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가 사랑하는 한 편의 시=이면우의 노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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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가 사랑하는 한 편의 시=이면우의 노천시장
  • 김명수 시인
  • 승인 2021.08.25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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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되고 싶은 날은

▲김명수시인 사진=시아북
▲김명수시인 사진=시아북

저녘 숲처럼 술렁이는 노천시장 간다

거기 나무 되어 서성대는 이들 많다

팔 길레 가지 벋어 좌판 할머니 규탑 쓰러뜨리고

젊은 아자씨 얼음 풀린 동태도 꿰어 올리는

노천 시장에선 구겨진 천원권도 한 몫이다 그리고

사람이 내민 손 다른 사람이 잡아 주는 곳

깎아라, 말아라, 에이 덤이다

생을 팽팽이 당겨 주는 일은 ,저녘 숲

바람에 언뜻 포개지는 나무 그림자 닮았다

새들이 입에서 튀어나와 지저귀고 포르릉 날다가

장바구니에, 검정 비닐 봉지에 깃들면

가지 끝에 매달고 총총 돌아 오는 길

사람의 그림자, 나무처럼 길다

 

사람 사는 곳이 비슷비슷 하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냄새 제대로 나는 곳은 재래시장이다. 그것도 정해진 자리가 없는 노천시장이다. 전에는 일찍 오는 순서대로 자리를 펴서 집에서 키운 갖가지 야채들을 펴 놓고 판다.이를테면 냉이,호박,오이,가지,상추,부추,그리고 감자나 고구마,또는 도라지나 더덕,이제 각종 버섯류들 까지 내 양쪽 팔을 주욱 벌린 만큼 펼쳐 놓고서는 오고 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도록 예쁘게 소복히 쌓놓고 파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자리가 정해지더니 최근엔 자릿세도 있고 명당자리는 웃돈을 붙여 사고 팔기 까지 한다니 참 변해도 많이 변하고 있다. 그래도 분명힌 것은 그 노천시장을 가야 평소 시장에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귀한 약재나 싱싱한 채소들을 살 수 있기에 노천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매력 있는 곳 중의 하나이다.

 

이면우의 노천시장은 위에서 말한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에게 같은 값에 좀더 많이 보이게 하기 위해 과일이나 둥글레 등을 소복히 만들어 논다. 너무 높게 만들다보면 소복히 쌓아 놓은 과일이 무너져 다시 샇기를 반복한다. 노천시장에선 카드를 쓸 수 없으니 현찰로 오가는데 그것도 몇 천원대가 가장 많은 편이어서 천원짜리가 자주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천원짜리가 구겨지거나 접혀져 있어도 주고 받는데 서로 불평이 없다. 일반 가게에서는 천원은 곧 잘 깎는데 이속 노천시장은 구겨진 천원권도 마다 않고 좋다. 그래서 그 천원을 더 받기 위해 덤을 더 주기도 한다. 그걸 시골 인심이라고도 하고 노천시장 인심이기도 하다. 주인은 준비된 검정 비닐 봉지에 주섬주섬 담아 준다. 물건을 사러 온 사람은 이것저것 많이만 담아 주면 그냥 기분이 좋은 상태로 집으로 향한다. 재래시장에서 맛 볼 수 있는 천원의 행복이라 할까.

 

노천시장의 매력 중 하나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얼굴을 맞대고 물건을 산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행위이기도 하지만 물건을 사려다 보면 조심스럽게 물건의 주인에게 허리를 구부리고 사든지 아니면 주인과 마주 앉아 물건을 고르고 산다. 불과 2,30쎈티미터의 거리에서 가까이서 물건을 사고 팔게 되니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그래서 처음 봤는데도 깎아 달라하고 덤을 주기도 한다. 노천 시장이 아닌 일반 가게에서 그렇게 가까이 다가간다면 한마디 듣는 것은 물론 이상한 사람이라고 신고 할른지도 모른다. 그런데 노천시장에서는 물건을 살 때 쭈그리고 앉아 이것저것 고르고 만지면서 세상사는 애기를 하게 되고 단골도 된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시골 노천시장이 최근에는 쇠퇴일로에 있어 지역의 장날에 가 보아도 한산하기는 평일과 다름이 없다.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무표정으로 물건을 고르고 카드로 기께처럼 물건 값을 치르고 무표정하게 마트 건물을 나와 집으로 향하는 셀프시장보기는 바쁜 사람들에게는 잠시 괜찮을지 모르지만 정말 재미없는 일이다. 사람을 만나 듬뿍 덤을 주고받으며 비록 작은 금액이지만 물건 값을 깎아도 보면서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노천시장이 그립다. 이 시는 그런 분위기를 잘 나타낸 시로서 시를 통한 마음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시 이다. 왜냐하면 그냥 마음이 허한 사람들에겐 노천시장이 치료약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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