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소통'을 ‘굴복'으로 읽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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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 ‘소통'을 ‘굴복'으로 읽어서는 곤란하다
  • 뉴스채널1
  • 승인 2020.03.1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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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진정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과 함께, 시민의 힘으로, 시민이 행복한 새로운 공주를 만들겠다는 소명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제가 추진할 시정은 오롯이 시민이 주인이 되는, 시민을 위한 시정'이 될 것입니다.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시민과 함께 지혜를 모아 시민의 삶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시민과 소통 잘 하는 시장, 새로운 리더십을 갖춘 시장, 처음의 마음을 끝까지 유지하며 시민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시장이 되겠습니다.”

김정섭 공주시장의 취임 일성이다. 김 시장은 누누이 소통을 강조하며 시민들의 지혜를 모으겠다고 했다. 하지만 취임 2년에 즈음한 김 시장의 행보는 불통에 가깝다.

한 의원은 김 시장을 향해 불통에 먹통을 더하면 울화통이 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필자 또한 줄곧 말로만 소통이 아닌 행동과 실천에 의한 소통을 통해 손에 잡히는 정치를 해 줄 것을 주문해왔다. 배가 산으로 가지 않고 드넓은 바다를 향해 나아가길 희망하고, 박수를 받으며 더 큰 정치무대로 나아가기 위한 엄격한 자기관리도 주문했다.

하지만 김 시장은 마이 웨이’([My Way)를 고집했다. 민선7기 공약에 따라 만들어진 100인 시민소통위원회의 권고마저 철저히 무시했다. 시민소통위원회 5개 분과 모두 백제문화제 격년 개최에 반대했지만, 김 시장은 이를 외면했다.

시민소통위의 역할 즉, 시민의 생각과 입장을 그대로 시정에 담아내겠다는 약속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 시장 스스로 약속(공약)을 저버리면서 치명타를 입고 있다.

김 시장의 독선에 울화통이 터진 시민들이 급기야 주민소환제까지 언급하는 마당이다. 김 시장의 언행불일치에 냉소와 침묵으로 일관했던 시민들이 행동으로 보이겠다는 경고 메시지다.

스스로 공로를 자랑하고 자신의 사사로운 지혜만을 앞세우며 옛것을 본받지 않고 사면초가의 신세로 전락한 항우(項羽, 중국 진나라 말기의 무장)과 다를 바 없다.

일찍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주창했던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링컨은 일부 국민은 영원히 속일 수 있다. 다수 국민은 일시적으로 속일 수 있다. 그러나 다수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순 없다"고 갈파했다.

백제문화제 격년 개최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5년 전쯤부터 논의되기 시작해 잠시 묻혀 있다가 지난해 백제문화제를 치르면서 재 점화됐다. 더구나 지난해 말 시민소통위원회 회의에 공식 안건으로 채택됐다. 그것도 시의 요청에 의해. 그렇다면 김 시장은 숨길 일이 아니라 공론에 붙였어야 했다. 그걸 숨기다 이 지경을 만들었다.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급해도 일에는 순서와 절차가 있다. 지역경제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일을 결정하면서 민의를 거스른 것은 커다란 패착이 아닐 수 없다.

소통은 쌍방향이어야 한다. 일방통행이어서는 곤란하다. 진심이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진정한 소통이다. 자기 것을 고집하기보다 상황에 맞게 유연해야 한다는 소리다. 김 시장이 혹여 소통'이라 쓰고 굴복'으로 읽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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