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프리다 칼로의 파란 집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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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프리다 칼로의 파란 집을 만나고 싶다
  • 박명순 작가
  • 승인 2021.12.0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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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네이버 영화
▲ 사진=네이버 영화

 

비운의 천재 여류화가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그래서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를 사랑하기 위해선 만만치 않은 내공을 두 가지 이상 갖추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상처 입은 여성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휴머니즘이 필요하다. 다음에는 예술을 위해 온몸을 불사를 수 있는 용기를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멕시코 혁명에 대한 관심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장미를 맨손으로 잡으면 가시에 찔리듯, 프리다 칼로는 준비 없이 덥석 다가가기 힘들지만 일단 작가의 세계에 빠져들면 헤어나기 힘든 매혹의 수렁이다. 넘쳐흐르는 무한한 생의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다가오는 전율을 체험할 것이다.

▲ 사진=네이버 영화
▲ 사진=네이버 영화

 

그는 어릴 때 교통사고로 입은 육체적 고통과 세 번에 걸친 유산, 남편의 문란한 사생활에 의한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고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작품으로 표현해냈다. 프리다는 여성으로서 본인의 모습과 생각, 그리고 삶을 캔버스에 담아냈고,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 사회 여성들이 겪는 고통을 끌어내며 1970년대 페미니스트들의 우상으로 우뚝 섰다. 1954, 건강이 악화되었지만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표현한 작품 제작에 목숨 걸고 몰입했다. 그해 7월 민중벽화의 거장인 남편 디에고 리베라와 함께 미국의 간섭을 반대하는 과테말라 집회에 참가했다가 폐렴이 재발해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까지 두 명의 프리다’, ‘나의 탄생’, ‘프리다와 유산’, ‘상처받은 사슴등 다양한 자화상을 그려내었다. 1984년 멕시코 정부는 프리다의 작품을 국보로 분류했다.

 

프리다는 자신의 상처를 예술로 풀고자 마지막 생명의 한 방울까지 혼신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그 목숨 건 열정을 기리어 그의 삶이 영화로 제작, 노벨상 작가인 르 끌레지오가 프리다와 디에고의 정열과 예술이라는 평전을 써 유명세를 탔다.

▲ 사진=네이버 영화
▲ 사진=네이버 영화

 

프리다 칼로, 그는 불꽃같은 삶을 산 고흐와 고갱 못지않은 독특한 흔적을 남겼다. 물론 화가 고흐의 해바라기역시 강렬한 빛을 작품에 담았으니 당시의 화풍과 다른 새로운 기법이었다. 프랑스 작가이나 타히티에서 주로 작업을 했던 고갱의 명작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에 삶과 죽음의 사유가 담겨있다. 그러나 소재는 동일하면서도 프리다 칼로의 사유는 독특하다. 그의 작품은 초현실주의 경향을 띠지만 삶과 죽음의 사유에 강렬한 여성성을 메시지로 담았다. 여성의 육체와 출산과 사랑, 그리고 결혼생활과 관련하여 당당하게 주체성을 회복하는 페미니즘 메시지이다. 역사와 사회 종교적 소재와 관련하여 여성은 예술이나 학문에서 자질구레한 일상으로 소홀하게 취급당하던 시대를 거부한 것이다.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여성의 몸과 출산과 존재는 존중받아야 한다는 여성성의 이미지가 질곡하게 흘러서 심금을 울리는 것이다.

프리다는 말한다.

나는 두 번의 대형사고를 만났다. 온몸의 뼈가 부숴지는 교통사고 그리고 디에고와의 만남이다. 두 번째 사고가 더 힘들었다.”

▲ 사진=네이버 영화
▲ 사진=네이버 영화

 

프리다와 디에고의 사랑과 이별의 반복에 대하여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프리다의 화려한 멕시코 의상을 보는 즐거움과 그녀의 열정적 삶과 작품탄생에 동참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싶다. 교통사고와 디에고의 배신이 프리다를 죽이지 못했기에 그녀는 더욱 강해진 것이다. 결국, 프리다의 고통스런 육체와 그보다 힘들었던 디에고에 대한 사랑이 혼연일체가 되어 탄생한 작품은 그 자신에 대한 열정이었다.

개인적으로 프리다의 작품 가운데 상처받은 사슴도 좋아하지만 헨리포드 병원을 가장 좋아한다. 프리다는 아기를 낳고 싶었지만 몸이 허약하여 유산한다. 이 그림은 뱃속의 아기를 하늘나라로 보낸 아픔을 표현한 것이다. 초현실적 기법으로 엄마의 자궁과 죽은 아기와 하늘나라의 천사를 실과 같은 것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생명이란 어디서 왔으며 인간이 지닌 유한성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아야 하는가를 태어나지 못한 아기에 대한 사랑을 통해 역설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이 그림의 불편함은 작가 프리다 칼로가 겪었을 아픔과 용기의 생생함 때문이다.

좋은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감당해야 할 불편함의 시간을 오히려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생명의 잉태를 위해 임신과 분만의 고통처럼 기다리고 견뎌야만 만나는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불편함의 강도가 프리다 칼로 작품만큼 강렬한 경우를 아직 나는 만나보지 못했다.

천경자의 그림 생태의 뱀은 아름답고도 혐오스럽다. 하지만 헨리포드 병원에서 아름다움은 추호도 허용되지 않는 슬픔의 세계가 펼쳐진다. 이 그림의 미학은 우주에 던져진 생명체의 죽음과 고독에 대한 청교도적인 경건함처럼 기도의 힘을 지닌다. 자신의 삶의 기록이라 할 수 있는 그림은 충격적이고 섬찟하지만 고통을 응시하는 냉철함에서 비밀의 열쇠를 떠올리게 한다. 고통을 고통으로 치유하는 힘이 그 열쇠의 비밀이다. 태어나지 못한 아기에 대한 사랑을 담은 이 그림은 여성의 존재를 한없는 연민과 위대함으로 이끌어주기도 한다.

프리다의 교통사고 후유증은 그녀를 수술대에 32번이나 오르게 했으며 끝내 괴저병으로 다리를 잘라내야 했으니 그녀의 일생은 유혈이 낭자하다. 하지만 그는.

▲ 사진=네이버 영화
▲ 사진=네이버 영화

 

나는 아픈 것이 아니라 부서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한 살아있음이 행복하다.”

우리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사랑에 다각적으로 공감하면서, 그 사랑의 힘이 내 안으로 퍼져나가는 생명의 기운에 번쩍 눈이 뜨인다. 그게 프리다의 힘이다. 개와 원숭이, 앵무새,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코요아칸의 푸른 집까지 모두 그렇다. 프리다의 삶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이 그의 작품세계를 이룬다. 해골 인형을 가지고 노는 프리다, 사슴을 치료해 주는 프리다. 그녀는 늘 마주해야 했던 죽음의 공포를 그림을 통해 치유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의 그림 앞에 서면 생명과 죽음의 본질에 한 발 다가선 자신의 영혼을 확인하게 된다. 마침내 47, 눈을 감으며 그녀는.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편안하게 작별했다.

영화를 통하여 만나는 프리다의 열정이 나에게 살아갈 힘을 줄 때가 있다. 가장 힘들고 지칠 때 혼자서 만나는 프리다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유이다. (혼자서 보는 이유가 몇 가지 더 있다. 온가족이 함께 보기엔 불편한 19금 장면이 있다.)

프리다, 2003년 개봉, 캐나다 외, 줄리 테이머 감독,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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