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향한 곳이 퐁 데 아수카르. 구아나바라만 어귀에 돌출되어 있는 자그만 반도에 있는 바위산으로 높이는 396m이다. 마치 제빵용 설탕 덩어리처럼 생겨서 산 이름은 포루투갈어로 ‘설탕 빵 산’을 뜻하는 ‘퐁 데 아수카르’로 부른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완전 바위로 둘러싸여 케이블카로만 올라갈 수 있으며 한번을 갈아타야 정상에 갈 수 있다. 지금까지는 날씨가 잘 도와주어 멋진 관광을 하고 있는데 막판에 대서양 쪽에서 검은 먹구름이 몰려온다.
첫 번째 케이블카에서 빗방울이 후두둑 거리더니만 두 번째 케이블카에서는 완전 폭우이다. 엄청난 빗속을 뚫고 정상에 올랐는데 정상에는 1,912년에 만들어진 노란 케이블카가 백 년 전 그 모습으로 잘 보관되어 있는데 이 케이블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 앞에 흰색으로 된 멋진 케이블카는 이곳에서 007 영화가 만들어졌고 그 영화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타고 격투신이 벌어졌던 케이블카라고 한다. 비가 하도 세차서 관광은 거의 할 수 없지만, 그 세찬 비속에서 바라보는 리우의 전경이 그런대로 운치가 있다. 멀리 예수님 상도 구름 사이로 아스라이 보인다.
설탕빵 산을 내려와 차를 타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히피 시장으로 향하였는데 폭우 때문에 모든 가게가 다 철수하였다. 이곳 히피 시장은 이파네마 해변 뒤쪽에 있는데 일요일만 열리는 시장으로 기념품과 지방 특산 음식을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오늘의 폭우로 우리는 이곳을 방문하여 즐길 수가 없었다. 숙소에 돌아와서 코파카바나 쪽으로 걸어 나가다 인터넷으로 브라질 음식을 검색하여 브라질 해물탕 ‘무께까’란 음식을 먹기로 하였다. ‘무께까’는 오징어, 명태, 문어 등이 들어간 해물탕인데 40분이나 걸어서 찾아간 식당치고는 맛이 별로였다.
아침에 눈을 떠서 하늘을 보니 여전히 흐리고 비가 내렸다. 하늘에는 시커먼 익룡 같은 새가 선회하고 있었다. 오늘이 11월 30일로 월요일, 2015년 달력도 이제 한 장 남았다. 오늘은 리우의 마지막 날로 저녁 비행기를 타고 미국의 애틀란타로 간다. 오늘의 공식 일정은 없고 각자의 날, 자유시간이다. 젊은 친구들은 늦잠을 즐기겠단다. 나는 8시 경 라면으로 아침을 먹은 후 박물관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하였다. 박물관, 미술관의 대부분이 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만 문을 열고 어느 곳은 수요일~ 금요일까지 문을 연다. 관광객이 도대체 언제 박물관을 구경하라는 것인가? 정말 한심하고 답답하다. 할 수 없이 식물원에 가기로 결정하고 여행 동료를 모아 세 명이 같이 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가이드가 좋은 곳을 소개한다고 하며 같이 가자고 한다.
보석회사를 가면 홍보 차원에서 왕복 택시비를 지급하고 자세한 안내도 한다고 하니 밑져봐야 본전이니, 구경을 가자 합의가 되어 가이드와 함께 보석 회사로 먼저 출발하였다. 보석 회사는 ‘H Stern“으로 나도 몇 번 이름을 들은 회사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엄청난 회사였다. 택시를 타고 회사 입구에 내리니 안내원이 재빠르게 와서 택시비를 계산한다. 그리고 한국어 가이드가 친절하게 우리를 안내하는데 먼저 보석박물관으로 안내한다. 엄청난 보석의 원광들이 진열되어 있고 이것을 가공해서 만든 명품들이 휘황찬란하게 빛을 발한다. 이곳에서 처음 안 것인데 브라질이 에머랄드, 루비 등 유채 보석 생산 1위란다. 이 엄청난 원광석에서 순수한 것만을 뽑아 순광 원석을 만들고 그 원석을 크기에 따라 가공하여 각종 명품 보석들을 만드는데 이곳에 있는 가공 기술자만 600명이란다. 가공 과정을 보여주고 우리에게 적당한 보석을 권하는데 마음에 드는 초록색 반지를 물으니 300만 원이란다. 또 한국의 배우, 탤런트들도 이곳에 와서 명품들은 많이 사간다고 하며 우리의 구매 욕구를 충동한다. 나는 이것저것 눈요기만 실컷 하다가 기념품점에서 2만원 짜리 조그만 기념품을 한 개 구입하였다.
이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우리는 목적지 리우데자네이루 식물원까지 공짜로 이동하였다. 이 식물원은 리우의 세계문화 유산에 포함될 정도로 유명하고 남미 최대의 식물원이다. 시내의 남서쪽에 위치한 이 식물원의 정식 명칭은 Botanical Garden of Rio de Janeiro이다. 141ha의 어마어마한 면적에 수많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데 어느 사람은 이곳을 ‘아마존의 축소판’이라고 하며 아마존을 가지 않아도 이곳에서 아마존의 모든 식물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식물원은 1,808년 포르투갈 사람 돈 주안 6세에 의해 설립되었는데 왕실의 정원 목적으로 이곳을 가꾸었다고 한다. 7,0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특히 600여 종의 다양한 난초가 있는 곳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며 난초, 선인장, 육식성식물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연구 기관도 있는 곳이다. 수십 개의 주제 공원이 있고 그 주제 공원 하나만 해도 엄청 넓어 하루 동안 전부를 보기에는 무리이다. 우리는 1시에서 4시까지 약 3시간가량 관람하였다.
숙소로 오는 중에 쇼핑을 했는데 이곳에서 유명한 것이 발가락을 끼우는 슬리퍼 ‘조리’이다. 브라질의 천연고무로 만들어 감촉도 좋고, 남미풍의 강렬한 색상으로 디자인되어 한국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하여 나도 집사람 조리를 하나 구입하였다. 한국에 집사람과 통화하다가 알게 된 것인데 요즈음 한국에서는 블루베리, 쵸코베리에 이어 열대에서만 나는 ‘아사히 베리’가 유명하다고 하여 어제 현지 가이드를 통해 아사히 베리 분말 250g 짜리를 110레알(36,000원 정도)에 주고 구입해 놓기도 하였다. 6시 반 모든 짐을 점검한 후 공항으로 택시로 이동하는데 66레알을 받는다. 비용은 싼 편이었고 우리는 시내 중심가와 한때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 리우~니테로이 대교를 통과하여 공항으로 이동했다. 이 대교는 총길이 13.9km로 왕복 6차선. 1,974년 영국과 브라질이 합작해서 9년 만에 완공한 다리이다.
“모든 산봉우리 위에 안식은 있고
모든 나무 꼭대기에 우리는
느끼지 못한다 한줄기 산들바람조차
이제 산새들도 숲속에서 깃을 찾았다
기다리라
머지않아 그대 또한 쉴 날이 오리니
-괴테의 나그네의 밤 노래 2-
괴테의 시집을 읽다보니 어느새 4시 반 한국에 도착한 것이다. 끝.
*이 원고를 끝으로 아름다운 도시 산책은 중단됩니다. 최창석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