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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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산책
  • 이희숙 작가
  • 승인 2022.07.2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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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이희숙 작가
▲ 그림=이희숙 작가

제민천을 따라 가벼운 산책을 종종 하곤 한다. 피곤하고 지친 심신에 위로와 회복이 필요할 때 가벼운 산책으로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제민천 주위에 여러 채의 한옥이 지어지고 거리는 넓게 확장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도심엔 작은 공원들이 생겨나고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일식 레스토랑, 샌드위치 가게, 크고 작은 커피숍들로 둘러싸인 거리의 풍경을 보게 된다.

조금씩 변화하는 주변 환경은 나의 어릴 적 향수어린 추억의 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이곳저곳 담벼락 위에 고등학교 시절의 교복을 입은 모습을 회상하게 하는 여학생 남학생의 캐리커쳐와 미니어처들, 그리고 군데군데 그려진 소소한 벽화들이 거리를 걸을 때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공주의 특색을 보여 주는 문화거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내심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충청감영길에는 아트갤러리와 민화연구소 등이 있으며 캘리그래피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이 넒은 창을 통해 보여지기도 한다.

나의 학창시절의 제민천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 당시의 제민천은 크고 작은 돌들과 수풀이 우겨지고 수심이 깊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그곳에서 물장난을 치고 놀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장마철에 비가 많이 내릴 때에는 가축들과 여러 가지 물건들이 떠 내려오던 기억들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지금의 제민천의 모습은 실용적인 느낌이 더해져 돌들과 수풀로 덮혀 있던 곳은 산책로로 바뀌어 이용하기에 편리함을 주고 있다.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제민천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펼쳐지곤 한다. 물 위에 동동 떠다니며 날개 짓하는 오리들의 정겨운 몸짓과 넓은 잔디밭에서 친한 친구처럼 오래 기다렸다는 듯 다가와 다리를 스치며 친근한 표현을 하는 노란 고양이와의 만남, 이른 봄 물속에서 물길질을 하는 오리를 발견하고 다가가 오랫동안 바라보며 그자리를 떠나지 못하던 기억이 눈에 선하다.

또한, 분수대가 설치되어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 올리어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주고, 물줄기 사이로 뛰어다니며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들의 표정은 마냥 행복하고 즐겁기만 하다. 주말에는 풍성한 문화예술 행사가 펼쳐져 많은 관광객들에게 공주의 신선한 면모를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주마등처럼 지나쳐 가는 낡은 건축물엔 건물이 지어진 해인 1987, 1975 등의 숫자가 건물 외벽에 쓰여져 있다. 벽 위에는 야구복을 입고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는 아주 작은 미니어쳐가 눈에 띈다. 타 지역에서 유학온 학생들이 머물렀던 제민천 주변에 옛 모습의 하숙촌이 생겨나고 공주대부설고 위치에 있었던 충청감영은 그 흔적이 복원되어 역사적 의미를 하나씩 하나씩 되찾아 가고 있다.

금강에 둘러싸인 공산성을 바라보며 공주에 처음 오는 방문객들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도시로 공주를 기억하곤 한다. 변모를 거듭하며 새롭게 태어나는 공주를 기대하며 다시금 공주의 시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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