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루질(‘등’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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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루질(‘등’출판사)』
  • 안연옥기자
  • 승인 2023.11.07 0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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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병철작가
▲사진=강병철작가

 

강병철 작가가 60년대 서해안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해루질(‘출판사)을 발간했다. 이로써 그가 발간한 책으로는 23권째이며 소설로는 10권째 출산물이 된다.

 

그는 83삶의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85년에는 무크지 민중교육단편소설 비늘눈을 발표하면서 4년 동안 해직교사의 길을 걸으며 신문사와 잡지사 등을 부평초처럼 떠돌던 이력도 있다. 이번 해루질로 스무 권을 훌쩍 넘겼는데, 지난해 시집 다시 한 판 붙자에 이어 1년 만에 발간했으며 곧바로 단편집 열네 살, 종로도 출간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소설은 2,000매의 아주 긴 장편소설이니만큼 신산의 내용들이 다사다난하게 펼쳐진다.

1960년대 서해안 갯마을을 배경으로 하여 마을의 다양한 인물들이 날줄 씨줄처럼 엮이며 사연을 펼쳐내며 특별한 주인공은 없다. 아낙네들과 머슴살이 청년들 그리고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도시로 식모살이 나가는 고단한 현실들이 배경 화면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이정표를 할아버지와 주정뱅이 노인, 노름 중독자 등이 동시에 등장한다. 6.25의 후유증으로 시달리는 눈사람 아줌마의 사연이 가장 아프다.

해루질, 오줌싸개, 망둥이 지키기, 장애 소년이 의지하던 지팡이 감추기, 국민교육헌장 암송, 축구 시합, 함께 먹던 밥, 소녀들의 가슴둘레 검사, 선생님의 성추행, 내 무거운 성적표, 신체검사, 장마 때 민물장어 잡기 등 그 모든 숨겨진 사연들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며 독자들을 몰입시킨다. 그렇게 개인과 나라 모두에게 신산했던 그 질곡의 역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6.25전쟁과 노근리 사태, 베트남 전쟁의 후유증도 아픈 상흔으로 남는다. 마지막에 해피엔딩으로 처리한 건 순진한 작가의 심성으로 이해해주시길 당부한다.

 

그는 충남 서산 출생으로, 소설집비늘눈』『엄마의 장롱』『초뻬이는 죽었다』『나팔꽃』『열네 살, 종로장편소설닭니』『꽃 피는 부지깽이』『토메이토와 포테이토등을 발간했다. 시집으로유년 일기』『하이에나는 썩은 고기를 찾는다』『꽃이 눈물이다』『호모 중딩사피엔스』『사랑해요 바보몽땅』『다시 한 판 붙자이 있으며 산문집선생님 울지 마세요』『쓰뭉 선생의 좌충우돌기』『선생님이 먼저 때렸는데요』『작가의 객석』『우리들의 일그러진 성적표』『어머니의 밥상을 발간했으며 교육산문집, 아름다운 나비야』『, 너의 바람이고 싶어』『괜찮다, 괜찮다, 괜찮다기획 집필했다. 2001-2010 청소년 잡지미루발행인을 역임했으며 대전과 충남에서 작가회의 지회장으로 6년 간 활동한 바 있다. 충남 공주와 서산 등에서 36년 동안 국어교사로 재직했으며 한남대, 배재대 등을 출강했다.

 

소설의 목차는 아래와 같으며 분량이 많은 만큼 소제목도 많다.

 

  • 기억
  • 없다
  • 오줌싸개
  • 고추
  • 오자미 이야기
  • 누굴 찍을까
  • 가장 맛 있을까
  • 선생님
  • 약속
  • 안녕
  • , 타이거
  • 나왔어요
  • 형님
  • 민물장어
  • 검사
  • 아줌마
  • 고양이
  • 먹는 밥
  • 연애한다
  • 마신 술
  • 박사
  • 무거운 성적표
  1. 등은 무서워
  • 전쟁
  • 바위
  • 이름은 이제부터

 

밤새워 책을 읽어본 것이 언제였던가? 해루질은 그랬다. 소설을 위한 소설이 아니었다. 눈물 쏙 빠지게 야단을 맞고 울던 나의 유년을 부르는 데자뷰였다. 책장을 다 넘긴 새벽, 나는 잠시 쪽잠에 들었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난생 해본 적 없는 해루질을 내가 하고 있었다. 해루질문장을 넘길 때마다 청춘의 기쁨과 슬픔, 따뜻한 삶에 대한 애착을 영화처럼 이끌어간다. 지루할 새 없는 스타카토의 문체가 더 그렇게 만든다. 그러니까 강병철 작가는 끝없이 삶을 해루질하는 작가이다. 그의 꿈은 필시 절연되지 않는 것이리라. 아이와 어른, 낮음과 높음, 미움과 사랑, 모든 삶이 절연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그래서 영원한 소년 강병철 작가의 해루질, 깊어가는 가을밤, 뜨뜻한 눈시울을 제공하는 방금 지은 쌀밥 같은 작품이다.

(시인 박용주)

 

이제 환갑이 넘으신 부모님의 어린 시절 모습을 성큼 모셔다 놓는다. 그러다 가 첫 발령 직후 호기심 서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교복 입은 학생들 모습 으로 슬쩍 바꿔놓기도 한다. 무심히 펼쳤던 책들의 문장이 점차 살아서 헤엄 치기 시작했다. 삶은 그렇듯 외롭고 막막한 기다림이었다가 새로운 풍경으로 해결의 열쇠를 건네주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들 옆에서 고개 숙인 채 망설이 던 내가 용기를 내어 손을 잡아줄 수 있게 만든다. 부엉이바위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당신에게도 이 이야기가 건네는 위로가 닿기를 바란다. 수평선 너 머 강철이를 마주 보는 또 다른 얼굴들의 따뜻한 울림을 기다리면서.

(박선영, 용남중 교사)

 

염전에 물을 대는 바닷물 저수지는 천혜의 놀이터였다. 저학년들은 물이 깊지 않은 곳에서 조개를 잡고 고학년들은 수문 근방에서 헤엄을 치는데 문득 나도 형들이 있는 깊은 곳에서 수영을 하자' 그런 마음으로 무심히 발을 옮 겼다. 아차, 아니었다. 발바닥을 디디려는 순간 키 높이보다 더 깊숙이 가라 앉는 것이다. '죽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누군가 헤엄쳐오는 그 알 몸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5살 위의 강병철은 그 순간 거인이 되었다. 그가 서울 유학길에 오르면서 방학 때에나 보게 되었다. 그리고 객지에서 끄적거린 글과 그림을 보여주었다. 나는 열심히 흉내를 내었고, 세월이 흐른 뒤 각자 소설가와 만화가가 되었다. 그의 글을 응원한다. 특히 이번 책은 유년 특유의 문체로 그려져 있으니 더욱!

(강병호,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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