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교의 풀잎
아주 뒷날 부는 바람을
나는 알고 있어요
아주 뒷날 눈비가
어느 집 창틀을 넘나드는지도.
늦도록 잠이 안 와
살肉 밖으로 나가 앉는 날이면
어쩌면 그렇게도 어김없이
울며 떠나는 당신들이 보여요.
누런 배수진 거머쥐고
닦아도 닦아도 지지 않는 괴血를 닦으며
아,하루나 이틀
해저문 하늘을 우러르다 가네요
알 수 있어료. 우린
땅속에 다시 눕지 않아도
-----------------------풀잎 전문
강은교의 풀잎을 읽고 있으면 미래에 나에게 닥쳐 올 어떤 순간을 떠 올리게 한다. 인간에겐 누구에게나 이 세상에 왔기에 가야 하는 길이라는 것을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살밖으로 나가 있는 날이면/어쩌면 그렇게도 어김없이 /울며 떠나는 당신들이 보여요“ 라고 한 곳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는다. 이곳에서는 어쩌면 현재의 삶이 아닌 또 다른 삶을 의미하는 것일 게다. 신경림은 강은교의 풀잎에서 허망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라고 풀이 했다. 또한 이 시속엔 무가적巫歌的 요소도 있다고 했다. 시가 시인의 손을 떠나 독자에게로 왔을 때 그 해석은 각기 다를 수 있다 했기에 또 다른 독자는 그 이상의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풀잎이 갖는 의미는 한 없이 나약한 것 같지만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작 그들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력은 참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밭에 있는 풀을 봅아 둑방으로 던져 뜨거운 태양아래서 시들어 죽은 줄 알았는데 며칠 후 단비가 내린 탓인지 우연히 발견한 그 풀들이 다시 잎이 파랗게 되살아 나고 있지 않은가. 연약한 풀잎인 것 같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원초족 생명력은 이렇게 대단한 것이다.여리고 나약하기 짝이 없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원초적 본능은 이렇게 큰 것이다.
“해저믄 하늘을 우러르다 가네요/알 수 있어요 우린/ 땅속에 다시 눕지 않아도” 이렇게 끝 맺는 시의 여운 속에서 인간의 끝이 꼭 땅속으로 들어가야만 아는 게 아니라 해 저물며 가져 오는 그 석양 속에서 산을 넘어 그 루에 생긴 아름다운 노을을 보면서도 그리고 점점 그 붉고 아름답던 노을이 검붉게 변하면서 나중에는 까만 밤이 되어버리는 자연의 섭리를 보면서 우리 인생의 끝부분과 비슷할 거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러기에 꼭 어두운 땅 속으로 들어 가야만 아는 것이 아닌 석양만을 보고도 그가 전해주는 메시지를 알 것같은 시인의 독백을 되네여 본다.(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