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기초 석렬·시설 범위 확인…발굴 성과 바탕으로 역사문화공간 조성
황새바위·수리치골·충청권 순례길 연계…공주 천주교 역사관광 새 축으로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의 아픈 역사가 서린 공주 ‘향옥’이 역사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충남 공주시가 조선 후기 천주교 신자들이 수감됐던 ‘공주 향옥의 복원·정비를 위한 기본계획 수립에 본격 착수’했다.
향옥은 조선시대 충청감영에 설치됐던 옥사로, 천주교 박해 당시 수많은 신자들이 갇혔던 유서 깊은 순교지다.
공주시는 그 역사적 가치를 되살리는 동시에 시민과 순례객이 찾을 수 있는 개방형 역사문화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공주시는 최근 최원철 시장과 역사·문화유산·건축 분야 전문가, 천주교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주 향옥 복원·정비 기본계획 수립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 땅속에서 확인된 ‘향옥’의 흔적…복원 사업 탄력
향옥 복원·정비 사업의 가장 중요한 기반은 ‘실제 유구 확인’이다.
천주교 대전교구 내포교회사연구소가 2024년 향옥 추정 부지를 매입한 뒤 실시한 시굴조사에서 ‘향옥 담장 기초로 추정되는 석렬’이 확인됐다.
이어 공주시가 정밀 발굴조사를 진행하면서 담장 시설의 범위까지 규명했다.
문헌에 기록된 역사적 장소가 고고학적 조사를 통해 실체를 드러내면서 향옥의 보존과 복원 필요성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공주시는 이번 기본계획을 통해 발굴조사 결과와 역사적 고증을 종합하고 ‘향옥의 보존·정비·활용을 아우르는 중장기 청사진’을 마련할 계획이다.
■ “무리한 복원보다 단계적 정비”…주거환경과도 상생
향옥 정비의 관건은 ‘역사성과 현실적인 공간 여건을 동시에 살리는 것’이다.
대상지가 비교적 협소하고 인접 지역에 주거지가 형성돼 있어 대규모 시설을 일시에 조성하기보다는 주변 환경을 고려한 ‘소규모·단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따라 공주시는 역사적 흔적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향옥을 특정 종교의 순례 공간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시민 누구나 찾아 역사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개방형 역사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방안이 검토된다.
■ 향옥에서 황새바위·수리치골까지…‘순교 역사길’ 만든다
공주시는 향옥을 단독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에 흩어진 천주교 유적과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대표적인 천주교 순교 유적인 황새바위와 수리치골, 나아가 충청권 순례길과 향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공주의 천주교 역사문화 자원을 하나의 순례·관광 네트워크로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향옥을 단순한 유적 복원에서 벗어나 ‘공주의 역사·문화·관광을 연결하는 새로운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와 순교의 역사를 따라가는 역사문화 탐방로가 조성될 경우 국내외 순례객과 역사문화 관광객의 발길을 공주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가능성도 있다.
■ “역사적 의미 살리고 주민과 상생하는 공간으로”
최원철 공주시장은 “향옥이 지닌 소중한 역사적 의미를 충실히 살려내면서도 지역 주민과 조화롭게 상생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정비 계획을 면밀히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주시는 앞으로 전문가 자문과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향옥의 역사적 가치에 대한 고증, 유적 보존 방안, 단계별 정비계획, 시민 활용 프로그램, 주변 유적과의 연계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 ‘순교의 땅’에서 ‘기억과 치유의 공간’으로
공주 향옥은 단순한 옛 감옥터가 아니다.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라는 격변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고난과 신앙, 그리고 우리 근현대사의 한 장면이 응축된 ‘역사의 현장’이다.
공주시는 그 흔적을 무리하게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발굴된 유구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기억하고 배우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만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조선시대 천주교 순교의 역사가 잠들어 있던 향옥.
땅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옛 담장의 흔적을 시작으로 공주가 향옥의 역사적 가치를 어떻게 되살려낼지, 그리고 황새바위·수리치골·충청권 순례길을 잇는 ‘충청권 천주교 역사문화의 새로운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