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 ---- 피천득의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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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 ---- 피천득의 기다림
  • 김명수 시인
  • 승인 2022.05.3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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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
▲김명수 시인

아빠는 유리창으로

살며시 들여다 보았다

귀밑머리 모습을 더듬어

아빠는 너를 금방 찾아 냈다

 

너는 선생님을 쳐다 보고

웃고 있었다

 

아빠는 운동장에서

종 칠 때를 기다렸다

 

*****

 

누군가를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엄마가 학교 간 아이들이 올 때를 기다리는 것, 군에 간 아들이 휴가 올 때를 기다리는 것, 시집간 딸이 처음 이바지를 해가지고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 시험보고 합격날짜를 기다리는 것, 애인과 친구와 또 선생님과 약속한 날자를 ,약속한 시간을 기다리는 것 등 수많은 기다림 들이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렇게 사람들에게는 그 기다림이 있어 참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한 번 쯤은 실감하고 지금도 그 기다림으로 인하여 즐거운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기다린다는 것은 믿음이 있어야 되고 기다린다는 것은 또 사랑이 있어야 된다. 아이들을 담임하고 있을 때만해도 학교 교문 밖에서 또는 교실 밖 복도에서, 운동장에서 엄마가, 아빠가, 아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학교 공부가 끝나고, 특별활동이 끝나고, 연주회나 운동회, 학습발표회 연습이 끝나고 집에 갈려면 학교에 먼저 와 기다려주는 엄마나 아빠가 있다면 그 또한 얼마나 행복하고 기쁜 일일까. 생각지도 않게 엄마가 와서 기다려주고 교실 문을 열고 나온 순간 기다려주는 엄마를 보았을 때의 행복감은 그 어디에 비교 할 수 있으랴. 물론 이런 기다림은 일방적이라도 그냥 기분이 좋다. 그건 자식이고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다림이 참 힘든 때도 있다. 그런 경우는 운동 경기에서 가끔 일어나는데 축구 경기에서 슛 골인을 기다리는 것, 야구에서 사구를 기다리고 홈런 볼을 기다리는 것, 골프에서 홀인원을 기다리는 것 등 운동 경기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각기 최선을 다하며 승리를 기다리는 것 등은 환희와 행복이 뒤따르면서도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불안하고 아쉬움이 함께하는 기다림이기도 하다.

 

기다림은 또 사랑이 있어야 된다고 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부산에서 의사 생활을 했던 장기려 박사는 6. 25 전쟁이 나고 가족들과 생이별을 했다고 한다. 1.4후퇴 때 자신이 돌보던 환자들과 함께 내려오고 아내와 4남매를 북에 두고 함께 못 온 것이다. 그리하여 바로 가족들을 되려 오려 했으나 쉽게 되지 않아 그로부터 40년 이상을 혼자 살면서 아내를 그리워했다고 한다. 주위에서 재혼하라고 할 때마다 내 아내가 지금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어떻게 결혼을 하나요? 나는 아내에 대한 사랑이 지금도 똑 같아서 결혼하지 않아요. 해방되면 아내를 다시 만날터인데 .......” 이 말을 잘 새겨 보면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이나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마음이 똑 같을 것 같다. 장기려 박사의 수순한 사랑의 마음은 요즘 같은 사회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따라서 기다림 속에 진솔한 사랑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기다려준다는 것은 그렇게 참 행복한 일이다. 물론 기다림이 있기에 희망이고 삶의 참 맛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피천득의 기다림이야말로 인간이 가장 순수하게 갖고 있는 원초적 본능의 그 기다림, 아빠가 엄마가 학교에서 아이가 공부 끝나고 나오기를 기다리는 아름다운 모습, 가장 순수한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닐까? 운동장에서 기다리는 아빠, 종칠 때를 기다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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