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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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
  • 김명수시인
  • 승인 2023.03.0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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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채영의 달맞이꽃

▲김명수 시인
▲김명수 시인

 

 

 

풀벌레가 달빛을 통해

땅덩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총탄은 홀로

이 들판을 울면서 지나갔다

죽어 넘어진 달빛이

풀벌레 등에 업히고

노오란 방죽길이

메아리처럼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달밎이꽃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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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채영 시인은 42년간 교사로만 근무하다가 명퇴를 했다고 한다. 그는 충북의 한 시골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풀꽃에 관한 시를 많이 쓴 시인중의 하나다. 갑자기 명퇴 바람이 불던 해 그도 이젠 학교를 떠날 때가 된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과감하게 사표를 낸 것이다.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교사의 길로 들어서서 42년간을 했다면 괘 오랜 시간 교사의 길을 걸었다고 생각한다. 양채영 시인이 근무했다는 것이 주로 시골이었기 때문에 그런지 그의 시 속에는 풀꽃에 관한 시들이 꽤 많이 나온다. 이 달맞이꽃 외에도 토끼풀곷,장다리꽃 부채꽃,쇠비름,엉겅퀴,자운영 등 많은 풀꽃들이 그의 학교 출퇴근길에서 만나 많은 시의 소재가 되어 행복한 시 쓰기를 계속하게 했을 것이다.

 

아침이면 오므라들던 달밎이 꽃이 저녘나절이 되면 활짝 펴서 쏟아지는 별빛을 담는다. 더구나 달 밝은 밤이면 달맞이꽃은 정말 내세상인 것처럼 밝고 신이 난다. 환한 달빛 속에서 보는 달맞이꽃이 너무 아름답고 예쁘기만 하다. 그런데 여기서 양채영 시인은 총탄은 홀로 이 들판을 울면서 지나갔다라고 했다. 전쟁 중에 만났을까 아니면 이 달맞이꽃이 휘드러지게 피었던 곳이 전쟁터의 격전지였던가? 잠간 지나간 한 줄의 싯귀 속에서 당시 상황을 여러 가지로 그려보게 한다. 그리고 지나간 이 들판에 남은 것은 메아리처럼 흔들리는 방죽길이다. 그 곳으로 지나갔을 수많은 병사들의 발자국소리일지 아니면 전쟁의 상흔인지 오늘도 달맞이꽃은 환하게 웃으며 그 날을 기억해 주고 있는 것이다.

 

봄눈 녹은 물에/마른 겨울 풀 뿌리를/씻고 있으면/ 솜털마다 돋아나는 /생기/ 저 후미진/논두렁 밑 일어나는/아지랑이 속을 /몰래 넘겨다보는/실팍한 엉겅퀴 꽃--양채영의 엉겅퀴 꽃 전문-, 이 시는 양채영 시인의 풀꽃 씨리즈 중 엉겅퀴꽃 전문이다. 그의 시들은 주로 시골에 사는 풀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풀꽃들은 흔하면서도 개성이 강하다. 어떤 꽃은 향기가 진하고 어떤 꽃은 연하다. 또 어떤 꽃은 색깔이 진하고 어떤 꽃은 연하다. 색깔이나 냄새가 나름대로 개성을 지니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개성 있고 모양이 다르듯이 풀꽃들도 아주 작지만 개성이나 모양이 각가 다르기에 사람 사는 모습과 비슷한 것 같아 더욱 친근감이 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풀꽃들의 특징 중 하나는 모두 이쁘다는 것이다. 꽃잎과 꽃술을 잘 들여다보면 모양과 색깔이 주는 맛이 다르고 사랑스럽다. 그래서 마음치료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들판에 나가 여러 가지 풀꽃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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