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시인이 사랑하는 한 편의 시=세번째 시인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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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시인이 사랑하는 한 편의 시=세번째 시인 기형도
  • 김명수시인
  • 승인 2020.11.27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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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의 엄마 걱정

 

 

                                                                   

김명수시인
김명수시인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

엄마라는 이름을 부르고 또 불러본다. 누구에게나 엄마는 그저 가슴 따뜻하고 애잔하고 사랑스럽고 고맙고 또 가슴 아프고 그리운 존재가 아니겠는가. 기형도의 유고 시집 입속의 검은 잎 맨 끝에 나오는 시 엄마 걱정을 읽다 보면 나도 그냥 엄마가 그립고 또 그리워진다. 어찌 그게 나뿐이랴. 세상에 엄마가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그렇지 않을까.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시에서는 29세로 요절한 기형도 시인의 어머니가 당시 어려웠던 삶의 현장에서 이것저것 시장에 내다 팔아 가족들을 보살피느라 무척 애를 썼을 것이란 생각을 갖게 한다. 아이를 방에다 놔두고 시장에 나가 왼 종일 장사를 하다 들어오면 그 사이 아이는 엄마를 기다리다 지쳐 그냥 방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침을 꾀하게 흘리며 자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때의 엄마의 심정은 얼마나 가슴이 쓰리고 아팠을까. 빈집에 혼자 남아 무섭고 두려움 속에 떨다가 잠든 시인의 유년의 기억은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 일이다. 그런 두려움과 공포는 한시간이라도 빨리 엄마가 돌아와야 훈기가 돌고 공포와 두려움이 가시게 될 것이다.

중풍으로 쓰러진 남편과 어린 아들을 돌봐야 하는 어머니의 삶은 그 당시 고난과 역경의 삶이였을 것이다. 그러한 환경속에서의 유년을 지낸 시인은 청년이 되어 그 아픔을 고난을 역경을 그리움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한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시가 엄마 생각이다. 엄마는 나의 분신이고 나의 사랑이고 나의 그리움이다. 그래서 시인은 이 나이에 배추잎 같은 생명력으로 그런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것이다.(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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