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5억은 아직 정산 중인데 "거의 끝났다"?…혈세 앞에 애매한 설명은 없다

2026-07-16     안연옥 기자
▲안연옥 뉴스채널1 기자.

공공예산은 누구의 돈인가.

답은 분명하다. 국민과 주민이 낸 세금이다.

그래서 공공예산은 단 1원의 사용처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단 한 장의 영수증도 검증을 견뎌야 한다. 이것은 행정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최근 부여군체육회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보조금 정산이 늦어지고 있다는 문제가 아니다.

부여군청은 지난해 부여군체육회에 지원한 약 32억5000만원 가운데 최종 정산 승인이 완료된 금액은 약 7억2000만원이며, 나머지 약 25억원은 현재도 증빙자료를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체육회장은 "작년 것도 일부만 남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이렇게 다른 설명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산의 기준이 다른 것인지, 최종 승인에 대한 인식이 다른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소통의 문제인지 지금으로서는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있다.

공적 자금의 집행 현황에 대해 관리기관과 집행기관의 설명이 크게 엇갈린다는 사실 자체가 주민들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 논란은 올해 초 불거진 백마강배 전국 용선경기대회 보조금 유용 사건 이후 제기됐다는 점에서 더욱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물론 이번 대규모 미정산이 곧바로 위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산 지연과 횡령이나 보조금 부정 집행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문제다.

실제 위법 여부는 회계자료와 계좌 흐름, 증빙자료 등을 토대로 객관적인 검증을 거쳐 판단될 사안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의문까지 덮어둘 수는 없다.

오히려 이런 상황일수록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설명과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이다.

행정이 신뢰를 얻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있는 그대로 검증받으면 된다.

자료를 내놓고, 절차를 설명하고, 결과를 공개하면 된다.

공공기관이 스스로 책임을 다하고 있다면 객관적인 검증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지방보조금은 공공의 돈이다.

그래서 집행도 공공의 기준을 따라야 하고, 정산도 공공의 눈높이에서 이뤄져야 한다.

지금 지역사회가 원하는 것은 누군가를 미리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이 아니다.

왜 정산이 늦어지고 있는지, 현재 절차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앞으로 언제 어떤 기준으로 마무리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다.

행정은 신뢰 위에서 작동한다.

그 신뢰는 "문제가 없다"는 말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자료와 절차에서 만들어진다.

혈세 앞에서는 그 어떤 애매한 설명도 설득력이 될 수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해명이 아니라 투명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