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양애경의 떠난 애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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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양애경의 떠난 애인에게
  • 김명수 시인
  • 승인 2022.03.1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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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
▲김명수 시인

네가 먼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던 시간
나는 강의실로 들어가고 있었어
잘 가, 잘 살아,라고
바닥에 뒹구는 잎새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숨겨 나는 말했어
하늘도 한 번 바라보았어
구름이 한두 뭉치 있지만 푸르더군

우린 화를 내다 여러 해의 그리움을 마감해 버렸어
신부가 바뀌었다고 생각지 않니?라고 나는 마음 속으로 물었어
들렸어
슬프게,
그래,라고 하는 네 마음

우린 매정한 체 하느라고 애를 썼어
사실은 자신이 없어서였을 뿐인데
그게 효과가 있었지
충분히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거지
세상에 충분한 사랑이 있다는 것처럼
아주 거만했지

물론 돌이킬 순 없지
그냥 이렇게 말하는 거지
어제부터 너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에게 그동안 배워온 세상 사는 기술이 있지
(배신하고 배신당한 일이 한두 번인가
살다 보면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는 거지)


그게 좋아
아무쪼록 우리 죽을 때까지 그 가면 뒤에 숨어 있자
맨 얼굴 내밀지 말자

나머지 삶도 살아야 하니
잘 가, 다시는
이승에서 부르지 않을 이름

살아가는 일이 견뎌내는 일이 될지라도
잘 가, 잘 살아,
우리 이렇게 살아 가

_________________

사람들은 태어나서 나이를 먹고 살아가는 동안 사랑하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어떤 참 운 좋은 사람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첫사랑이 수십 년을 이어 온 끝에 결혼 한 경우가 있고 또 첫사랑과 이별 했다가 참으로 우연히 다시 만나 결혼한 경우도 있다는 것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말없이 떠나보내야 했고 어쩔 수 없이 헤여져야 했고 또 서로의 안좋은 일로 부득이 헤어져야만 했던 일들이 수없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사랑했다가 쿨하게 헤어지기도 하지만 아쉽고 그리움이 남아서 한 동안 마음고생을 해야만 하는 경우도 참 많다.

 

사랑은 이렇게 좋을 때는 즐겁고 행복함을 주지만 안 좋을 때는 사랑해서 슬프고 아프고 괴롭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참 많이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져야 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걸 참고 견뎌야 한다. 이런 경우와 논리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면서 가치 갈등의 순간을 맞고 힘들어 하는 것이다. 어려서 어머니로부터 받기 시작한 사랑이 성장하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도 받고 이것이 낭만적 사랑으로 변하면서 청년기가 되면서 이성적 사랑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곧 개인적 감정과 성격에 가치를 부여하면서 사랑이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되어 숙명적 운명적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 사회에 있어선 사랑이란 정서가 항상 주변에 산재해 있어서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은 사랑에 의해 시작하고 사랑해 의해 유지 되고 사랑하기에 끝내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사랑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늘 발생할 수 있는 것이기에 그 대상에 따라 강도에 다라서 변화무쌍한지도 모른다. 부부, 가족 그런 것들 또한 사랑이라는 것에 의해 구성되고 조화롭게 여겨지기에 특히 가족 형성은 사랑이란 커다란 테두리 속에서 함께 유지 되고 발전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린 어려서부터 사랑 속에서 커 오고 그 사랑의 분위기를 느끼며 살아왔다. 문학작품이나 영화 텔레비전에서 수없이 많은 사랑 이야기를 보고 듣고 읽고 느끼고를 반복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흉내도 내 보고 다라서 사랑놀이를 해 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회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피동적 감정이 아니라 활동적인 것이라 했다. 사랑은 주는 것이고 기쁘고 흥미롭고 이해하고 유머스럽다가 때로는 슬프기도 한 것이기에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들을 상대방에게 주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했다.

 

사랑의 얘기를 이론적인 것에서부터 실제적인 예를 들어 보는 것까지 얘기한다면 몇 권의 책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그러기에 여기서는 양시인의 떠난 애인에게를 중심으로 얘기해 보련다. 이 작품에서 역시 앞에서 얘기 한 것처럼 사랑하는 애인이 떠났고 그 떠난 애인이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시인은 강의실 한 구퉁이 에서 잘가 잘가 하고 눈물을 훔친다. 사랑했던 사람이기에 김소월처럼 꽃잎을 뿌리며 사분이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라고 말은 안했지만 잘가요 잘 살아요 라고 몇 번이고 되뇌고 있으면서 내심으로는 잠시겠지만 그 때 붙잡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게 인간의 본심이고 솔직함이 아닐까. 그러나 현실은 이미 벌어진 일 어쩔 수 없는 것, 잘가, 잘 가, 하고 인사를 나누며 이승에서 다시는 이름을 부르지 않을 꺼라 다짐하며 슬픈 이별을 고하는 것이다.

 

양애경 시인의 떠난 애인에게를 읽으면서 우리는 늘 떠나 보내고 후회하는 등 뒤늦게 아쉬워하는 경우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물론 이 시의 끝부분에서 이 승에서 부르지 않을 이름이라 할 정도로 잊는 것 같지만 커텐 뒤에 숨는다고 잊는 것은 아니다. 잊으려 노력할 뿐이다. 정말로 사랑했던 한 남자를 떠나보내면서 지금쯤 예식장에서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되고있는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진심으로 잘 가라고 잘 살라고 행복을 빌어 주는 아쉽지만 아름다운 장면의 한 부분을 보는 듯하다. 부디 아프지 말고 잘 살아라. 행복하게 친구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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