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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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1930-1993)시인,그는 남다른 삶의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서울대 상대 경제과를 다니다 중퇴를 하고 1967년에는 동백림 간첩사건으로 6개월간의 옥고를 치르고, 그후 어떤 연유에서인지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기까지 했다. 참으로 힘든 시기를 지낸 천상병은 행려병자가 되기도 했고 그런 자신의 망가진 삶속에서도 어쩌면 정신은 맑아서 보이지 않는 수 많은 시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1970년 창작과 비평에 귀천이란 시를 발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중략)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하늘로 돌아가리라.//라고 단언하는 시를 발표한다. 순수 서정성을 지닌 천상병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 이미 하늘에서 살았던 사람이다. 그러기에 그는 다시 하늘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그것도 이제 소풍이 끝났으니까. 여기서 소풍은 정말 우리네 사람들이 평생 살아온 삶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지만 살다가 잠시 바람 쐬러 나갔다 오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잠시 여행을 갔다 오는 것일 수도 있다. 이제 그게 다 끝났으니 원래 있던 곳 하늘로 돌아간다고 단언하는 메시지를 남긴다. 이 시는 연약하게 쓴 것 같지만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고도 볼 수 있다. 내가 다시 하늘로 돌아간다고 단언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여기서 그는 지상에 머물렀던 육신을 가져 갈 수는 없다. 바로 영혼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가 살아 있는 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는 그걸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한다. 바로 시인만이 할 수 있는 삶의 철학적 방식이 따로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가난했지만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건 평소 욕심없이 살았고 가난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그 자체를 즐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