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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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
  • 김명수시인
  • 승인 2022.11.1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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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눈
▲김명수 시인
▲김명수 시인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지

젊은 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잃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밷자

 

--전문

 

오랜만에 김수영을 만났다. 시 속에서.

김수영은 많은 비평가들의 글속에 오르 내리는 시인이다. 그만큼 그의 시속에는 울림이 있고 읽는이에게 무언가 전달해 주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평가 염무웅씨는 그를 한국 모더니즘의 가장 위대한 비판자라고 했다. 흔히 말하기를 김수영은 자유의 시인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그의 시는 자유를 추구하고 있고 4,19 당시 시를 쓰면서 4,19가 지속적인 혁명으로 발전하지 못한 것을 안타가워한 사람 중의 하나다.

 

하얀 눈이 내린 아침 기침을 하자는 말을 젊은 시인은 반복한다. 왜 그 하얀 눈에 대고 기침을 하자고 할까. 기침을 하면 틀림 없이 가슴 깊은 곳에 있는 가래가 나올 것이고 그 가래는 하얀 눈 위에 얼룩이 지며 결코 상쾌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읽는 이의 해석에 따라 다르겠지만 독자에 따라서는 순결에 대한 도전이고 저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기침을 한다는 것은 우리의 전통적 사관에 의하면 신호의 의미다. 어려서 시골에 대문 밖의 화장실에 갈 때면 어른들은 몇 발짝 저만치서부터 에헴,,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 걸어 온다. 그러면 변소간(지금의 화장실) 안에 사람이 들어 잇으면 험,험험 하고 같은 신호를 보낸다. 여기서 하얀 눈이 내린 곳에서 기침을 하자고 신호를 보내는 의미는 무엇일까. 여기선 안에 들어 앉은 사람이 없으니 순백에 대한 도전이고 순결에 대한 저항이다. 무엇인가 누군가 어디에서 함께 해 줄 지인을 찾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 함께 이 순결에 도전하자. 이것은 보이지 않는 의식에 대한 도전 일 수 있다. 기침을 해서 가래를 밷어 내어 흰 눈이 더럽혀지는 것이아닌 오히려 자신을 흰눈을 통하여 정화시키고 싶은 저항인지도 모른다. 역설적 도전을 통하여 순결을 지키고 싶은 마음일런지도 모른다. 건강한 사회는 소독을 하고 정화하기도 해야 하지만 독소를 뽑아 내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출혈을 감내해야하고 한 족이 조금 더러원지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사회를 바라 보는 김수영 시인의 눈은 바로 기침을 하자 기침을 하자 반복함으로서 누군가와 같이 이 사회의 보이지 않는 그 어떤 곳을 하얀 눈처럼 순결함을 지키기 위한 외침인지도 모른다.(E)--202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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