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순의 영화이야기–『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보는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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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순의 영화이야기–『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보는 시간들』
  • 박명순
  • 승인 2020.11.20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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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명순
▲ 사진=[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에서
▲ 사진=[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에서

흑백영화,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시대.

무더기 실업자들, 등장인물 10명 안팎, 그리고 대사가 없다면? 예술영화 마니아가 아니라면 구태여 접근하고 싶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채플린의 영화라면 상황이 180도 달라집니다. 채플린은 코미디 배우의 원조이자, 영화계의 대부로 통하니까요. 그의 모든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고, 예술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제작된 지 80년이 지난 이 흑백영화에 성인은 물론, 어린이부터 청소년들까지 열광한다는 사실, 참 놀라운 일입니다.

이 영화는 찰리 채플린의 다른 작품이 그렇듯 페이소스와 유머가 버무려진 미학으로 현실의 문제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채플린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와 연출을 도맡는 방식의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하여, 중고 대학생이나 일반인까지 재미와 전문성을 유감없이 맛볼 수 있는 불후의 명작으로 알려진 모던 타임즈는 소중한 인류의 유산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천재의 출현으로 1930년대 영상예술이 급속도로 발전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요.

찰리 채플린은 미국 무성영화의 가장 위대한 스타이자, 20세기에 등장한 첫 번째 미디어의 슈퍼스타로 알려져 있지요. 프랑스의 영화감독 고다르는 채플린을 현대의 다빈치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특별한 인물이었던 그 천재의 불행했던 유년도 주목을 요합니다. 예술세계에 대한 이해는 작가나 연기자 등의 실제 삶이 영감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가 만든 영화에 깃들인 자유에의 갈망과 기계문명 부정, 물질의 속류화에 대한 비판 그리고, 이들 주제의식을 흥미롭고 예술적으로 이끌어주는 풍자와 해학의 미학은 성장배경과 연관하여 보다 폭넓은 이해가 가능해집니다.

채플린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는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이복형과 어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병마와 씨름해야했기에 거의 고아나 다름없이 지내야 했습니다. 후일 자신의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유년기의 채플린은 절대적인 빈곤(貧困) 속에 놓인 무일푼의 부랑아였던 것입니다. 채플린의 유년은 알콜중독자 아버지와 몸과 마음이 아파 병원생활로 평생을 보낸 어머니로 얼룩진 소년원 생활의 외로움과 배고픔으로 요약됩니다. 이는 그의 영화에 흐르는 해학과 풍자의 코드에 담긴 밑그림에 진정성을 부여하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 채플린은 메카시즘의 광기가 휘몰아치던 시대에 공산당이라는 누명을 쓰고 강제추방을 당하는 등 고난의 가시밭길이었습니다. 그는 인생의 말년에 그의 이름으로 전세계를 흔들었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롭게 살았습니다. 1920년대 그의 영화는 흥행성이 너무 커서 어떤 영화사도 그에게 출연료를 지불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따라서 그는 자신이 제작한 영화에만 출연했습니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는 대공황을 맞은 1930년대 미국의 분위기가 배경으로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그 표현방법이 매우 기발한데, 시를 읽는 것처럼 번뜩이는 장면들이 가득 넘칩니다. 버튼을 잘못 누르는 바람에 주인공이 톱니바퀴에 끼어 기계처럼 돌아가는 장면은 기계화로 인한 노동자의 삶이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재치와 비유가 빛납니다. 떠돌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실업, 기계의 노예가 된 노동자와 빈민가의 일상 그리고 가난의 문제를 다루는데 희망을 잃지 않는 의연함이나, 사랑과 연민을 나누는 품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감동을 더해줍니다. 기계화가 진행될수록 현장의 노동 가치는 단순하게 수단시됩니다. 돌아가는 기계에 손만 넣었다 빼는 동작이 반복됩니다. 채플린의 재능은 여기에서 빛이 납니다. 기계 부속품처럼 취급받던 시대의 애환을 놀라운 상상력과 편집기술을 통하여 표현한 그의 영화는 이후 무수한 패러디를 무한 재생하고 있습니다. 놀랍습니다.

채플린은 자신이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과 출연, 작곡까지 전담하는 매우 독립적인 방식으로 작업했는데 키드(1921)는 이렇게 만들어진 그의 초기 대표작입니다. 키드는 채플린의 첫 장편영화로 감동적인 장면과 우스꽝스러운 개그를 리드미컬하게 결합시키는 뛰어난 능력으로 대단한 호평을 받았습니다. 유머와 페이소스를 유려하게 섞어내는 재능을 확인시켜준 것입니다. 채플린의 일련의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과장된 신체 움직임과 섬세한 손동작, 눈을 아래로 내려 뜨거나 수줍어하며 감정의 미묘함과 연약함을 보여주는 표현이 대박입니다. 콧수염을 씰룩거리거나 이빨을 드러내며 크게 웃는 모습, 팔자 걸음걸이, 그리고 지팡이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였습니다. 또한 사물을 우스꽝스럽게 다시 사용하거나, 정교하게 안무한 싸움 동작과 추적, 한바탕 소동 등은 그가 몸으로 보여준 희극 양식이었습니다. 낡은 중절모에 헐렁한 바지, 몸에 꽉 끼는 재킷을 입고, 지팡이를 든 채 작은 콧수염을 붙인 떠돌이 캐릭터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황금광 시대의 벼랑 끝에 걸린 오두막이라든가 배고픈 찰리가 자신의 구두를 삶아 먹는 장면을 떠올려 보십시오. 상징적인 이미지들로 가득 찬 이 작품은 충만한 영화적 경험을 안겨 주면서 다시 한 번 유머와 페이소스를 유려하게 섞어내는 재능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현대의 테크놀로지와 조화하지 못하는 떠돌이 찰리를 주인공으로 하여, 기계화되고 자동화된 산업사회와 문명,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인간 소외의 문제를 탁월한 풍자를 통해 형상화한 모던 타임즈에 집중하는 시간들이 앞으로도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누구와 함께라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 1순위로 영원히 변함없이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 시간들 속에서 내 안의 페이소스와 웃음이 보다 숙성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1936 제작, 미국, 찰리 채플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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