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시인이 사랑하는 한 편의 시=김소월의 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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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이 사랑하는 한 편의 시=김소월의 진달래꽃
  • 김명수 시인
  • 승인 2021.04.1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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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김명수시인 사진=시아북
▲김명수시인 사진=시아북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우리들은 살아가는 동안에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으면서 기뻐하고 슬퍼하기도 한다. 때로는 그 사랑 때문에 행복감에 젖기도 하지만 괴로움 속에서 헤어나지 못 할 때도 있다. 사랑이란 참 묘한 것이어서 그게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고를 반복하는지 마치 게임(?)의 연속성 같기만 하다.

생각해보니 나는 초등학교부터 모든 학교를 다니는 동안 사랑은 이것이다라고 배운 기억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춘원 이광수의 소설 사랑에 나오는 석순옥의 헌신적인 삶이나 섹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 사랑 등 소설이나 희곡 또는 사랑을 주제로 한 시나 음악 또는 영화 속에서 보고 듣고를 빈복하면서 아, 사랑이 이런 것이로구나 라고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든다. 그래도 사랑은 이것이다라고 명쾌하게 정의를 내리기는 정말 어렵다. 물론 여기서의 사랑의 본질은 부모 형제 그리고 스승이나 친구,이웃이나 직장,동호인들의 사랑도 있지만 그게 아닌 남녀간의 사랑을 전제로 한 것이다.

사람들은 사랑에 한 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질 못한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에겐 어느 날부터 마음이 움직여지고 몸과 마음이 함께 따라가기 마련이다. 그걸 우린 사랑이라고 말하면서 막연히 그 사람을 믿고 어느 지점까지 따라가면서 살고 있다. 그건 내마음속에 그가 있듯이 그 사람의 마음속에도 내가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 어떤 계기가 되어야 정신을 차리게 되고 그런 다음에야 그 꿈 속 같았던 사랑을 주고 사랑 받았던 시간들을 멍하게 돌아보고 잘 못 되었을 때는 아쉬워하면서도 후회하고 슬퍼하면서 잘 되었을 때는 기뻐하면서 즐거워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 사랑이 나만의 짝사랑이었을 때는 더 아프고 아쉽고 슬퍼서 그 후유증이 오래도록 나를 에워싸고 힘들게 한다. 잠시 내가 사랑했던 순간들을 돌이켜 보자. 내가 아무리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해도 상대방이 사랑 자체를 시시하게 생각한다면 태풍을 가져다 붓는다 해도 그는 흔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나의 진솔한 마음보다는 외모나 배경 스타일을 보고 있기 때문일른지도 모른다.

소월은 오산학교를 다녔는데 그곳에서 함께 공부를 하던 3살 연상의 오순이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소월은 조부의 명령으로 홍단심이란 여자와 이미 14세에 결혼을 한 몸이다. 그러기에 그를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소월의 나이 19세 그녀의 나이 22세에 그녀는 의처증이 심한 남편의 학대로 세상을 떠났다. 그 때 소월은 그녀의 장례식에 다녀와서 초혼을 지었다고 한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이하생략)///

짧은 만남과 사랑이었지만 소월은 평생 그를 잊지 못했기에 그를 부르고 또 부르다가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사랑하는 마음 가득 담은 시로 대신했다. 생활이 어려웠던 소월은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약과 술에 취해 세상을 떠났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자살했다고도 쓰고 있다. 이제 그의 나이 33,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진달래꽃은 우리 고전 시가와 맥을 잇고 있는 작품이기도 한데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작품 속에는 떠나보내는 님에 대한 아쉬움을 넘어 한으로 남아 있는데 님을 이별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라고 하는 대목에서 우리 고유의 정서가 진하게 나타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가시는 걸음 앞에 진달래꽃을 깔아서 깔린 꽃잎 위를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라고, 속으로는 눈물을 흘리면서 겉으로는 축하해주는 마음을 전해주고 있다. 이 얼마나 놀랍고도 가슴 아픈 발상인가.

꽃잎을 즈려밟고 걷는 모습은 축하하는 듯 한데 가슴이 절절하게 아파 온다. 어찌 그 꽃잎을 밟고 갈 수 있으랴, 어찌 보면 사랑하는 님을 체념하면서 눈물로 보내야 하는 시인의 절절한 마음을 반전의 기법으로 표현하는 놀라운 시적 능력을 가진 천재적 시인만이 그릴 수 있는 표현이 아니던가. 언제쯤 통일이 될까. 온 천지가 진달래꽃으로 물들여지는 봄 그 영변의 약산을 가 보고 싶다. 영변과 약산과 소월과 진달래꽃을 소월과 그 사랑의 흔적을 찾으러.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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