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의 소나무를 지켜라”…윤희신 군수, 재선충병과 전면전
태안 소나무림 1만5,057ha…산림의 69%가 ‘재선충 취약지’ 감염목 749본→3만4,783본…1년 새 46배 폭증 전문가 “실제 감염목 20만 본 이상” 추정…행정 집계조차 따라가지 못해 윤 군수, 산림청장 만나 2027년 국비 50억원 긴급 건의 도비 30억원·산림재난대응단 42명 확대 요청…“예산·인력 총동원해 태안 해송림 사수”
충남 태안군의 소나무가 벼랑 끝에 몰렸다.
바닷바람을 막고 태안의 해안 풍경을 만들어온 울창한 해송림이 소나무재선충병이라는 치명적인 산림병해충 앞에서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행정기관이 확인한 감염목만 올해 3만 4783본.
지난해 749본에서 무려 46배 증가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바라보는 피해 규모는 행정 통계보다 훨씬 크다.
전문가들은 현재 태안 관내 감염목이 20만본 이상일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확산 속도가 방제 역량을 앞지르자 결국 윤희신 태안군수가 직접 정부청사로 향했다.
‘소나무재선충병과의 전쟁’을 사실상 선포하고 중앙정부 지원 확보에 사활을 건 것이다.
■ 태안 산림의 69%가 소나무…한 번 무너지면 ‘관광 태안’도 흔들린다
태안이 재선충병에 유독 취약한 이유는 분명하다.
태안군 전체 산림면적은 2만 1708ha.
이 가운데 무려 1만 5057ha, 69%가 소나무림이다.
소나무는 단순한 산림 자원이 아니다.
태안의 대표 관광지와 해안 곳곳을 둘러싼 해송림은 해풍과 염해를 막는 방풍림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태안을 상징하는 핵심 관광자원이다.
따라서 재선충병 확산은 단순한 산림 피해를 넘어 태안의 관광경관과 생활권 안전, 지역경제까지 위협하는 문제로 번질 수 있다.
특히 감염목이 급증하면서 생활권 주변 고사목이 늘어날 경우 강풍이나 폭우 때 쓰러짐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도 커진다.
■ 749본에서 3만 4783본으로…1년 만에 46배 폭증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숫자다.
태안에서 지난해 확인된 감염목은 749본이었다.
하지만 올해 시료 채취를 통해 확인된 감염목은 3만 4783본으로 치솟았다.
1년 만에 약 46배 증가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숫자가 실제 피해 규모를 모두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태안 지역 감염목이 20만 본 이상일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행정기관이 확인한 숫자와 현장에서 추정하는 피해 사이에 큰 격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재선충병은 감염 이후 나무를 되살릴 수 있는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신속한 제거가 핵심이다.
감염목을 발견하고도 제거가 늦어지면 매개충을 통해 주변 소나무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지금 태안에는 ‘발견하면 제거하는 방제’보다 ‘확산을 차단하는 총력 방제’가 요구되고 있다.
■ 윤희신 군수, 산림청장 직접 만나 “국비 50억원 지원해 달라”
급격한 피해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윤희신 태안군수가 직접 중앙정부를 찾았다.
윤 군수는 12일 대전정부청사를 방문해 박은식 산림청장을 만나 태안의 소나무재선충병 발생 현황과 방제 실적을 설명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핵심 요구는 2027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 국비 50억원이다.
구체적으로는
수종전환 10억원, 생활권 고사목 제거 40억원 등이다.
단순히 감염목 몇 그루를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가 심각한 지역의 수종 자체를 바꿔 재선충병 확산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또 생활권 주변 고사목을 신속하게 제거해 군민 안전과 관광지 경관을 동시에 지키겠다는 것이다.
■ 국비만 기다리지 않는다…충남도에도 30억원 요청
태안군은 중앙정부뿐 아니라 충남도와의 공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윤 군수는 지난 4일 충남도지사를 만나 도비 30억원 지원을 요청했다.
세부적으로는 예방나무주사 20억원, 생활권 고사목 제거 10억원 이다.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인력 확대도 요구했다.
현재 산림재난대응단 인력을 22명에서 42명으로 확대해 달라는 것이다.
