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시인이 사랑하는 한 편의 시=이시영의 나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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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시인이 사랑하는 한 편의 시=이시영의 나의 나
  • 김명수
  • 승인 2021.06.19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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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나

 

▲김명수시인 사진=시아북
▲김명수시인 사진=시아북

여기 앉아 있는 나를 나의 전부로 보지 마

나는 저녘이면 돌아 가 단란한 밥상머리에 앉을 수 있는

나 일 수도 있고

여름이면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날아 가

몇 날 며칠을 광포한 모래 바람과 싸울 수 있는

나 일 수도 있고

비 내리면 가야산 해인사 뒤족 납작바위에 붙어앉아

밤새 사랑을 나누다가 새벽녘 솔바람 소리 속으로

나 아닌 내가 되어 허청허청 돌아 올 수도 있어

여기에 이렇듯 얌전히 앉아 있는 나를

나의 전부로 보지 마.

 

누구든 어느 날 문득 거을 속의 나를 보고 깜짝 놀랄 수가 있다. 겉으로 보여 지는 내가, 내가 다 아닌 것으로 생각될 때가 있고 어느 날은 나도 모르게 내가 아닌 행동을 할 때도 있고 그래서 나도 모르는 행동으로 힘들어 할 때도 있다. 그러니까 내 안에는 나 아닌 또 다른 내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애기다.

이 시를 보면 화자는 거울 속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한 듯 말한다.자신도 알 수 없는 또 다른 인격체를 가진 자신이 거을 앞에 얌전히 앚아 있는 나를 나의 전부라고 보지 말아 달라 라고 말한다.어찌 보면 평온 한 듯한데 어쩌면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칠 것도 같은 분위기를 갖게 한다.

 

몇 년전에 다중인격을 주제로 만든 아이텐티티 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주인공이 23개의 인격을 가진 인물인데 언제 등장 할지 모르는 인격 사이를 오가며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하는 플레처 박사에게만 자신에 관한 얘기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케빈은 지금까지 나타
나지 않았던 24번째의 인격의 지시로 3명의 소녀들을 납치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오래도록 계획했던 비밀스런 일을 꾸민다. 이를 알아차린 소녀들은 도망치려 하는데 소녀들이 그에게서 도망치려 할수록 케빈의 인격은 점점 더 폭주하기 시작한다.
그가 어릴 때 엄마에게서 받은 학대로 인해 본래의 자신은 안으로 숨어 버리고 자신을 지켜 줄 또 다른 나를 만들어 내는 다중인격의 한 부분을 보여 주는 영화다.

 

이 시의 끝부분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나 아닌 내가 되어 허청허청 돌아 올 수도 있어

여기에 이렇듯 얌전히 앉아 있는 나를

나의 전부로 보지 마.

 

한 마디로 말해 인간의 다중성을 얘기하는 한 부분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인간의 내면에는 따뜻하고 사랑스럽고 너그럽고 얌전한 부분도 있지만 차갑고 매몰차고 아주 좁고 사나운 부분들도 함께 존재한다. 희생적이고 봉사적인 반면 이기적이고 아주 자기 중심적인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은 보이는 쪽이 전부가 아니고 안 보이는 또 다른 한 쪽도 매우 중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시이다.(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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