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 ---외로움도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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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 ---외로움도 꽃을 피운다
  • 김명수 시인
  • 승인 2022.03.0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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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
▲김명수 시인

외로움도 꽃을 피운다

산중에 혼자 있으니

모두 내려오라 한다

좋은 곳 놔두고

사서 고생한다고

그런데 모르는 게 하나 있다

산중에 있으니

내가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을

외로우니까

나뭇잎 풀잎 엄나무 참새 이름 모를 풀꽃들

그 흔한 것들이

모두 내 친구라는 것

그 중에서 내가 왕이고

내가 대장이고

내가 졸병이고

나 혼자 장구치고 북치는 것

그게 참 맛이라는 것

그 속에서 내가 꽃이라는 것

날마다 그들로부터 위로 받고

그들로부터 사랑받는다는 것

나만이 그들을 몸 끝에서 가지 끝까지

다독여주고 보듬어 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내가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

 

텔레비전에서 어쩌다 자연인이라는 프로를 보았다. 깊은 산 속에서 혼자 집을 짓고 씩씩하게 살고 있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어느 곳은 전기도 없어 밤에 호롱불이나 ,촛불을 켜 놓고 산다. 낮에는 그래도 햇살이며 산새들 그리고 산에서 버섯채취, 장뇌 삼캐기, 휘귀 약초 캐기, 또 조그만 채전 가꾸기 등 있어 심심 할 새가 없겠지만 어두운 밤 긴긴 시간은 어떻게 보낼까. 무서울텐데( 텔레비전에서 보는 모습은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것도 며칠을 사는 것도 아닌 몇 년씩이나 그렇게 살고 있다니 참 심신이 많이 단련된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대청호 주변 버스도 오지 않는 외딴 곳, 우연히 발견한 이 곳에서 들락거리며 산지 벌써 십여년이 되간다. 낮에는 햇살과 바람, 산새들, 그리고 호수에서 잘름이는 물결 소리,가끔씩 드나드는 차소리를 빼고는 적막과 고요가 흐르는 곳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밤이면 달빛과 솔잎이 만나 입 맞추는 소리가 들릴만큼 적막과 고요가 흐른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이 적막과 고요가 참 좋았다. 처음엔 무섭기도 하고 외롭고 힘들었지만 나도 모르게 조금씩 적응이 되면서 이 제는 고독과 외로움을 즐기게 되었다. 물론 사람인지라 가끔씩 찾아오는 우울함이 나를 힘들게도 하지만.

 

이 적막함 속에서 외로움을 달래는 길은 친구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도 사랑하는 애인 같은 친구, 내가 가끔 바쁘다고 한 바퀴 돌다가 와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기다려 주고 지켜주고 반가워 해 주는 애인 같은 친구 말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정말로 그런 친구가 생겼다. 그들은 정말로 언제나 나를 기다려주고 반가워 해 준다. 나를 위로해 주고 힘들어 할 때내 마음을 달래 준다. 잠시 바쁘다고 외면하고 다른 일을 하고 와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반갑게 맞아 준다. 이 외딴 곳에서 정말 그들은 나에게 있어 너무나 아름답고 사랑스런 친구가 되어 있다. 정말 고맙고 또 고마운 친구들이다. 내가 여기에 오면서 심기 시작한 나무들, 꽃들, 먹이를 주는 새들, 그리고 한결같이 반겨 주는 세리,마리,토리 강아지들, 그들은 내가 항상 물을 주고 거름 주고 먹이를 주고 가꾸면서 주기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날마다 내가 더 많은 사랑과 위로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나를 기다려 주고 사랑해주는 애인 같은 친구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 시를 썼다. 외롭고 고독한 곳이지만 이곳에서는 언제나 내가 왕이고 대장이고 졸병이고 사랑을 주는 것 같지만 그들로부터 사랑을 마음껏 받고 있어서 참으로 고맙고 아름다운 곳이다. 외롭지만 이 나무와 꽃과 새와 바위와 호수 속에서 나 혼자 있기에 그들로부터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는 즐거움이 바로 산 중에 있다하니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들이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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