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식이 만난 사람] “문단의 역사를 바꾼”금강 작가 김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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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이 만난 사람] “문단의 역사를 바꾼”금강 작가 김홍정
  • 김혜식 기자
  • 승인 2020.03.27 0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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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의 맥이 끊기는가 했더니 ...
공주에서 문단의 역사를 바꾸는 새로운 인물이 나왔다
“민초들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쓰고 싶었쥬”...(본문 중에서)

인터뷰 대담(·사진) = 뉴스채널김혜식 국장.

▲대하 장편소설을 완간한 김홍정 소설가.
▲대하 장편소설을 완간한 김홍정 소설가.

놀라운 일이다. 공주에 10권짜리 소설을 쓴 대 작가가 있다니, 아무래도 그를 만나야겠다.

15년에 걸쳐 마무리 되었다는 10권짜리 대 장정 대하소설 ... ‘금강을 완간한 김홍정 소설가. 대하소설의 맥이 끊기는가 했더니, 공주에서 문단의 역사를 바꾸는 새로운 인물이 나왔다.

시로는 나태주 시인, 소설로는 김홍정 소설가가 나란히 공주에서 우리나라의 문단을 관통하며 양대 산맥으로 우뚝 솟았다. 이는 공주시의 쾌거이며 공주 사람으로서 대단히 고마운 일이다.

인터뷰라고는 하나 가급적이면 무겁지 않게 시작하려고 농담처럼 첫 마디를 던졌다.

: “그 많은 분량의 소설을 어떻게 쓰셨대요?”

: “그 소설 내가 쓴 건 맞긴 하지만 어떻게 썼는지는 나도 잘 모르겄슈, 내가 써 놓고도 신기합디다. 누군가 그 이야기를 내 앞으로 던져 놓고 휙휙 지나가는 거 같았으니 께유. 부지런히 이야기를 따라 옮겨 적지 않으면 다 놓치겠더라구유. 참눼

어려운 대하소설을 써 놓고 너무 싱겁게 이야기를 받는다. 개인적인 질문으로 시작해야 하나, 소설로 시작해야 하나 하는데, 사투리가 반인 푸근한 대답으로 툭 건너오자 순간 맥을 놓치며 방심하게 된다.

또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누군가 그 이야기를 던졌다니, 귀신이 빙의 했다는 말인가? 첫 이야기부터 나의 긴장을 풀게 하더니 이야기 속으로 나를 끌고 다닌다. 대화를 끌고 가는 법이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다. 소설도 그렇게 시작했으리라.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온통 나라가 흉흉할 때에 나는 지난주 까지 틀어박혀 그의 소설 금강열권을 작정하고 읽어 댔다. 어쩌면 인터뷰 대상으로 꼽게 된 계기 중에 하나였으며, 쉽게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장단을 맞추게 됐다.

코로나19 같은, 역사의 바이러스가 창궐한 그 시대에 민중들에 의해 나라를 세우는 힘은 위대했다. 대구를 지키는 전사들처럼 등장인물들은 묵묵히 민중의 삶을 이끌고 지키고 있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진보와 저항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말하는 대로 그들의 삶을 받아 적듯 서사로 끌고 갔다고는 하지만 작가는 그런 세상을 꿈꾸거나 그런 역사로 바꾸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그 중 몇 가지로 요약해 정리하기로 한다.

: “소설의 모티브는 어디서 가져 오나요?”

