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공주시의회가 던진 화두 ‘죽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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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 공주시의회가 던진 화두 ‘죽음’에 대하여
  • 이건용 칼럼
  • 승인 2020.10.2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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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용 금강일보 기자
이건용 금강일보 기자

세 번째는 죽음에 관한 것입니다. 17살 때 이런 문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바른 길에 서 있을 것이다.

이 글에 감명 받은 저는 그 후 50살이 되도록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묻곤 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할 것이나? 아니오라는 답이 계속 나온다면 다른 길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중략> 여러분들의 삶은 제한돼 있습니다.

그러니 낭비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얽매이지 마십시오. 타인의 잡음이 여러분들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십시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과 영감을 따르는 용기를 가지는 것입니다. ”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잡스가 2005년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 연사로 초정돼 청중을 감동케 한 연설 3가지 중 죽음에 대한 부분이다.

북망산을 보면 마음이 슬퍼지는데, 한 번 가면 다시 못 올 인생이기 때문이네. 만일 사생을 부귀로 바꾼다면, 왕후장상이 어찌 황천길에 있겠는가?’

조선시대 성천(成川)의 기생 소염(小琰)이 쓴 한시다.

최근 공주시의회가 죽음에 대한 화두를 던져 논란을 낳고 있다. 더 엄밀히 말해 세간의 눈총을 사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공주시의회 의회장()에 관한 조례안'이 복병이다.

왕후장상도 죽음 앞에 예외일 수 없고, 망자(亡者)와 죽음에 대해 관대한 것이 우리 문화라고는 하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스스로의 이익을 챙기려는 모습은 그다지 달가운 모습이 아니다.

지역을 위해 힘쓰다 쓰러진 의원을 예우하겠다는데 야박할 이유도 없을 것이나, 장례까지 혈세로 치르겠다는 발상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가 코로나와의 전쟁 아닌 전쟁으로 힘든 시기이기 때문이다.

얄밉도록 기발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고, “머슴을 자처한 그들이 자기네 이익만 챙기는데 몰두해 있다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격론 끝에 임기 중 사망에서 직무 중 사망으로, 기존의 장제비 기준을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본연의 책무는 뒷전인 채 잇속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의회장() 도입이 늦었다고 강변할 수도 있다. 전국 대부분의 의회가 2000년대 초반 홍역을 겪었다. 하지만 조례가 아닌 규칙이나 예규로 규정하고 있어 공주시의회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충남도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또 달게 생겼다.

오는 264차 본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지만, 의회가 친목계수준으로 전락했다는 비아냥과 곳간을 감시해야 할 의회가 희한한 명목으로 곳간을 축내려 한다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묻곤 했습니다,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할 것인가? 아니오라는 답이 나온다면 다른 길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 스티브잡스의 말을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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