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시인이 사랑하는 한 편의 시=박두진의 어머님에의 헌시
상태바
김명수 시인이 사랑하는 한 편의 시=박두진의 어머님에의 헌시
  • 김명수 시인
  • 승인 2021.05.03 2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래 잊어버렸던 이의 이름처럼/ 나는 어머니 어머니라고 불러보네

어머니 어머니 하고 불러보면/나는 먼 어렸을 때의 어린 아이로 되 돌아가

 

그리고 눈물이 흐르네/ 내가 이 세상에서 처음 입을 떨 때/부르던 첫 말

그 엄마 지금은 안계시고/이 만큼이나 나이가 들어서야

어머니 어머니라는 이름의 /뜻의 깊이를 아네

 

애뙤고 예쁘셨던/꽃답고아름다우셨을 때의/어머니보다는

내가 빨던 젖이/빈 자루처럼 찌부러지고/이마에는 주름살

머리터럭 눈같이 희던 때의/가난하고 슬프신/그 모습 더 깊이 가슴에 박혀

지금도 귀에 젖어/음성 쟁쟁하네/지금 이렇게 나 혼자 외로울 때

마음 이리 찢어지고/불에 타듯 지질릴 때/그 어머니 지금

 

내 곁에 계시다면 /얼마나 힘이될까/얼마나 위로가 될까

얼마나 조용조용 드리고 싶은 말씀이 많을까/어머니 어머니

오래오래 잊어버렸던 이의 이름처럼/지금은 이미 없는 /머나먼 이름

뜨거운 이름/눈물의 이름/사랑의 희생의 영원의 이름/ 이제사 그 어머니

어머니라는 부름의 뜻을 알겠네./어머니라는 이름/뜨거운 눈물의 이름을 알겠네

 

****

오월이 왔다. 싱그러움이 가득 한 달, 주변이 온통 초록과 꽃의 힘으로 아름답고 젊고 힘찬 기운이 솟는 듯 한 느낌이 오는 달이기도 하지만 그 어느 달보다 아픔과 슬픔이 많은 달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가정의 달이라 하여 가정과 연관된 모든 기념일들이 한꺼번에 몰려 있다.. 어린이날(5)을 비롯해서 어버이날(8) 스승의 날(15)이 모두 함께 들어 있으니 가까이 또는 멀리 계신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고마운 인사를 드리기도 해야 하는 몸과 마음이 조금 바쁜 달이기도 하다. 더구나 부부의 날(27)도 들어 있으니 우리 사회 속에서의 사람들은 이런 저런 얽혀 있는 인간관계속에서 바쁘고 또 바쁜 날들을 보낸다.

 

위의 시는 박두진 시인이 195958일 어머니날을 기념하여 쓴 시이다. 요즘은 어버이날이라 하지만 그 당시는 어머니날만 있었다. 그 뒤 사회적으로 볼 때 왜 아버지날은 없느냐 하여 아버지날을 정하면 또 번거로울 것 같아 정부에서 2007년부터 어버이날 하나로 통일하여 지금까지 써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혹자는 다시 어머니날을 따로 돌려달라(?)고 한다 하는데 글쎄, 웬만하면 하나로 그냥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위 내용을 잘 읽어보면 (어머니,어머니/지금은 없는 어머니 이름/이제 사 그 어머니라는 부름의 뜻을 알겠네) 풍수지탄(風樹之嘆)의 내용을 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樹慾靜而風不止恣慾養而 親不待) 이는 일찍이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아니하고, 자녀는 부모를 봉양하고자하나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뜻으로 공자가어의 치사 속에 있고 한시외전 9권에도 수록되어 있다. 읽어보면 읽어볼수록 젊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어머니에 대한 정감이 나이 들어 가면서 절절하게 다가옴을 알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어머니에 대한 그 사무치는 고마운 정이 피부로 느껴지지만 이제 이 세상에 안계시니 이를 어쩌리오. 조용히 어머니 어머니하고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고 이제 효도하는 것을 누가 시키지 않고 나 스스로 하려는 마음이 앞서고 있는데 어머니는 이미 다른 세상으로 가셨으니 이를 어쩌리오. 그래서 어머니에 대한 추모하는 마음이라도 제사 때나 명절 때에 더 하려고 하니 이야말로 논어의 학이편에서 증자가 말하는 신종추원(愼終追遠,부모의 장례를 신중하게 정성스레 모시고 먼 조상까지 제사를 정성스레 모시면 백성들의 덕이 두텁게 된다는 뜻))이라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오래전부터 효 의식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왔기 때문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게 표현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박두진 시인이 아버지에 대한 표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산이 좋다는 시에서 ,산은 늘 따스한./ 여인의 품 어머니의 품. 아버지의 품.(산이좋다에서)이라 했고 철쭉꽃이란 시에서는 철쭉꽃이 화안하게 필 때면 /더욱 못 견디게 /아버지가 생각난다 /하고 노래하고 있다. 이는 아버지가 심은 철쭉곷을 바라보며 아버지를 그리는 시이다. 아버지를 회상하며 절절했던 추억을 시속에 담아두고 있는 것이다.

 

오월, 그 푸르른 날 우리 모두는 다시 한 번 부모님을 생각하며 카네이션 한 송이, 감사한 마음의 손 편지 한 장, 아니면 찾아뵙고 따스한 손 한 번 더 잡아드리면서 뜻 깊은 시간을 갖어보는 아름다운 효의 시간을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E)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