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시인이 사랑하는 한 편의 시=화가 이중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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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이 사랑하는 한 편의 시=화가 이중섭의
  • 김명수 시인
  • 승인 2021.05.2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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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말
▲김명수시인 사진=시아북
▲김명수시인 사진=시아북

 

 

높고 뚜렷하고

참된 숨결

 

나려 나려 이제 여기에

고웁게 나려

 

두북 두북 쌓이고

철철 넘치소서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아름답도다 여기에

맑게 두 눈 열고

 

가슴 환히

헤치다

 

이중섭은 분명 화가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를 보고 그림으로 시를 쓰고 그림으로 편지를 쓰고 그림으로 대화를 하는 사람이라고도 한다. 그림으로 못 다한 이야기는 편지를 써서 남겼다고 한다.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부득이 일본인 아내와 두 아들을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살게 되었을 때 많은 편지들을 주고 받았다. 특히 그가 결혼전인 1941년경에 일본어로 보낸 편지들은 그의 일본인 처 이남덕 여사가 앨범형태로 간직하고 있었고,나머지는 1953년에서 55년까지 병세가 악화되기 이전까지 주고 받은 편지를 모아서 책으로 내게 되었는데 이 때 일본어에 해박했던 박재삼 시인이 번역을 했고 1980년 한국문학사에서 이중섭 서한집, 그릴 수 있는 사랑의 빛깔까지 란 책으로 출판하게 되었다. 이 때 책의 맨 앞에 바로 이 중섭의 소의 말 이라는 시가 실려 있다. 그런데 이 시는 이중섭이 1951년 제주도로 피난가서 살게 되었는데 피난처였던 방에 이중섭이 이 시를 써 붙여 놓았던 것을 조카인 이영섭씨가 암송해서 기록해 놓았다(그릴 수 있는 사랑의 빛깔까지도에서)고 전해지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말로써 수다를 떨고 말로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 모이는 시간이나 환경에 따라서는 그림,음악,수화 등의 형태로 자신을 나타내고 설명하는 경우도 많다. 바로 이중섭은 그림을 그리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상징적 의미가 큰 그림보다는 이 말 저 말 속 말가지 마음대로 표현 할 수 있는 편지를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열심히 전달했던 것이다. 비록 편지의 처음 말이 지난번과 같다고 하더라도 받는 사람의 입장은 언제나 반갑고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중섭이 일본인 이남덕 여사에게 보내는 편지의 대부분이 나의 소중한 남덕군,또는 귀여운 남덕, 귀엽고 소중한 남덕,나 혼자만의 귀여운 남덕,나의 살뜰한 남덕,나의 하나의 남덕 등 상대방의 이름을 꼭 불러주면서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변하지 않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음을 똑 같은 말 똑 같은 형태의 글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수업이 반복하면서 전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편지 하나로 봐서는 이중섭과 그 일본인 처는 분명 많이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있으며 그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을 그림을 통해서 메꾸고 편지로써 수없는 대화를 나누면서 사랑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던 것이다.

이 시에서 좀 설명이 필요한 것은 나려 나려 라고 반복해서 쓴 단어와 두북 두북 쌓이고의 말 뜻이다. 아마도 이것은 한글 국어사전에 설명이 없는 걸 보면 제주도에서만 쓰는 방언 일 수도 있는데 소가 무언가 말을 하려는데 그 말이 두북 두북 쌓였다는 것은 아닌지. 시를 쓰는 사람들이 향토어나 방언을 쓰는 것은 특색을 나타내기에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나 이렇게 시간이 흘러 읽는 사람들이 무슨 뜻인지 모를 때는 참 난감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백석 시인은 방언이나 토속어를 많이 쓴 것으로 유명하다. 이 중섭은 소를 통해서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이라고 세상 사람들에게 말 하고 있다. 이는 소가 주는 이미지가 농사꾼이나 장사꾼 또는 다른 부류의 사람에 따라 받아드리는 느낌이 다르듯이 자신의 삶도 그랬을 것이다. 아무튼 이중섭의 소는 오늘 날 그림을 통해 거듭나고 있으며 여기에 소개한 소의 말은 이중섭이 수 많은 그림을 통해 말하려고 한 것 못지않게 자신의 마음을 그린 한 편의 소중한 시 임에 틀림없다.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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