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벌거벗은 임금님’ 외치는 소년 더 많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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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 ‘벌거벗은 임금님’ 외치는 소년 더 많아져야
  • 뉴스채널1
  • 승인 2021.07.03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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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용 금강일보 기자
이건용 금강일보 기자

매사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알아야 한다. 난세였던 춘추전국시대 겸애(兼愛)와 비공(非攻)을 외치며 천하를 누빈 묵자(墨子)의 첫 번째 가르침 또한 지혜로운 사람은 때와 장소, 사람을 가릴 줄 안다고 했다.

중국 한나라 때의 문장가인 양웅(楊雄) 또한 해조(解嘲)라는 글에서 할 만한 일을 할 만한 때에 하면 좋은 결과가 있게 된다. 그러나 해서는 안 될 일을 해서는 안 될 때에 하면 흉한 꼴을 보게 된다’(爲可爲於可爲之時 則從, 爲不可爲於不可爲之時 則凶)고 했다.

무슨 일을 하던 때와 장소를 잘 가릴 줄 알아야 그 일이 순조롭고 성과도 있게 마련이다. 때와 장소를 제대로 가리지 않고 무턱대고 일을 시작하면 큰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공주시의회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도 이 때문이다. 때와 장소를 제대로 분간하지 못한 탓이다. 상식을 외면한 몰지각과 몰상식에 기인한다. 서민들의 발인 시내버스 문제는 시민의 대표인 그들이 반드시 챙겨야 할 이슈다. 노선 개편과 세금 먹는 하마인 준공영제 도입은 뜨거운 현안이다.

의회의 주문에 의해 오롯이 의원들만을 위한 설명자리 마저 외면했으니 쯧쯧쯧 혀를 차는 목소리부터 장탄식에,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제 주장과 싹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살풍경한 여론에 직면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4명만이 자리를 지킨 회의장은 썰렁하다 못해 적막감까지 감돌았다.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든 나머지 8명은 민초들의 삶을 내팽개쳤다. 일부는 유력 정치인 문상을 갔다. 고인의 넋을 위로하고 상주와 슬픔을 함께 나누겠다는데 누가 뭐라 하겠나만은 굳이 그 시간을 택한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눈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는 처지를 백번 이해한다 해도.

단 한 표가 아쉬워 읍소했던 게 엊그제다. 그랬던 그들이 언재 그랬냐는 듯 본색을 드러낸 셈이다. 예상과 기대를 한 치도 벗어나지 않으니 대단하달 밖에. 시민의 대표라면서 정작 시민은 없고, 민의 대의기관이라면서 정작 민의가 없는 한낮 공허한 메아리다.

지금 의회는 숙맥천지다. 시간과 장소, 이름 등을 식별 못하면 치매가 확실하고, 사리 분별을 못하면 숙맥불변’(菽麥不辨, 콩인지 보리인지 모름)이 확실하다. ‘숙맥이 상팔자라던데 지금의 의회를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이제 의회 스스로 서투른 자해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시민들은 벌거벗은 임금님의 모습을 두 눈 치켜뜨고 지켜보고 있다. 제대로 된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그게 지금 의회가 할 일이다. ‘벌거벗은 임금이라고 소리치는 소년도 더 많아져야 한다. 부끄러움에 도망치는 벌거벗은 임금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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