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를 읽는 오후 3시
상태바
詩를 읽는 오후 3시
  • 김혜식 기자
  • 승인 2020.06.17 02: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잠깐 울어야겠다
박미라

 

▲시인 박미라 사진=김혜식국장
▲시인 박미라 사진=김혜식국장

 

운주사 와불께옵서는

물먹은 달빛 번지는 저녁이면

옆으로 돌아누우신다는 풍문이 있는데

 

지극하다는 것은 감당한다는 것이라지만

 

나란히 누운 지 천년 째인 얼굴이 까마득해도

세상의 사랑처럼 소리 내지 못하고

 

혓바닥이나 베어 물었을 것이다

 

눈에 담지 못하는 사랑에게 송구하여

바람의 발자국이나 헤아리고 계셨을 것이다

 

간밤에는 굴참나무 이파리 하나

눈꺼풀 자리에 묵어갔다고

혼잣말이나 깨물었을 것이다

 

햇살 펄펄 끓던 한나절

운주사 쪽으로 길을 잡던 손을 놓치고

 

젖은 적도 없는데 이빨 딱딱 부딪치며

돌이 된 사랑이나 베끼고 있다

 

박미라 시인의 경력

- 199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시집/“ 서 있는 바람을 만나고 싶다‘    '붉은 편지가 도착했다‘    안개 부족우리집에 왜 왔 니?’  이것은 어떤 감옥의 평면도이다

- 수필집/ ‘그리운 것은 곁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