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뜨거워진 바다 앞에서 … 태안의 절박한 외침은 대한민국 수산업의 ‘경고음’이다
바다가 변했다.
예전에는 계절의 변화가 어민들의 삶을 결정했다면, 이제는 기후위기가 바다의 운명을 흔들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끝없이 치솟는 해수온은 더 이상 예외적인 자연현상이 아니다. 어민들에게는 매년 반복되는 생존의 위협이 됐다.
충남 태안군이 정부를 향해 던진 메시지는 그래서 무겁다.
"피해가 난 뒤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어업을 지킬 수 없다. 이제는 생존을 위한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
윤희신 태안군수는 지난 6일 고수온 피해 현장을 찾은 해양수산부 차관에게 양식어가의 현실을 직접 설명하고,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강하게 요청했다.
현장에서 드러난 상황은 절박했다.
태안군이 고수온 피해 예방을 위해 신청한 긴급방류 대상 양식어류는 437만 마리. 하지만 현재 정부 배정 물량은 91만7000마리에 불과하다.
어민들이 필요로 하는 규모와 실제 지원 사이에는 345만3000마리라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한 해 농사를 바다에 맡긴 어민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다. 수온 상승으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면 피해는 양식장 하나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료업체, 수산물 유통업체, 지역 상권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린다.
태안군이 요구한 것은 단순한 피해 보상이 아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대책이다.
근흥면 가의도 인근 냉수대 해역을 활용한 기후변화 대응 가두리 시설 조성은 반복되는 고수온 피해를 사후 복구가 아닌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이다.
기후가 바뀌었다면 어업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더 이상 과거의 바다를 기준으로 미래의 어업을 설계할 수 없다.
태안군은 이와 함께 긴급 대응 예산 23억9000만 원을 투입하며 현장 방어에 나섰다. 조류 소통 그물, 면역증강제, 수중펌프 등 예방 장비 지원은 물론 액화산소와 차광막 지원까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특히 윤희신 군수가 직접 양식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살피고 정부 지원 확대를 위해 발로 뛰는 모습은 지역 행정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해양환경 변화는 한 지역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태안군의 이번 건의는 특정 지역의 요구가 아니라 대한민국 수산업 전체를 향한 구조 요청에 가깝다.
정부는 이제 고수온 피해를 매년 반복되는 재난 지원 항목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냉수대 활용 대체어장 조성, 긴급방류 확대, 항만 안전 인프라 확충 등 장기적인 생존 전략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바다가 뜨거워지고 있다.
그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바로 어민들이다.
오늘 태안의 외침을 외면한다면 내일은 전국 수산업의 위기가 될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 어업을 지키는 일은 곧 지역경제를 지키는 일이며 국민의 먹거리를 지키는 일이다.
뜨거워진 바다 앞에서 태안군이 던진 질문에 정부가 답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