재선충병은 예산만 있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감염목을 찾고, 진단하고, 벌채하고, 운반·처리하는 현장 인력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피해 면적이 넓어질수록 장비와 인력 부족은 곧바로 방제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태안군도 TF 신설…특별방제구역까지 지정
태안군은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자체 대응체계도 강화했다.
지난 8월 3일 ‘소나무재선충병 대응 TF팀’을 신설했다.
이어 8월 5일 태안군 전역이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고시됐다.
방제에 행정력을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규모다.
감염목이 수만 그루를 넘어 실제 피해가 20만 본 이상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예산과 인력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태안군이 중앙정부에 지속적이고 다년간의 국비 지원을 요구하는 이유다.
■ “심각한 곳은 소나무를 포기하고 숲을 살린다”
태안군의 방제 전략 가운데 핵심은 ‘수종전환’이다.
피해가 극심한 지역까지 기존 소나무림을 고집할 경우 재선충병이 다시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해가 집중된 곳은 다른 수종으로 전환해 확산 고리를 끊고, 보존 가치가 높은 해송림과 생활권 주변 소나무는 집중 관리하는 방식으로 방제 전략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태안은 해안 관광지가 많다는 점에서 생활권 고사목 제거도 시급하다.
고사목이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해수욕장과 도로, 주거지 주변에 방치될 경우 안전사고는 물론 태안의 관광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 ‘소나무를 지키는 일’이 곧 태안을 지키는 일
윤희신 군수가 정부청사까지 직접 찾아간 배경에는 단순한 방제 예산 확보 이상의 절박함이 있다.
태안의 소나무는 군민들에게 오랫동안 익숙한 풍경이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해송림은 태안을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자연경관이기도 하다.
소나무가 집단 고사하면 단순히 나무 몇 그루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태안의 해안 경관이 바뀌고, 방풍림 기능이 약화되며, 관광자원의 가치도 훼손될 수 있다.
한번 베어낸 소나무를 다시 울창한 숲으로 만드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린다.
지금의 방제 성과가 향후 태안의 산림 모습을 결정할 수도 있는 이유다.
■ “이번에는 행정이 재선충보다 빨라야 한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속도다.
감염목을 얼마나 빨리 찾느냐.
찾은 나무를 얼마나 빨리 제거하느냐.
주변 산림으로 번지는 것을 얼마나 신속하게 차단하느냐.
그리고 피해가 심각한 지역을 얼마나 빠르게 수종전환하느냐가 관건이다.
태안군은 이미 TF팀을 만들고 특별방제구역 지정까지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력과 정부 지원이다.
국비 50억원과 도비 30억원이 실제로 확보되고 현장 인력이 확대된다면 방제 역량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예산과 인력 지원이 지연되면 올해 확인된 3만 4783본은 또 다른 감염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 윤희신 군수 “어떠한 수단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지킨다”
윤희신 태안군수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태안의 울창한 해송림은 군민의 소중한 재산이자 태안 관광의 핵심 자원인 만큼, 어떠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며 “충남도와 협력해 산림청 등 중앙부처를 지속 방문하고, 국·도비를 단 한 푼이라도 더 확보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 사활을 걸겠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태안군의 산림 사수전’이다.
그러나 이번 전쟁은 태안군 혼자 치를 수 없다.
감염목이 수만 그루를 넘어섰고 실제 피해 규모가 그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충남도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속도’다
태안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재선충병이 더 넓은 해송림으로 번지기 전에 확산 고리를 끊을 것인가, 아니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뒤 뒤늦게 수습에 나설 것인가.
749본이 3만 4783본이 되는 데 걸린 시간은 1년이었다.
그렇다면 다음 1년은 달라야 한다.
태안군의 TF 신설과 특별방제구역 지정이 실질적인 방제 성과로 이어지고, 충남도와 정부가 충분한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국비 50억원과 도비 30억원 지원이 단년도 사업에 그치지 않고 다년간 지속 가능한 방제 재원으로 연결돼야 한다.
소나무재선충병은 행정구역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나무가 죽은 뒤 돈을 투입하는 행정이 아니라, 나무가 죽기 전에 사람과 장비와 예산을 투입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태안의 소나무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번에는 행정이 재선충병보다 빨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