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시인이 사랑하는 한 편의 시=박노해의 우리아기 자장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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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이 사랑하는 한 편의 시=박노해의 우리아기 자장자장
  • 김명수 시인
  • 승인 2021.02.0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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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는데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엄마 품에 안겨서

자장자장 노래에 스스로 잠이 든다

토닥토닥 자장가 소리가 들려오면

밤의 어둠도 무섭지 않았네

비바람 몰아쳐도 두렵지 않았네

자장자장 우리아기 잘 자거라 우리아가,

 

세상에서 가장 욕심 없는 그 노래를 들으며

나는 우주의 숨결 따라 깊은 잠이 들었으니

 

세상에서 가장 평온하고 아름다운 모습,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런 모습 그게 무얼까 생각해 본다. 그건 아마도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고 키워 본 사람들이라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아기가 젖을 먹다가 땀을 흘리며 쌔근쌔근 잠자는 모습이 아닐까. 아기를 낳아서 길러 본 엄마라면 누구나 그 순수하고 천사 같은 아기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젊은 시절 그런 아기가 잠자는 것을 본 친구가 아 나도 빨리 저렇게 예쁜 아기 하나 낳고 싶다고 아주 부럽게 말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렇게 가장 예쁘고 사랑스런 아기의 모습을 뵨 엄마는 그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인간에게는 사육의 기쁨이란 게 있어서 아기가 이마에 땀방울을 송송 맺혀가면서 젖을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면서 잠시 행복감에 젖기도 한다.

박노해, 일찍이 얼굴 없는 시인으로 유명한 그가 이런 글을 썼다. 1957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16세 상경,낮에는 노동자,밤에는 선린상고에 다니고 1964년 시집 노동의 새벽 출간,군사독재하에서도 무려 100만부가 팔리면서 당시 잊혀지던 천만 노동자의 목소리가 되고 젊은 대학생들을 노동현장으로 뛰어들게 하면서 한국사회와 문단에 큰 중격을 주게 된다.

당시에 감시를 피해 사용한 박노해의 필명은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이란 뜻으로 이 때부터 얼굴 없는 시인으로 활동 한다.그가 사노맹에 연루되어 76개월 수감 후 석방되고 민주화운동유공자로 복권되었으나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보상금을 거부하고 2000년 생명 평화 나눔을 기치로 한 사회운동단체 나눔 문화를 설립했다. 그러면서 이라크 ,중동, 아시아, 중남미 등을 다니면서 가난과 분쟁현장에 평화활동을 해왔다.

낡은 흑백카메라로 기록해온 사진을 모아 2010년 첫 사진전(세종문화회관)을 열고 그 사진과 함께 에세이집 다른 길을 출간했다. 따라서 오늘도 국경 너머 고통과 슬픔을 끌어안고 삶의 공동체인 나눔 농부마을을 세워가며 새로운 사상과 혁명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이상 다른 길에 수록된 박노해 요약) 그는 2020년 까지 18번째 사진전을 열었다.

여기에 소개된 자장자장 우리 아가는 에세이집 다른 길(2014)에 수록된 작품이다. 비교적 어렵게 사는 나라이면서 공식적인 지도에 잘 나와 있지 않은 마을을 찾아 사진을 찍고 자신의 길을 찾아다니며 쓴 유랑노트속의 글들이 진솔하게 다가온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 속에서 건진 흑백 사진들 그 사진 중에도 엄마 품에 안겨 잠이든 아기는 밤의 무서움도 비바람 몰아쳐도 두렵지 않음을 표출시키고 있다. 그건 바로 무엇보다 따뜻한 엄마의 품에 포근히 안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세상에서 가장 욕심 없는 노래 엄마의 자장가를 들으며 곤히 자는 아가의 평화스런 모습을 전하면서 박노해는 우리 사회가 또 전 세계가 안고 있는 자기만의 욕심, 그 욕심에서 나오는 갖가지 부작용들을 보고 부끄러워하고 정화시켜 나가도록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을 것이다.

본인 스스로 민주화운동보상금을 거부하고(민주화 운동에 해당되지 않으면서 민주화유공자라고 보상금을 받는 사람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지 않을까) 나눔 농부마을을 세워 조용히 주변정화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그는 글과 사진을 병행하면서 우리 사회에 끝없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그의 평화나누기에서 말하듯 더 좋은 사람이 되고 ,폭력 앞에 비폭력으로 ,그리고 따뜻이 평화의 씨앗을 눈물로 심어 가는 것이라고.(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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