: “내가 살고 있는 동네사람들 얘기가 모티브가 되는 거쥬. 이전에 냈던 창천이야기도 그렇고, 집필하고 있는 호서극장 녹문일기 항쇄 등도 모두 공주 이야기이니까유. 근디 그간 다른 작가들이 그 많은 이야깃거릴 지금까지 아무도 안 썼슈. 아쉽기도 허구, 다른 한편으론 참 고맙쥬. 그거 다 내 거유, 허허 ... 어쨌든, 내 소설은 과거에 살았었거나, 현재 살고 있거나, 혹은 앞으로 살고 싶은 동네이야깁니다. 내 소설의 방식이고 원칙이쥬. 그래서 돌아다니고, 자료를 확인하고, 사람들을 만나쥬. 책상머리에 앉아서 쓰는 것은 판타지나 다름없어 공허 허쥬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 편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소설을 통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외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 “16세기를 다룬 특별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 “16세기는 변혁기쥬. 신진사대부들이 성리학의 기틀을 마련허기도 허고, 전국에 장시가 만들어져서 강을 따라 움직이는 상단도 운영되고, 무엇보다 지금껏 왜곡된 여성의 권리가 아직은 고스란히 남아 있던 시기라고 봐야하쥬. 그런 시기니 다양한 인간상이 창출되는 겁니다

: “16세기가 그런 시기였군요. 이 소설에도 그런 이야기가 다루어졌겠네요. 중심되는 사건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많은 사건들이 일어납니다. 그 중 반역사건인 이몽학의 난(1596, 선조29)’을 들 수 있쥬. 그 역모사건은 임진왜란이 한참이던 시기에 충청도 홍산에서 일어나 임천(현 부여군)의 홍주성(현 홍성군)으로 확대됩니다. 놀라운 사실은 그 반역에 가담한 인물들은 왜란에 참여했던 의병들이었지요. 의병이 반역을 일으킨 계기가 무엇일까 추적하니 당쟁의 희생자들이라 할 수 있더라고요. 그 시대가 이 소설의 주인공 충암 김정이 희생된 기묘사화(1519) 이어진 당쟁으로 끊임없는 대립으로 사람들이 죽었으니까요. 이어서 후금이 들어서고 팔기군이 조선을 유린하는 병자호란으로 이어지는 100년간의 이야기지요. 그런 역사 속에서 피폐해지는 민중들의 삶을 바탕으로 상단을 이끄는 여인들, 백성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세상을 만들고 싶었어요, 어쨌든 당쟁만 일삼던 세력에 저항한 이몽학의 난은 민중들의 저항으로 대단한 가치가 있는 사건이었지요. 운명이랄까요, 그 반란이 일어난 지역에서 홍산농업고등학교(한국식품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 근무를 했었고 그 사건들이 금강 유역에서 일어났으니 자연스럽게 금강의 이야기로 확장된 것이쥬

이 소설은 여성이 주인공이다.

: “전체 소설을 끌고 가는 여인 다섯 여인을 등장시켰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 “이들 다섯 명의 등장은 그 동안 남성 캐릭터의 전유물로 여겨왔던 영웅성에 대한 전복이지요. 남성중심주의적 인물 위주의 역사문학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쥬. 제 기억으로는 박경리 토지를 제외하고는 없쥬. 그 시대를 의연히 지킨 민초들의 자생적 비밀결사체 동계(同契), 상단과 소리채를 이끄는 여장부로서 연향 미금 부용 수련 영은으로 나와요, 음기가 지배하는 시대에는 꼿꼿하고 당찬 여성들이 리더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이야기가 필요했어요. 상단을 이끌고 가는 이 여인들이 새로운 시장질서를 이루는 초기 상업자본을 만들어낸 장본인들로 그려진 거쥬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면서도 사랑을 비켜서서 자신만의 신념에 따라 세상을 이끈 여인들은 대체 누구인가. 작가의 어머니였을 수도 있고, 나의 어머니였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니 30년을 장사치로 살아온 내가 소설 속에 서 있을 수도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토방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소설 속에 토방이라는 이름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여인은 중요 등장인물

▲대하 장편소설 금강.
▲대하 장편소설 금강.

에 소개조차 되지 않은, 그러니까 작품 속에서 보잘 것 없는 여인인 셈이다.

정지포의 대장간의 딸로 태어나 모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뛰어난 음식솜씨로 인정받아 수련 대행수에게 발탁되어 토방객점의 숙수가 된 여인이다. 그 토방이 만들어낸 음식이 장국밥이었다.

