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 ---이생진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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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 ---이생진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
  • 김명수 시인
  • 승인 2022.03.2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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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
▲김명수 시인

성산포에서는

교장도 바다를 보고

지서장도 바다를 본다

부엌으로 들어 온 바다가

아내랑 나갔는데

냉큼 들어오지 않는다

나락문을 열고

먹을 것을 찾다 가도

손이 충덩 바다에 빠진다

성산포에서는

한 마리의 소도 빼놓지 않고

바다를 본다

한 마리의 들쥐가

구멍을 빠져 나와 다시

구멍으로 들어 가기 전에

잠깐 바다를 본다

평생 보고만 사는 내 주제를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나를 더 많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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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 제주 바다. 우리 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그 파랗고 시린 제주 바다에 가서 풍덩 빠지고 싶은 충동을 가졌으리라. 그 제주에서도 성산포는 더 아름답고 그리운 곳이다. 참 오래전 일이다. 그 제주에 함께 갔었는데 제주 대학의 윤석산 시형이 가리온으로 초대를 했다. 불빛마저 아름다운 제주의 밤 파도소리를 들으며 우리들은 공주에서의 학교이야기,문학이야기,시와 새여울 동인지 이야기에 밤이 갚은 줄 모르고 제주 바다에 지금 보다 젊은 시절의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제주의 바닷바람은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게 해주었고 파도소리는 정다운 친구의 노래 소리처럼 아름답게 제주의 밤을 울리고 있었다. 그 제주에 성산포에 바다에 파도에 이생진 시인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생진의 바다의 시인이다. 아니 제주의 시인이다. 서산이 집인 이 시인이 어째서 제주 속에 하나가 되어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그리 정감 있게 써 댔는지, 한 편 두 편 쓴 것이 그리운 바다 성산포로 한권의 시집이 되었으니 이생진 시인이 성산포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껴 왔는지를 알고도 남음이 있다. 이생진 시인뿐만이 아니라 누구 든 제주에 가면 한 권의 시집은 거뜬히 건져 온다. 몇 년 전 어느 시인은 정년 퇴임을 하고 제주의 해안을 거닐면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토대로 한 권의 시집을 만들어 보내준 일이 있다. 40여일을 걸으면서 제주의 곳곳을 보고 촬영하고 시를 써서 책을 냈으니 참으로 보람 된 일이면서 멋진 인생을 보내고 있음에 부럽기만 했다. 그래 이 참에 나도 길을 떠나자. 어디로? 글쎄? 잠시 망설이고 주저 하는 사이 계획했던 일은 저만치 파도에 밀려 가 그만 바다에 숨어 버린다. 그러기에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잖아. 누군가가 나에게 또 한 번 째찍을 가한다

 

제주가 시를 낳는 곳이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디를 가도 꺼리가 많다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만든 박물관,식물원,기념관, 마장은 말 할 것도 없고 천혜의 자원이 숨 쉬고 있는 바닷가, 해수욕장,산굼부리,한라산,주상절벽,노오란 귤밭과 유채꽃밭 등 말 할 수 없이 수 많은 기암절벽 등 어디를 가도 아름다운 그 자연의 산물들이 시의 깃발을 들고 기다리는 듯 하다. 잠시 차분히 그들과 얘기하다 보면 그들 속으로 들어 가 보면 각기 다른 말과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나에게 말을 건다. 그리고 새로운 언어들로 무장을 한 시어들이 한 줄의 시로 다가와 나를 설레이게 한다. 시인들이어 잠시 답답해 지거든 지체하지 말고 제주 바다로 와 보시라. 조랑망을 타고 우도로 성산포로 산굼부리로 용머리 해안으로 억새밭으로 제주의 햇살과 바람 속으로 그리고 마음껏 시를 써 보고 마음껏 외쳐 보라. 새로운 생명들이 새로운 언어들이 새로운 눈으로 나를 감싸고 반겨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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