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경영의 신화를 쓴 여인” 박완례 공주 백제새마을금고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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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경영의 신화를 쓴 여인” 박완례 공주 백제새마을금고 이사장
  • 김효주 기자
  • 승인 2020.03.18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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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사원으로 입사, 최고 경영자로 신화를 일군 열정의 여인
입사 초 자산 3억5000만원 → 현 자산 6천400억 원으로 일궈
▲박완례 MG백제새마을금고 이사장. 사진=김효주 기자
▲박완례 MG백제새마을금고 이사장. 사진=김효주 기자

1980년 1월 25일 아침 일찍 엄하신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눈이 수북이 쌓인 길을 걸어 버스에 올랐다. 1시간 남짓 흔들리는 버스를 타고 내린 곳은 공주산성시장 내 5평정도 되는 백제새마을금고, 당시 자산규모가 3억 5000만원 이었다.

이곳이 현재 백제새마을금고 박완례(58) 이사장의 첫 직장이다.

박완례 이사장은 최근 백제새마을금고 이사장선거에서 무투표로 당선됐다. 사실상 도전할 경쟁자가 없어서 추대 당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40여년이 흘렀다.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뀐 세월동안 한 직장에서 열심히 근무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 경영자까지 오른, 신화의 여주인공이 됐다. 말 그대로 샐러리맨의 신화가 된 것이다.

40여 년 전 입사 초 당시 월급이 5만원, 방세 1만 5천원을 빼고 나면 쓸 수 있는 돈은 고작 3만 5천원 이었지만, 이 직업이 상고를 졸업한 박 이사장에겐 천직이나 다름이 없었다.

당시 “제 별명이 일수쟁이였습니다. 산성시장에서 바쁘게 장사를 하시는 상인들을 위해 걸어 다니는 금고역할을 자청 했습니다. 힘든 줄도 모르고 발품을 팔며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휴일을 제외한 날이면 상인들에게 500~1000원씩 받아 저축하게 했습니다. 그런 작은 돈들이 모여 상인에겐 목돈이 됐고, 오늘의 백제새마을금고를 만들게 된 힘이 됐습니다”

▲MG백제새마을금고 신관동 사옥 전경. 사진=김효주 기자
▲MG백제새마을금고 신관동 사옥 전경. 사진=김효주 기자

박 이사장은 입사 초, 자타가 인정할 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주산 2단에 암산이 수준급 이었다. 당시 직원들이 마감 결산 액을 못 맞춰 허둥지둥 댈 때 박 이사장이 5분여 만에 찾아냈다는 일화는 지금도 무용담처럼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웃는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빠듯한 살림에 남편과 아이들은 항상 뒷전이 됐다. 엄마 손길이 소중히 필요할 때 아이들과 같이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도 담임선생님이 누구인지 한 번도 찾아가지 못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박 이사장을 이해해 주는 남편과 아이들의 진심어린 마음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언젠가 가족들이 모처럼 한데모여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데, 남편이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분과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아는 분인가 하고 쳐다봤더니 ... 전혀 모르는 분 이었다는 것.

그렇게 쳐다보는 박 이사장에게 딸이 하는 말 ... “우리 담임선생님이에요”란 말을 듣는 순간, 당시 “선생님껜 무척 죄송했었고, 딸에겐 미안한 마음뿐이었다”고 웃음 지며 지난날을 회상하고는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하는 일이 손에 익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자연스럽게 조합원들의 자녀, 부부문제 등을 상담해주고 중매를 해줬다. 그렇게 한 쌍 한 쌍 해주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12쌍이 됐고, 그 들은 결혼에 골인해 아들딸 낳고 잘살고 있다고 한다.

박완례 이사장은 열정을 지닌 우먼파워의 소유자다. 또 주변에선 철의 여인이라고도 부른다. 입사 초기부터 몸에 밴 성실과 근면성은 40여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조합원들을 만들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전단지를 들고 이곳저곳을 다니기도 했고, 봄에는 꽃씨를 나눠주고 또 화장지들과 같은 선물을 들고 새로운 고객확보에 감성적으로 접근하며 심혈을 기울였다.

‘하늘은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돕는다’라 했던가. 그런 노력들에 힘입어 자산 3억 5000만원으로 시작한 백제새마을금고의 현재 자산규모는 6천 400억에 3개 점포 2만여 명을 거느린 대박 금고가 됐다.

금융업계에선 박 이사장을 한 마디로 가리켜 마이더스손(midussson) 이라 부르고 있다. 18억 원에 구매한 신관동 본점(대지 380평)이 현재 땅값만 40억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MG백제새마을금고 매장에는 조합원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쉼터가 마련돼 있다. 사진=김효주 기자
▲MG백제새마을금고 매장에는 조합원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쉼터가 마련돼 있다. 사진=김효주 기자

▲장학기금 마련을 위한 조합원과 함께하는‘아나바나’운영 모습. 사진=김효주 기자
▲장학기금 마련을 위한 조합원과 함께하는‘아나바나’운영 모습. 사진=김효주 기자

또한 박완례 이사장은 여가시설을 겸비한 ▲스포츠댄스 ▲요가 ▲노래교실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이곳에서 발생된 수익을 다시 조합원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등 여성으로서의 감성경영이 통했던 것 같다.

그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비전선포를 실천하여, 재임기간 중 직원·조합원 모두를 위한 방과후 교실과 실버타운 등을 세워 지역에 환원하며 함께 사는 백제새마을금고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 우물을 파며 성실과 근면으로 지내온 40여년의 직장생활 동안 결근 한번 없이 늘 상 그래왔듯이, 오늘도 박 이사장은 오전 8시 출근해 평소처럼 사무실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신 후 20여명의 직원들과 아침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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