그러니 비록 소설이지만 정지포의 장국밥집에서 시작된 토방객점의 장국밥 이야기는 내게 우리 동네의 이야기로 읽혔다. 작가의 어머니, 나의 어머니, 혹은 나까지 소설속의 토방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친걸음이니 한 걸음만 더 가자.

: 근데 소설 속에 나오는 토방이는 역할도 많은 것 같은데, 왜 등장인물에도 안 나오나요? 아쉽더라구요,

: 그런 소리 말아유, 이 대목을 위해 나는 토방객점을 차려 주기 위해 서대문 일대를 헤매고 다녔슈. 이 설정을 위해 사직단에서 서대문까지 산줄기를 걷고 서울역사박물관의 옛 지형도를 보며 무대를 설정했슈. 현장에 가보지 않고 상상으로 쓰면 판타지가 되쥬.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그 인근의 국밥을 먹고, 토방에게 어울리는 가장 맛있는 집을 골라 적당한 곳에 토방객점으로 차려 주고서야 내려 왔어요.

사실 그 보다는 공주 대표 음식이 국밥 아뉴? 도성 국밥집 음식의 뿌리가 정지포다 그런 거유. 그리구 내 소설에 미처 중요 등장인물로 소개되지 못하는 인물은 훨씬 많쥬. 그들 누구도 실상 중요 인물이 아닌 사람이 없쥬. 모두 자기 역할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거든유. 물론 대부분 그들은 민초들이구요. 민초들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쓰고 싶었쥬.

분명 이 사람은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다. 허황된 허구의 세상을 늘어놓는 것 같은데 명료하게 집중시키는 재주를 가졌다.

듣다 보니 그도 그럴 것이 이 소설은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하기 위해 현장을 몇 번이고 다녀오곤 했단다.

아무리 소설이지만 그 현장에 가보지 않고, 앉아서 어떻게 내 고장을 바탕으로 여인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처럼 소설이기는 하나 작가는 과거에 살았었거나, 현재 살고 있거나, 혹은 앞으로 살고 싶은 지역을 소설 속의 무대로 그린다고 했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작가가 주장하는 유역정신과 맞닿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설가 김홍정 작가.
▲소설가 김홍정 작가.

철저한 지역적인 소재와 지역성을 바탕으로 하는 문학, 즉 유역적인 사고를 통해 사고확장을 이끄는 진정한 유역문학의 소설이 되겠다. 그도 그럴 것이 소설은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그 지역의 방언과 문체로 쓰여 졌다.

따라서 대부분의 충청지방이 배경인 이 소설은 충청도 사투리로 낯설지 않다. 많은 연구 과정과 자료 조사의 단계를 거쳐 탄생했을 것으로 15년에 걸쳐 쓰여 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작가는 얼마 전부터 그는 공주에서 두서없는 인문학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한 달에 한 번 풀꽃카페에서 진행을 하는데, 그와 얘기하면 두서없는 것이 자연스러워 진다.

무슨 이야기로 시작하고 끝을 냈는지 인터뷰도 두서없어졌다. ‘두서없는 인문학은 당분간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연기 됐다.

특히 코로나19의 어수선한 세상 속에서 위기를 넘기게 해주는 대구 지역의 많은 의료진과 봉사자들이 소설 속에 나오는 민초들의 삶으로 비춰진다. 세상을 바꾸려는 이들의 노력들은 이러한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만하는 무리들이 있어 개탄하게 된다.

당파 싸움 만 일삼던 그 시대와 다를 바 없는 이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씁쓸했지만, 소설 속에서 씩씩하게 살아낸 그들로 인해 잠시 세상이 밝아지는 만남이었다.

작가 김홍정

1958년 공주 출생. 봉황초, 공주중, 공주사대부고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계간 문학사랑의 신인작품상(소설)으로 등단했고, 현재 충남작가회의, 금강소설가모임, 유역문학회를 통해 작품 활동을 한다.

주요 작품으로 시집, 다시 바다보기 소설집, 그 겨울의 외출 창천이야기가 있으며, 장편소설 금강(10)과 여행 산문집 이제는 금강이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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