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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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
  • 김명수시인
  • 승인 2022.11.2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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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의 이별의 노래

▲김명수 시인
▲김명수 시인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서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되면은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 두고

홀로 우리라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사람들은 누구나 만났다 헤어짐을 반복한다. 단 한 번 만났다가 단 한 번 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고 또 여러번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헤어질 때는 매우 마음이 아프고 서글프다. 쓸쓸하고 허전하다. 외롭고 고독해서 마음에 병이 드는 사람도 있다. 그럼 어찌해야 하나. 헤어지는 것이 본인들의 책임인만큼 그 후에 일어나는 앞서 말한 것들에 대해서도 본인이 책임지고 극복하고 이겨나가야 한다. 참으로 모두가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나와 있는 이 이별의 노래역시 박목월 선생이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마음의 시라고 전해오고 있다.

 

이 시를 지은 후 대구 피난지에서 김성태 선생이 곡을 붙여 가을이 되면 가곡의 무대에서 어김없이 불리워지는 노래의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이 노래가 쓰이게 된 동기에 대해 이근배시인이 중앙일보에 문학동네에 살고지고라는 글속에 들어 있다고 전해오고 있다.(2001,1,22일자)

목월의 산문집 구름에 달가듯이를 보면 그 속에 나오는 그녀는 갑사치마를 입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고 중병을 앓고 있는 여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거기에선 목월이 말을 높혀 그 여자는 제자 이상의 여자로서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고 싶었는지 모른다고 설명되어 있다. 누구에게나 사랑은 소중하고 그 소중한 사랑을 꼭꼭 숨겨 자신들만의 것으로 감춰두고자 하는 것이 인간인지 모른다. 그런데 여기서 목월은 구름에 달 가듯이 서 말하듯 그 갑사치마를 입고 있는 사람이라고 비밀을 말해버린다. 이후 사람들은 여러 가지 살을 붙이고 추측을 더하여 이야기꺼리로 만든다. 아마도 많이 궁굼하기에 자기가 생각한대로 편한대로 이여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목월의 이별의 노래는 목월이 실제로 만남과 이별의 아픔을 겪으면서 있었던 감정으로 진솔하게 시를 쓴 것으로 생각한다. 이별 뒤에 비워진 쓸쓸하고 허전한 마음을 목월은 기러기 울어에는 하늘 구만리라고 한 것이다. 우리는 늦가을 하늘을 보면 ㄱ자모양 ㅅ자모양으로 대열을 이루며 날아 가는 기러기들을 본다. 기러기 울어에는 하늘 구만리라고 노래하기에 딱 맞춤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란 노랫말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목월은 이 노래로 그녀와의 긴 이별을 아름답게 승화시켰다고 생각할 수 있다. 목월의 아름다운 이별이 있었기에 지금 후세의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지금도 사랑하고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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