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순의 영화이야기=또 하나의 대안가족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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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순의 영화이야기=또 하나의 대안가족을 찾아라!
  • 박명순 작가
  • 승인 2021.03.1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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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싱글』

 

▲ 사진=네이버 영화

싱글은 외롭지만, 다양한 이유로 결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가족의 양상이 다양해지는 와중에 대안가족을 통하여 싱글 탈출을 시도하는 영화가 등장했다. 이 영화의 절반은 새로운 가족 이야기지만, 절반은 아니다. 이들이 만든 대안가족의 사연은 불량스럽고 수상쩍은 욕망에서 출발한다.

▲ 사진=네이버 영화

굿바이 싱글에는 김혜수가 나온다. 싱글 여배우의 자유분방한 일상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김혜수는 자기중심적인 언행이 주특기이다. 그러니 매니저(마동석)는 이 철부지 여배우의 찌라시나 연애스캔들을 막아 주기에 바쁘다. 영화 장면의 절반 이상은 세상물정 모르는 김혜수의 이런 행태와 겉멋부리기의 비주얼에 바쳐진다. 가볍고 볼썽사나운 여배우의 섹시함과 화려함이 채우는 화면 속에 돌연 여중생 단지가 등장하며 둘의 관계를 밀착시킨다. 이 영화는 조숙한 여중생 단지와 철부지 노처녀 고주연이 만나서 유사 모녀관계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 사진=네이버 영화

기세등등하던 여배우가 영원히 내 편이 되어줄 가족이 필요함을 절감한다. 인지도는 하락하고, 사귀던 연하남에게 공개적인 배신을 당하자, 배신하지 않는 사랑은 핏줄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입양을 원하는 단지를 만나면서 이들의 인연은 시작된다. 아기를 낳겠다는 계획이 무산(조기폐경 때문에)된 시점에서 언니와 단칸방에서 사는 가난한 여중생 단지(김현수)의 입양사연을 접한 고주연(김혜수)은 그 아기를 자신이 키우기로 결심한다. 고주연과 단지는 갑을관계로 비밀거래를 하고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이 툭툭 터지는데.

주연이 거짓임신을 발표한 후 인기가 치솟는 과정에서 단지와의 관계가 악화되고 비밀이 폭로된다. 매스컴에 폭로된 거짓임신의 주인공 주연과 단지는 서로에게 이용당했다는 악감정을 지닌 채 헤어진다.

여중생의 임신과 출산의 문제를 공론화할 만큼 이 영화가 진보적 색채를 지니는 건 결코 아니다. 하지만 여자만 비난받는 모순을 꼬집는 참신함이 살아 있으니, 가령 주연이 단지를 감싸주고, 애기 아빠에게 소극적 복수를 감행하는 부분들이다. 애기 아빠는 당당하게 하키 국가대표선수로 활동 하는데 애기엄마만 죄인이 되어 친구와 학교를 떠나야 하는 현실에 던지는 사이다 한방은 통쾌하다. 하지만 주연 역시 단지에게 상처를 입혔음을 깨달았을 때 이들 관계는 모두 끝난 것처럼 보였다.

▲ 사진=네이버 영화

단지와 주연이 서로의 아픔을 나누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건 헤어진 이후이다. 단지에게 기죽지 말라고 했지만 낯선 곳에 방치한 채 자신만의 스케줄에 바빴던 주연은 뒤늦게 단지가 겪었을 외로움을 깨닫고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단지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언니에게 짐짝처럼 얹혀살다가 주연을 만나 의지할 거처를 마련했던 것이다. 하지만 돈이 될 건수를 발견한 언니에게 강제로 끌려가면서 오해는 쌓이고 복잡하게 헝클어진다. 언니는 단지와 주연의 비밀거래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며 협박한다. 주연은 배우로서의 부와 명예가 실추되었고 무일푼 신세가 된다.

단지와 주연의 재회는 다소 신파적이다. 미술대회에 참가하려는 만삭의 단지를 저지하는 학부모 앞에서 주연은 당당하게 보호자 역할을 자처한다.

얘 이렇게 만든 놈은 국가대표 선수로 미국까지 갔는데 얘만얘는 꿈도 못 꾸고 아무 것도 하지 말란 말이냐고요?”

단지는 그림을 그리는 도중 진통이 와서 병원으로 실려 가고, 악의적인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비밀거래의 사연까지 적나라하게 공개된다.

 

피를 나눈 언니는 주연을 협박하여 가로챈 돈으로 외국행 줄행랑이다. 생판 남인 주연이 전 재산과 명예를 걸고 단지와 그 아기를 지킨다는 이야기는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과 같은 맥락이다. 가부장제 결혼에 집착하지 않는 또 하나의 대안가족 이야기는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코끝을 울리는 영상의 위력을 발휘한다.

해피엔딩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마지막 장면은 수수하다. 주연을 떠났던 매니저 가족과 소속사 관계자들이 모여서 먹는 밥알처럼 무채색이다. 갑을관계가 아닌 또 하나의 가족. 주연은 대한민국에서 최고 괜찮은 남자라며 단지에게 자주 보라고 태교를 권유했던 그 뉴스 진행자와 데이트하는 사이가 되었고 독립영화의 단역으로 근근이 밥벌이를 한다. (부와 명예와 인기를 잃었지만 또, 챙길 건 다 챙겼다.)

일단 속 빈 강정의 화려한 싱글탈출에는 성공한 듯하다. 미혼모인 주연과 단지가 대안가족이 되었으니까. , 그러니까 굿바이 싱글은 싱글’(정신적으로 독립한)에게 보내는 예찬인가, ‘대안가족에게 보내는 예찬인가, 조금 헷갈린다.

▲ 사진=네이버 영화

 

굿바이 싱글. 김태곤 감독, 2015 제작, 한국,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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