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식이 만난 사람] - 꽃 동장, 오종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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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이 만난 사람] - 꽃 동장, 오종휘
  • 김혜식 기자
  • 승인 2020.05.27 23: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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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꽃을 심는 남자.
제2의 꿈, 새로운 인생이 꽃피기 시작한다.

어떤 이는 소설가가 되고, 어떤 이는 도서관장을 준비하고, 어떤 이는 평생의 꿈이었던 여행가로 히말라야를 오른다. 오래 전부터 꿈이었거나 우연찮게 들어섰건 간에, 그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모든 사람들은 이미 운명 속에 갈 길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 되어 진다. 누군가 그길로 인도하며, 한 번 쯤 꼭 하고 싶었던  제2의 꿈을 다시 꿀 때 새로운 인생이 꽃피기 시작한다.

 

옛날엔 세상 속에서 버림이라도 받듯 퇴물 취급을 받으며 그저 노인정이나 기웃거리다가 소일을 찾는 환갑이라는 나이가 있었다. 대부분 그 나이는 퇴직과 맞물려 있다. 그러나 지금은 어림없는 소리다. 누구나 다시 제2의 인생을 살기위해 오히려 퇴직을 기다리며 신나는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 간다. 다행히 하고 싶었던 일을 쉽게 찾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더러는 제 2의 인생의 시간을 늘리기 위해 미리 명퇴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행복한 사람들이다.

우연찮게 내가 만난 사람들을 인터뷰를 하게 되면서 이번에도 새로운 인생을 사는 전직 오종휘 동장을 만났다. 보건소에서 38년을 근무하다가 마지막으로 중학동사무소에서 2년을 채우고 퇴직을 했다는 이유로 그의 호칭은 동장님'이다, 꽃을 가꾸던 동장님이라서 꽃 동장님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 사람을 얘기 하려면 꽤 오래된 인연의 보건소 초임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때는 특별한 인연될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퇴직 후 이런저런 일로 만날 기회가 생겼다. 다시 보게 된 것은 동장 마지막 정년을 남겨 놓고 풀꽃 문학관에서였다.

나태주시인은 매사 꽃에 관계되는 일은 오동장님에게 연락해 봐가 인사였다. 그만큼 나태주 시인만큼이나 풀꽃문학관 주변과 뜰에 애정을 갖는 사람이 오종휘 동장이다. 누군가 시킨 것도 아닌데, 꽃에 관한 한 어디서 나타났는지 꽃 옆에 서 있곤 하는 걸 보면서 처음에는 꽃이 그렇게 좋을까싶었다.

 

이 사람은 언제부터 꽃을 좋아했을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필경 착한 사람일 것이라는 호의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궁금한 것을 묻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꽃을 좋아하게 되셨나요?

 

옛 보건소 자리엔 유난히 뒤쪽 뚝방 길이나 보건소 뒷뜰이 꽃으로 가득했다. 누군가의 손길로 가꾸어졌을 텐데, 그 때부터 꽃 담당은 오종휘 동장이었다고 한다. 2003년부터 였던가? ‘아무도 관심이 없다 보니 자연히 꽃이 내 차지였다고  말한다. 아침이면 물을 주거나 꽃을 식재하면서 꽃과 친해지기 시작했던 것. 처음엔 자신이 그렇게 꽃을 좋아하는지 몰랐다고 한다. 오래 꽃과 함께 하면서 운명처럼 꽃을 가슴에 들인 것이다. 그때가 2003년쯤이었으니까, 벌써 20년이 흐는 셈이다. 그리고 몇 년 전에 보건소는 교동으로 이전했다.

 

