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방탄 출마’와 가문정치의 그림자 … 공주 민심이 던진 경고
류석만 투어코리아뉴스 충남·대전·세종 취재본부장.
충남 공주시에서 29일 터져 나온 민심은 단순한 지역 반발이 아니다.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보궐선거 출마설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 정치의 오래된 병폐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방탄 출마’, ‘가문정치’, 그리고 ‘사돈 찬스’라는 거친 언어들이 한꺼번에 등장한 이유는 분명하다.
정치가 책임이 아닌 방어의 수단으로 의심받는 순간, 그 정치는 이미 신뢰를 잃은 것이다.
시민단체가 제기한 ‘불체포특권을 방패로 삼으려는 출마’라는 비판은 과격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과격함 자체가 지금의 불신 수준을 말해준다.
의혹이 있는 정치인이 선거에 나서는 것이 문제라기보다, 그 동기가 ‘책임 회피’로 읽히는 구조가 문제다.
더 뼈아픈 지점은 따로 있다. 반세기를 넘긴 정치 가문의 영향력이다.
부친, 본인, 그리고 인척으로 이어지는 권력의 계보가 지역 정치의 중심을 장기간 점유해왔다는 지적은 단순한 공격이 아니다.
지역구가 특정 집안의 ‘정치적 기반’처럼 작동해왔다는 인식이 쌓인 결과다.
정치가 공적 경쟁이 아니라 사적 승계처럼 보이는 순간, 유권자의 냉소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공천권을 쥔 인사와의 친인척 관계까지 겹치며 ‘사돈 찬스’ 논란이 불거졌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의심이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환경 자체가 이미 공정성에 균열이 가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에서 공정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증명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과정부터 의심받고 있다.
이번 공주·부여·청양 보궐선거는 단순한 의석 하나를 채우는 선거가 아니다. ‘정치의 기본’에 대한 시험대에 가깝다.
유권자들은 묻고 있다. 정치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그 자리가 책임을 지는 자리인지, 아니면 책임을 피하는 자리인지.
정치권이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답은 결국 투표함에서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생각보다 더 냉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