 마음,

이런 것들은 어떻게 해야하나, 가난하기 때문에 안되는걸까? 사랑은 변함이 없는데 가난하기에 정말 헤여져야 한다는 것인가, 여기서 화자는 말한다.가난하기 때문에 헤여지자고,입술을 깨물고,나에겐 미래가 없기 때문에,그러자 그녀는 더 뜨거운 입술로 숨결로 다가와서 사랑을 속삭인다. 사랑한다.사랑해 내가 사랑한다구, 그러나 그는 떠난다. 가난을 숨길 수 없어서, 아니 극복할 수 없어서라고 해야 할가,정말 사랑하기 때문일까? 어쩌면 비겁하게 도망가는 건 아닐까. 정말 슬픈 일이다.아픈 사랑이다.

영화 시월애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에게는 숨길 수 없는 세가지가 있는데 그게 바로 기침과 가난과 사랑이라고, 기침은 참을수록 더 크게 나온다.가난이 숨긴다고 숨겨지는게 아닌다. 얼굴로 밖으로 드러나는 표정과 몸짓이 사랑을 숨길 수가 없다. 사람만이 갖고 있는 소중한 반응들이다.


지금도 그럴까. 우리들의 젊은 날 참 어려웠기에 사랑해서 만났지만 가난해서 헤여진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사랑은 참되고 고귀한 것이기에 주변의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다. 그러나 이 가난한 사랑노래는 지난날 가난이 일찍 철들게 했던 시대에 사랑하는 사람을 진정 사랑했기에 떠나보내야만 했던 아름다운 사랑, 따뜻한 사랑,인간미 있는 사랑의 이야기를 다룬 아프지만 따뜻한 시라고 생각한다.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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