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장석주의 단순하게 느리게 고요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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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장석주의 단순하게 느리게 고요히
  • 김명수 시인
  • 승인 2022.05.1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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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
▲김명수 시인

땅거미 내릴 무렵 광대한 저수지 건너편 외딴

함석지붕 집

굴뚝에서 빠져 나온 연기가

흩어진다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 저것이여

아직 내가 살아보지 못한 느낌!

 

*******

 

몸이 아픈 그 사람을 위한다는 핑계로 예쁘고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에 작은 농막 하나 만들어 놓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정년 퇴임 하기 전 주말을 이용하여 부지런히 돌아 다녔다. 벌써 몇 년째인데 원래 우리나라를 금수강산이라고 했기에 단양,음성,속리산,영동,청양,덕산,옥천 등 대전에서 한 시간 전 후 오고 갈 수 있는 거리에 꼭곡 숨어 있는 그런 곳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있다 해도 깊은 숲 속에서 산삼 캐는 것처럼 어려웠다. 왜야 하면 어떤 곳은 참 좋은데 거리가 멀고 어떤 곳은 이렇게 마음에 드는데 이런게 걸리고, 어떤 곳은 정말 머무르고 싶은데 돈이 안 되고 어느 곳이든 무엇이든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 그리고 부족한 것이 항상 서로 대비 되어 판단하는 것을 방해했다. 그러던 중 안내하던 분이 여기 한 번 보러가자 해서 와 본 이곳에서 그냥 싱겁게 결정하고 말았다.

 

어떨 결에 결정 된 곳에서 지내게 된 것이 어언 십년이 다 되어 간다. 아침에 호수 위에 오르는 해가 동쪽 이층 창문을 통해 들어 온 햇살이 참 곱다. 그러다가 서서이 남쪽을 돌다 보면 2층 창문으로 그 고운 햇살이 들어 와 머물다 위치를 변경한다. 그리고 오후부터는 북향으로 된 잔디밭에 해가 질 때까지 내려앉는다. 그 때 산 넘어로 만들어 놓은 노을빛이 장관이다. 그 노을빛은 날마다 색깔과 모양을 달리하면서 한 폭의 수채화로 가슴에 안긴다. 정말로 자연만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그리고 잠시 숨죽이고 귀를 대고 무엇인가 들어 보려 하면 새소리조차 바람소리조차 머문 시간이 있다. 적막과 고요다. 어떤 날 달 밝은 밤이면 달빛과 솔잎이 만나 입 맞추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고요와 적막 그런 순간이 계속된다. 바로 그 곳에 또 하나 따라 오는 것이 있다. 이런 분위기를 장석주는 단순하게 느리게 고요히 라고 표현하지 않았을가?

 

4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고 그냥 자연과 함께 쉬고 싶어서, 마침 함께 사는 사람도 심신이 아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겸 해서 우연찮게 만난 곳이 지금 머무르고 있는 곳이다. 벌써 십여년 째 거주하면서 여러 가지 나무와 여러 가지 꽃들을 조금씩 심어 놓은 것이 봄부터 가을까지 쉬지 않고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눈 곳이 되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꽃과 나무의 종류에 비하면 아주 미미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이것도 너무 많을 정도이니까 이것만으로도 너무 고맙고 또 고마울 수밖에 없다. 그들은 누가 뭐라든 느리게 단순하게 고요히 크고 꽃을 피우고 또 스스로 살을 빼고 몸을 가벼히 한 뒤 땅에 떨어져 다시 자기가 갖고 있는 뿌리에게 자신의 마지막 영양분을 주도록 삭고 썪어서 사라진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는 단순하고 고요히 이루어지는 자연의 순환법칙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때 저만치 신 기슭 빨간 함석집의 굴뚝에서 솟아 나오는 그 연기의 흩어짐, 호수 쪽으로, 하늘로 때로는 숲속으로 고요히 느리게 사라지는 연기의 모습, 그 느낌, 바로 그 느낌을 읽는 이들에게 다시 느껴보도록 해 주는 것이 이 시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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