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국은 만개했는데 행정은 시들었다 … 악취에 갇힌 공주 유구전통시장

2026-06-17     박명규 기자
▲박명규 뉴스채널1 충남·세종 취재본부 국장.

충남 공주시 유구읍이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 잡은 유구색동수국정원에는 형형색색 수국이 만개했고,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유구전통시장에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수국의 향기도, 전통시장의 정겨운 풍경도 아니다. 코를 찌르는 음식물 쓰레기 악취와 바닥에 고인 침출수, 그리고 무분별하게 쌓인 쓰레기 더미다.

도대체 누가 관광명소의 관문에 음식물 쓰레기 집하장을 만들어 놓은 것인가.

유구전통시장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2026년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문화관광형시장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비 지원을 통해 다양한 특화사업과 관광 콘텐츠 개발이 추진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시장의 얼굴인 입구는 행정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

관광객들은 공주시가 조성한 전통시장 전용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시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시장으로 들어가는 길목 한복판에 대형 음식물 쓰레기 수거통이 버티고 서 있다.

주말이면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악취는 더욱 심해지고, 침출수는 바닥을 적신다. 파리와 해충까지 들끓는 광경은 관광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수국축제를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관광객들이 차량 문을 열자마자 코를 막아야 하는 현실. 이는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니다. 관광도시의 이미지를 스스로 훼손하는 자해 행위에 가깝다.

더 답답한 것은 공주시가 그동안 관광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왔다는 점이다. 수국축제, 섬유축제, 백제문화제 등 수많은 관광자원을 홍보하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환경 관리는 놓치고 있다.

관광은 거창한 슬로건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아무리 화려한 홍보 영상을 제작하고 대규모 축제를 개최해도 관광객이 현장에서 마주하는 첫 장면이 쓰레기와 악취라면 모든 노력은 무의미해진다.

관광객들은 보도자료가 아닌 현장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문제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인들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고, 관광객들의 불만도 반복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야간 불법투기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그럼에도 개선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는 단순한 쓰레기 문제가 아니라 행정의 우선순위에 관한 문제다.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관광객을 불러 모으면서 정작 관광객이 가장 먼저 보는 장소는 관리하지 못한다면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이라는 구호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관광객 동선을 고려하지 않은 시설 배치와 허술한 관리체계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공주시는 이제 답해야 한다.

왜 관광객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시장 입구에 음식물 쓰레기 수거시설이 설치돼 있는가. 왜 주말 내내 악취와 침출수가 방치되는가. 왜 100년 전통시장의 얼굴이 쓰레기 더미로 가려져야 하는가.

문화관광형시장은 정부 지원사업 선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관광객이 다시 찾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다.

지금 유구전통시장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청사진이 아니다. 쓰레기 수거시설 이전, 주말 수거체계 보완, 위생관리 강화 같은 가장 기본적인 행정이다.

수국은 만개했다. 관광객도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시장 입구에는 여전히 쓰레기 냄새가 진동한다.

공주시가 진정 문화관광도시를 꿈꾼다면, 가장 먼저 치워야 할 것은 쓰레기통이 아니라 시민과 관광객의 불만을 외면하는 안일한 행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