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정의 산수도(山水圖)
숲길 짙어 이끼 푸르고
나무 사이사이 강물이 희어
햇빛 어린 가지 끝에 산새 쉬고
흰 구름 한가히 하늘을 가린다
산가마귀 소리 골짝에 잦은데
동 넘어 바람이 넘어 닥쳐 와......
굽어든 숲길을 돌아서 돌아서
시냇물 열음이 옥인 듯 밝아라
푸른 산 푸른 산이 천 년만 가리
강물이 흘러 흘러 만 년만 가리
산수는 오로지 한 폭의 그림이냐.
----산수도(山水圖)전문
내가 좋아하는 내소사를 가다 보면 서해의 아름다운 해변 변산반도가 가까이 보인다. 그 변산반도를 끼고 왼쪽으로 돌다보면 신석정 시인의 생가 가는 길이 나온다. 그리고 바다가 보이는 그 해변 길 바로 그곳에 신석정 시인의 집이 있다. 석정은 이 집을 스스로 청구원이라 명했다고 한다. 목가적 시인이라고도 불리 우는 그는 이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시만 목가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생활도 그랬다고 한다.(신경림 시인의 시를 찾아서) 그는 여럿이 어울리기 보다는 늘 혼자 보내는 것을 좋아했기에 또 좋은 시를 그 곳에서 썼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중엔 이 집을 정리하고 전주로 나왔다고 하는데 그가 살고 있던 이 집은 지금도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변산반도와 내소사를 찾음과 동시에 함께 신석정의 발자취를 찾아보는 코스가 되었다.
이 시를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바다를 바라보는 숲길을 간다. 굽이굽이 가는 그 숲길 산새소리도 멎고 나뭇가지로 뒤엉킨 숲은 그 사이로 하늘이 잘 안 보인다. 계곡엔 작은 물들이 흐르고 그 물은 훌러 흘러 강에 이른다. 산길을 돌다 보면 산등성이를 따라 나온 바람이 등을 적신다. 그 숲이 존재하는 한 그 푸른 산은 천년만년 영원히 갈 것이고 그 숲과 계곡을 돌아 나온 물은 강이 되어 이 또한 천년만년 흐를 것이라고 한다. 이 토록 신석정이 찾은 변산반도 근처의 숲은 신석정이 시상을 가져오는 데 참 아름답고 좋은 곳이었다. 이처럼 신석정의 시에는 청량감도 있고 아름다움이 있어 한 편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여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신석정의 시를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소리 내어 읽어 보기를 권
한다. 좋은 시는 소리내어 반복해서 읽다보면 그 또한 외롭고 힘든 마음을 치유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