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퀘렌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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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퀘렌시아
  • 이희숙 작가
  • 승인 2022.10.03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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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희숙 작가
▲그림=이희숙 작가

야행의 마지막 날, 반짝반짝하던 거리의 풍경이 저녁 시간 비로 인해 조용한 침묵의 시간으로 바뀌어 버린다. 거리의 밀려오던 인파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연극을 마친 무대처럼 텅 빈 공간의 허전함은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는 것으로 채워진다,

비가 오는 월요일 다소 침착해지는 기분으로 딸과 함께 찾은 조용한 커피숍에서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로 휴식과 같은 오후가 지나간다.

누군가는 낡은 헌책방에서 시집을 사고, 아이들이 자라 떠난 빈방에서 왼손으로 시를 베껴 쓰고 그곳에서 음악을 듣고 시를 쓰고 박화요비의 어떤가요를 들으며 요즘 시간을 보낸다는 그를 생각하며 나의 경직된 사고에 부드러운 감성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계룡산줄기 반계산이 훤히 보이는 그의 집 공간이 쉼과 휴식이 되고 숲길을 걷다 보면 숲속의 나무와 수풀이 살아 있는 생명체로 다가와 말을 건네는 것 같아 자연의 살아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된다고 한다.

누군가는 일에서 잠시 벗어나 아무도 오지 않는, 때론 전화조차 오지 않는 자신의 은신처가 되는 조용한 공간, 자신의 사무실에서 홀로 쉼이 있을 때 한적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누군가는 자연에서 느끼는 우주 만물의 광활함을 작품 안에 담아내며 자연 속에 푹 빠져 시시각각 변하는 찰나를 포착하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며 우주의

혼돈속의 질서로 표현한다. 자연의 힘찬 에너지는 작품안에 고스란이 남겨지게 된다.

김장배추를 심고 고추를 말리며 농사짓는 재미에 흠뻑 빠져 산다는 나의 친구는 하루하루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간다고 한다.

무엇인가에 몰두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에서 빨려 들어갈 듯 물속에 드리워진 낚싯대와 헤엄쳐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길 때 소류지에서의 고요한 정적에 자연과 자신이 하나가 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 그곳에서 얻은 힘은 일상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다.

누군가는 아이들과 부대끼는 삶의 현장인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로 삶의 역동적인 힘을 얻는다고 한다.

세를 내며 운영하던 곳을 떠나 새로운 일터로 마당이 있는 자신의 집을 갖게 되었을 때 일이 많아 힘들어도 잠시 쉴 수 있는 뜰에서 마시는 한잔의 커피는 진정한 퀘렌시아가 되어 샘솟는 기쁨과 힘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나무 그늘아래 앉아 부채질하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쉼과 휴식이 주는 퀘렌시아를 생각해 보게 된다.

평범한 일상에 새로운 힘과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퀘렌시아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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