그리고 중학동사무소 동장으로 발령을 받았을 때 원도심은 도시재생으로 소규모 꽃밭 만들기 사업이 시작되었다. 자연스럽게 꽃을 좋아하던 사람이니까 꽃과 가까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업이란 것이 만드는 과정까지는 적은 예산이 집행되지만 이후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까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또 다시 꽃 가꾸는 일은 동장님의 몫이 되었다. 제민천변까지 꽃에 관련된 일의 영역도 넓어졌다. 듣다보니 그때의 에피소드가 재미있다. 낮에는 근무시간이기도 하고, 밤이면 꽃이며 나무들이 궁금해 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밤마다 몰래 나와 제민천이 꽃을 심었다고 한다.어떤 날은 1시가 넘기도 했다고 한다. 나도 한두 번 밤 운동 나갔다가 본 것도 같다.‘이 밤중에 여기서 뭐하지? 그때는 몰랐었다. 당연히 집사람도 몰랐을 것이다. 어느 봄날, 남천나무를 헤집고 돌 틈에 야생화를 심고 온 날, 집에서 웬 바지에 송홧가루가 범벅이냐는 의문에 꽃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본격적으로 밤에 꽃을 심는 남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인연은 중학동의 관할이었던 나태주 풀꽃문학관과 이어졌다. 문학관 앞 꽃동산은 오종휘 동장의 작품으로 태어나고 지금까지 동장님의 몫으로 관리되어지고 있다. 아니,  꽃밭 담당까지 된 것이다. 온갖 풀꽃들이 나태주 시인님과 함께 가꾸어 지거나 지고 있다. 뱀딸기 하나까지 허투루 핀 것이 아니다. 지난 주에는 시인보다 꽃을 보러 왔다는 세종의 어느 여인도 있어 보람이 있었다는 말을 꺼내며 얼굴까지 상기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여기 저기 꽃에 관한 한 전도사가 되고 있다.

최근 원도심에는 쌈지공원이 늘어 간다. 잘못 관리하면 허름한 공터로 남을 공간들을 내 집 앞 꽃은 동네사람들이 가꾸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주민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뜻을 이해한 봉황동 3통장님은 뜻 맞는 동네사람들을 모아 자발적으로 꽃가꾸기에 동참한다고 한다. 이 또한 보람 중에 보람이라고 한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열심히 심은 꽃이 자꾸만 사라진다는 것, 퇴직 기념으로 제민천변에 200여 그루의 꽃을 심었다고 한다. 그러나 며칠만 30개만 남았을 뿐, 모두 손을 탄 적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나는 위로랍시고 누군가 꽃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 캐갔을 것이고, 지금쯤 누군가의 꽃밭에서 자라고 있지 않겠냐고 말을 덮었다. 그냥 내가 무심히 바라본 꽃들은 누군가의 정성으로 가꾸어졌다는 것이 부끄러워졌기 때문이다.

 

꽃 돌보는 일로 제2의 인생에 경제적인 일까지 해결해 주나요?

 

꽃 좋아서 하는 일을 두고 돈까지 생각하면 안 되지요, 그래도 꽃에 대해 생각 하다 보니 나무도 사랑하게 되어 최근에는 산림치유사 2급 자격증도 땄어요, 휴양림 치유 숲에 관심이 생겼으며 숲 해설에 관련한 공부도 하려고 해요

우선은 계룡산에서 치유 숲 과정을 자원봉사하고 있다고 한다. 참 다행이다. 내가 좋아서 하다 보면 그쪽으로 길은 열리고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낀다.

 

어떤 꽃이 제일 예쁘세요?

 

자세히 보면 예쁘고 오래보면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꽃이라면 다 예쁘지만 용담꽃이 특히 좋고 예쁘단다. 개체수도 적어 흔하지는 않지만 서양에서는 용담로얄블루라고 불리며 꽃말은 당신이 힘들 때 나는 사랑한다라는 뜻을 지녔다.

 

이번 주말이면 11녀의 자제 중에 딸이 시집을 간단다. 인터뷰를 마치며 나는 딸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하라고 말해 주고 싶다. “네가 힘들 때 네 곁에 아버지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깊은 꽃의 의미를 대신 전해 주고 싶다. 꽃을 좋아하는 아버지를 두어서 딸은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용담꽃
용담꽃-산지의 풀밭에서 자란다. 높이 20∼60cm이고 4개의 가는 줄이 있으며 굵은 수염뿌리가 사방으로 퍼진다. 화관(花冠)은 종처럼 생기고 가장자리가 5개로 갈라지며 갈래조각 사이에 부편이 있다. ( 네이버백과) 꽃말은 '당신이 힘들 때 나는 사랑한다' 라는 꽃말을 가졌으며 용담 로얄부루라고도 불린다. 사진 = 오종휘

 

꽃동장의 시를 하나 남긴다

난 오늘도
풀꽃 한 포기
정성 한 바가지

난 오늘도
사랑을 심는다
풀꽃 한 송이
땀 한 바가지

난 오늘도
희망을 심는다
풀꽃잎 한 장
물 한바가지

내(제민천)는 오늘도
풀꽃의 환한 미소로
시민을 품는다

오 종 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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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2020-05-28 00:21:40
늘 꽃과함께하는 꽃동장님이 계셔든든합니다
야생화강의 또들으러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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