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시인이 사랑하는 한 편의 시=(목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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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이 사랑하는 한 편의 시=(목월에게)
  • 김명수 시인
  • 승인 2021.06.08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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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의 완화삼


자운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김명수시인 사진=시아북
▲김명수시인 사진=시아북

 

구름은 흘러가는

들길은 칠백 리((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녘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

 

우리가 세상에 태어 나서 한 평생을 살아 가는데 참 좋은 친구하나 가져 본다는 것처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그것도 같은 길을 가면서 서로 보듬어 주고 위로해주고 서로 챙겨주고 사랑해주는 정말 가슴 따뜻하고 의리 있는 친구. 그런 친구들이 있는 사람들은 참 행복할거다.

어려서 같은 동네에 살았던 고만고만한 친구들이 일곱 명이나 있었다. ,,,대학을 다니는동안 하나씩 둘씩 우리는 본의 아니게 멀어져 가고 있었다. 중학교는 일곱명 중 네명이 갔고 고등학교는 네 명 중 두 명이 갔고 대학에는 그나마 하나 밖에 못 갔다. 대학에는 나 혼자 다니게 되면서 환경적 요인에 의해 만나는 기회가 조금씩 뜸 해지고 어른이 되어서는 직업이나 취미 거주지역이 각각 다르게 되어 만나는 것이 더 어려워지기만 했다. 그런 가운데 대학 때 만난 친구들이 같은 과에 다니면서 같은 방에 하숙하고 같은 써클 활동을 하고 사회에 나와서 문학 동인회를 만들어 지금까지 같은 문학의 길을 가는 친구들이 있다. 그러고 보면 그런 친구들을 가진 사람들 또한 행복하지 않을가. 또 하나는 문학 동인회 활동을 같이 하면서 오십여년간 변함 없이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여간 고맙고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목월,박두진,조지훈 세사람의 문학친구들이 청록집을 내었다. 그 세분의 우정과 문학적 위상은 우리나라에서 아주 귀감이 될 정도로 아름답고 본받을 만하다. 그 세 사람 중 하나 조지훈은 바로 이 완화삼을 발표해서 박목월의 나그네를 탄생시켰다. 참 시인들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 우린 여기서 완화삼의 이야기로 조금 더 들어 가보자 한다.

완화삼은 박목월의 나그네를 탄생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 작품이다. 일제 치하의 어두운 현실 속에서 목월의 나그네는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정과 한을 나그네에 비유하여 아름답게 승화시키고 있다. 구슬피 울음 운다/술익는 강마을/ 등의 아름다운 시어와 시각적 이미지, 이밤 자면 저 마을에/꽃은 지리라 라고 체념적인 낭만성이 시의 맛을 더하는데 특히 제목 완화삼이 주는 시각적 이미지는 더욱 우리의 전통적 부름을 받아 마음을 더욱 끌어당기게 한다. 완화삼은 본래 꽃무늬 적삼을 즐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산새가 된 시인은 자운산 바위위에 앉아 먼 하늘을 보며 울어 보지만 현실적으로 자기가 꾸던 꿈에 도달하지 못해 먼길을 더넌다. 그리고 어느 마을에 도착했을즈음 가까이 멀리 마을어귀에서 술 익는 냄새가 나고 서산에는 황금빛 노을이 걸린 것을 동시에 본다. 동시에 나그네는 꽃잎에 젖어 있음에 자연속에 동화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다시 먼길을 떠나는 나그네는 이 밤 지나 내일은 저 마을에 꽃이 지리라는 것을 예견하며 구름처럼 떠나는 나그네의 심정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시라도 그가 우리에게 주는 서정적 감성으로 하여 코로나 19로 잊혀져 가는 우리들에게 시적 감성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작품이다.(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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