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
상태바
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
  • 김명수시인
  • 승인 2022.12.19 13: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치환의 그리움

▲김명수시인
▲김명수시인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쎈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 있나니

오오 너는 어드매 꽃같이 숨었느뇨

 

---

깃발로 대표되는 시인 유치환의 그리움이란 시다. 숨었느뇨 에서 남성적 냄새가 나는 이 시는 누군가를 몹시 그리워하는데 숨었기에 더욱 찾을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누구에게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 그게 남자건 여자건 애인이건 부모 형제건 친구, 또는 제자나 선생님이건 사람과 사람이 만났다 헤어진 후 시간이 흐르면 그 누구보다 몹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 이 시에서는 너 그리워 라고 한 것으로 보아 참 살갑고 예쁘게 지냈던 사람을 몹시 그리워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그게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시인은 오늘도 바람쎈 거리에서 그 그리운 얼굴을 찾으려 한다. 이런 간절한 마음은 보통 사이가 아니면 어렵다. 참 오래전 젊은 교사 시절이었다. 아침마다 사과 한 알을 책상 위에 놓고 가는 아이가 있었다. 어느 날은 성하고 예쁜 사과인데 어느 날은 떨어져 한 쪽이 상한 파과도 있었고 어느 날은 파란 것 또 어느 날은 반쯤 익은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아이집이 과수원을 하고 있기에 그런 것 같았다. 내성적인 성격에 지능이 조금 모자라서 늘 외톨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 아이들과 함께 적응하며 어울릴 수 있게 함께 놀이 하고 함께 하교에 오고 가는 것을 아이들과 함께 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물론 작은 심부름도 자주 시켰다. 칠판 지우개 털기, 분필 가져오기, 물건 갖다주기 친구 되려 오기 등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아이들도 잘 도와주어 조금씩 어울리기 시작했고 나중엔 스스로 친구를 찾고 다른 것들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중학교에 가서도 가끔 학교를 왔는데 고등학교를 가고 어른이 되어서는 어떤지 궁굼했다. 나중에 그 아이 친구들로부터 전해들은 것은 캐나다로 갔는데 그 후로는 소식이 없다고 했다. 내성적인 아이, 정신적 장애가 있는 아이가 잘 성장해서 외국에까지 나갔으니 잘 살거라고 생각되었지만 늘 한 쪽 귀퉁이에서 쪼그리고 앉아 해맑게 웃고 있던 모습이 지금도 생각이 난다.

 

유치환 시인은 시의 소재가 그 누구보다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그리움에만 국한하지 않고 자연친화적인 것도 있고 사람에 관한 것도 있고 사회참여적인 것들도 있다. 좀 시간이 지난 시인치고는 시집이 10권이나 되고 작품 또한 천 여편이나 되기에 그 속에는 다양한 부류의 시들이 함께 존재함은 말할 것도 없다. 한 때는 이승만의 재집권을 위해 무리하게 법을 통과시킨 개헌안을 보고 시를 쓴 것도 있다. 그리움이란 시를 보고 깃발이란 시를 보면 사회참여적 시를 쓴 것은 잘 이해가 안 되나 그만큼 시인의 눈이 다양하고 정의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인은 올곧은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어느 선배시인이 말했다. 그거야 사람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시인들의 삶은 그랬다.

 

다시 한 해가 저무는 12월의 끝을 향하여 달리고 있다.코로나19로 힘들었던 우린 지난 1년간 무엇을 얼마만큼 했던가.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소홀하지는 않았던가. 지금쯤 다시 그리워지는 사람은 없는가. 내가 힘들었던 시절 손을 내밀었던 그 사람이 그립다. 가까이 있다면 내 힘으로 해 줄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해주고 싶다. 돌아오는 새해에는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힘든 사람들을 도와야하지 않을까. 모든 것들이 다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