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정종순 공주시의원과 계찰괘검(季札掛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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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 정종순 공주시의원과 계찰괘검(季札掛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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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08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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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용 금강일보 기자
▲ 이건용 금강일보 기자

미국의 기업인 겸 자선사업가인 강철왕카네기는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한번 약속한 일은 상대방이 감탄할 정도로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고 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사람에게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뜻으로, 정치나 개인의 관계에서 믿음과 의리를 강조하는 말이다. 공자의 논어 '안연(顔淵)' 편에서 유래됐다.

()나라 계찰(季札)은 마음 속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왕(徐王)의 묘에 칼을 걸어 놓고 왔다. 언약한 것도 아니고, 당사자가 이미 고인이 된 뒤였는데도 계찰은 마음먹은 약속도 약속이라 여기고 실천에 옮겼다. 바로 계찰괘검(季札掛劍)이다.

크던 작던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다짐이다. 신뢰로 가득한 세상이라면 굳이 손가락을 걸 필요도 없겠지만, 약속을 지키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또 다른 족쇄가 필요한 것은 아닐지. 나폴레옹은 오죽했으면 약속을 지키는 최상의 방법은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까지 했을까.

최근 정종순 공주시의회 비례대표(미래통합당)가 여측이심(?二心, 화장실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으로 논란이 뜨겁다.

비례대표 임기 나누기가 구태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걸 명분으로 내세운 건 비겁한 자기변명이자, 누워 침 뱉기다. 적어도 2년 전에 선언했다면 지금과 같은 구설에 오르지는 않았을 터다.

만일 그랬다면 당원들은 선택을 달리할 수도 있었겠지만. 제도권 정치를 경험하지 못할지언정 배신자또는 변절자로 낙인찍히진 않았을 것이다.

떳떳하다면 자신을 지지해 준 당원들과 특히 합의한 상대방에게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지만, 이 마저도 생략한 것은 된 사람이기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결과적으로 정치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뒤집어 쓸 수밖에 없게 됐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정 의원의 의정활동을 칭찬하고 있다. ‘군계일학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렇더라도 점령군처럼 위세를 떨어서는 곤란하다. 타인의 기회까지 뺏을 권리는 더더욱 없다.

성실한 의정활동은 의원으로서의 당연한 책무다. 후순위 자가 본인만 못하라는 법도 없다. 내가 최고고, 내가 아니면 안 되고,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자만심은 더불어 사는 사회에 독이 될 수 있다.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다른 사람도 마땅히 하기 싫어할 것이기 때문에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공자(孔子)의 가르침이다.

권력에 취하고, 욕심에 취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종래엔 때를 놓쳐 낭패를 보고 후회하는 정치인들을 수 없이 봤다. 농사도, 정치도 때를 가릴 줄 알아야 진정한 고수다. 적기를 놓치면 깡통 차기 십상이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첫 구절이다. 이건용 금강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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