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유안지의 물고기가 웁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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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유안지의 물고기가 웁디다
  • 김명수 시인
  • 승인 2022.03.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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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

새처럼 우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물 없이도 사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귀양 사는 허공에서 헤염도 칩니다

물고기가 허공에서 새가 되는지

허공도 그만 물바다가 되어 주는지

절집 추녀 끄트머리 허허 공공에서

울음도 노래도 염부공양 같습니다

 

*****

 

내소사 전나무 숲을 걸었다. 그 때 대웅전 추녀 끝에서 바람에 부딪히며 울고 있는 물고기를 만났다. 그날따라 내 마음 탓일가 바람에 부딪혀 우는 풍경소리가 슬퍼보였다. 물고기는 수없이 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다. 많이 울적해져 있고 많이 슬퍼져 있는 내 마음을 아는 듯 했다. 그 날 저녘 유안진의 물고기가 웁니다를 읽고 깜짝 놀랐다. 추녀 끝의 울고 있는 그 물고기가 바로 유안진의 시였기 때문이다. 그 물고기는 정말 울고 있었다. 바다를 만난 것 같이 헤염도 치고 있었다. 어느 때는 새처럼 날고 있었다. 대웅전 추녀 끝 풍경은 바닷 속을 헤엄치기도 하고 하늘을 날기도 하고 속세의 이 곳 저 곳을 마음껏 구경하고 있었다.

 

내소사는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들어가는 입구만 하더라도 예쁘고 정갈하게 만들어진 전나무 숲길은 생각하며 걷기에 참 좋다. 그러다가 천왕문을 지나 천년이나 되었다는 당산나무를 발견한다. 때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울긋불긋 아름다운 연들을 달아 넣고 소원을 비는 곳이다. 그리고 몇 걸음을 더하면 못 하나 안 쓰고 지었다는 대웅보전에 이른다. 옛 맛을 살리기 위해 채색을 하지 않은 기등과 문이 그대로 천년 숨 쉬고 있는 대웅보전의 향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연꽃과 국화 그리고 모란을 일일이 깎아서 맞춰 넣고 만든 문이 너무 예뻐 보인다. 화장을 하지 않은 순수하고 고운 여자가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이랄까. 그래서 내소사는 절이면서도 은은하게 향기가 나는 듯하다.

 

물고기가 우는 듯, 새가 우든 듯한 풍경소리를 뒤로 하며 채석강으로 향했다. 일찌기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풍월을 즐기다가 강물에 비친 달그림자를 보고 이를 잡으려다 물에 빠져 죽었다는 중국의 채석강과 비슷하여 채석강이라고 이름 하였다는 곳이다. 실제로 가 보면 기암절벽이 수 만권의 책을 켭켭이 쌓아 놓은 듯한 모습이어서 정말 아름답게 보인다. 거기다가 간간이 부딪히는 파도소리는 책을 읽는 듯하고 하늘을 나는 갈매기가 이를 화답이라도 하는 듯 끼룩끼룩 울면서 자기만의 소리로 나를 유혹한다. 나는 다시 한 번 이 파도 속에서 이 수 만권의 책을 쌓아 놓은 채석강 절벽에서 유안진의 물고기가 웁디다를 되뇌어 본다. 풍경 속에서 울던 물고기는 정말로 이 바닷 속에서는 어떤 소리로 노래할까.

 

불현 듯 채석강에서 건져 올린 시 한편을 치유의 시 속에 합류시킨다. 그 해 겨울, 내소사 전나무 숲을 걸으며 채석강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오랜만에 힐링하는 시간을 갖었다.

 

채석강에서 --김명수

 

파도가 시를 쓰고 있다/켭켭이 쌓인 수 만 권의 책들

누구의 책이고 /누구의 글이고 /누구의 목소리들이 숨었을까

 

파도가 말하고 있다/켭켭이 쌓인 책속의 글

하나씩 그 고리를 풀고 있다/어제는 이태백의 시

오늘은 두보의 시/내일은 목월과 정주의 시이다

 

날마다 파도가 시를 읽고/날마다 갈매기가 받아 쓰고

날마다 바람이 날라다 준다

 

, 아름답다, 그립다 /채석강의 노을,바람,파도와 시

온몸으로 파고드는/ 채석강의 울림들/내소사의 풍경 소리

 

물고기는 내소사 절 마당 대웅보전 추녀 끝에서 울지만 마음껏 하늘을 날고 바닷 속을 해염치기도 한다. 그러면서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고 사랑하고 보호하여 각자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하고 사랑해서 새살이 돋도록 따듯하게 보살펴 주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소사 전나무 숲길을 다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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