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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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
  • 김명수시인
  • 승인 2023.01.3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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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의 산수도山水圖

▲김명수시인
▲김명수시인

 

 

숲길 짙어 이끼 푸르고

나무 사이사이 강물이 희여......

 

햇볕 어린 가지 끝에 산새 쉬고

흰구름 한가히 하늘을 가린다.

 

산가마귀 소리 골짝에 잦은데

등 너머 바람이 넘어 닥쳐 와......

 

굽어든 숲길을 돌아서 돌아서

시냇물 여음이 옥이듯 밝아라.

 

푸른 산 푸른 산이 천년만 가리

강물이 흘러 흘러 만년만 가리.

 

산수는 오로지 한 폭의 그림이냐.

 

__________

 

아주 오래전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 신석정의 시를 몇 편 소개해주고 이를 외워 오라고 했다. 슬픈 목가와 산수도가 생각났다. 국어 선생님은 습관처럼 시를 외우게 했고 먼 훗날 그래도 내가 이런 숙제를 낸 것을 언젠가는 고맙게 생각할 것이라 했다. 그 후로 서정주,박목월,박두진,조지훈 한용운 윤동주 등의 시를 계속 숙제로 냈다. 정말 그 덕에 지금도 그 시인들의 시를 줄줄 외운다. 고등학교 때는 독립선언서를 비롯해서 피천득의 수필 인연, 송강가사, 교과서 속의 한시漢詩 등을 외우라 했는데 그 덕분에 지금도 그걸 까먹지 않고 외우고 있다. 어찌 보면 외우는 것이 공부하는데 참 도움이 되는 것 같고 특히 문학을 하는 데는 꼭 외워야 공부하는 데에도 글을 쓰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전북 부안의 선은리에 가면 신석정의 옛집이 있다. 안내판에는 석정이 26세 때 이 집을 직접 지었다하는데 저만치 서해 바다가 보이고 햇살이 다소곳이 모이는 곳이다. 석정은 이 집을 청구원이라 하고 이 집에서 첫 시집 촛불과 둘째시집 슬픈 목가가 태어났다고 한다. 그는 이 산수도에서 느끼는 것처럼 그림 같은 분위기에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가 한 때는 불교공부를 하기 위해 일년 여년 간 집을 떠나 있기도 했다고 한다. 그가 밖으로 외출을 하는 것 보다는 문학을 하는 선후배들이 이 시골에 찾아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전해 오고 있다. 어느 책에 보면 시인 장만영이나 서정주, 또 김기림 박용철 정지용 조운 시인등이 찾아 와 문학을 이야기하고 인생을 이야기하고 세상사는 이야기들을 했을 것이다.

이 산수도는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시 자체가 한 폭의 그림 같다. 아마도 석정이 살던 부안의 어느 곳을 그렸는지도 모른다. 채석강이 있고 내소사가 있고 바다가 보이고 주변에 만경평야도 가까이 있고 전체적으로 배경을 상상해보면 산수도의 그림 속에 신석정 집 주변 사방 몇 키로 부근의 정경을 상상 할 수 있다. 고요하면서도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 연상되고 숲길,강물,산새,굽이 굽이 산길 푸른 산 등이 보이는 한 폭의 산수화 정중동 하는 듯한 모습으로 석정은 한 폭의 산수화를 시로 그린 것이다. 이렇듯 시는 실제 그림이 아니어도 글을 통해 그림처럼 연상할 수 있기에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또 한 폭의 산수화를 그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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