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의 봄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 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떨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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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봄길은 어디를 가도 꽃이 있다.꽃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있고 사연이 있고 사랑이 있다. 봄은 참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준다. 겨우내 어두운 터널을 건너 온 모든 것들에 대해 새로운 세계를 보여 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주고 식물들에게는 발아의 기회를 주고 새싹을 터서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보라는 메시지를 준다.
그 봄길을 걷는다. 봄길이 끝나는 곳에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간다. 길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등산을 하다 보면 전혀 길이 아니었든 곳에 새길이 나 있는 것을 본다. 하나 둘 누군가 걷기 시작gk더니 하나 둘 횟수가 많아지면서 드디어 새 길이 된 것이다. 누군가 만든 길. 이 시詩에서 길이 되는 사람이 시작한 길, 그 길은 어디일까. 그건 그 길을 걸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시인은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사랑이 되어 봄길을 걸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봄길이 우리들을 안내 하고 있기 때문에 아니면 내가 그 봄길을 가고 싶기 때문에 그렇다. 그 길은 가는 사람만이 만들 수 있다. 아무리 길이 있어도 가지 않으면 그 길을 만들 수 있다. 아름다운 봄이다. 새 봄이다. 그 봄이 왔기에 각기 그 걷고 싶은 길을, 가고 싶은 길을 한없이 걸어 보자. 길이 끝나거든 내가 스스로 만들어 걸어 가 보자. 무언가 나에게 또 다른 봄길이 만들어질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