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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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의 시
  • 김명수 시인
  • 승인 2023.05.2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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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
▲김명수 시인

정한모의 어머니.2

 

 

살구나무에 살구 열매가

앵두나무에 앵두들이

조롱조롱 매달려 익어 가는

담안

마당 한구석에 딴 솥을 걸고

아침부터 올해 담은 장을 달이신다

 

이제 오십이 다 된 며느리를 거드리고

팔순 노모가

올해도 장을 달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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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시인들만이 아니라 누구든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향수는 쓰고 또 써도 나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참 무궁무진하게 많이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는 아주 유년시절부터 어른이 다 되어서까지 또 나이가 더 많이 들어 돌아 가실 대까지 넘치면 넘치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많이 있을 것이다. 또한 잘 한 것 같으면서도 돌아가신 후엔 못한 것들이 더 많이 생각나서 불효막심한 자식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도 한다.

 

정한모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시는 여러 편이 있다. 그 중에서도 여기 소개하는 것은 어머니가 장을 담그시는 장면이다. 오십이 다 된 며느리를 되리고 밖에 따로 솥을 걸어 놓고 장을 달이는 장면은 단순히 장 담그는 것만을 연상시키는 것이 아닌 우리의 전통적 습성을 불러 왔다는데 있다. 물론 이 장을 달이는 것은 단순히 두 부부만이 먹기 위해서만이 아닌 이리저리 다 성장하고 객지 나가서 생활하는 자식들 몫까지 생각해서 만드는 것에 그 의미가 깊다고 하겠다.

정한모 시인은 부여가 나은 훌륭한 시인이면서 서울대를 나오고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가프쳤고 1988년엔 문공부장관을 했다. 두루두루 훌륭한 일들을 했지만 필자에게 가장 의미 있게 다가 온 것 중 하나는 문공부장관을 했을 당시 그 때까지 읽을 수 없었던 이용악을 비롯해서 정지용 백석등 북과 관련된 인사들의 시를 읽을 수 있도록 해금시켰다는 것이다. 그 때 필자는 서천의 구시인과 함께 그분들의 시를 읽기 위해 도서관에서 몰래 금지된 책을 빌려 복사해서 읽었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정한모의 어머니.2는 위에서 얘기 한 것처럼 우리의 전통인 장 담그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렸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그것도 오십이 다 된 며느리와 함께 고전적인 양식을 존중하면서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을 함께 나타내려고 한 것이다. 지금도 정한모시인의 고향인 부여군 석성면의 생가에 가면 텃밭을 일구웠던 자리에 아주 커다란 시비가 정한모 시인과 어머니의 장 담그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정한모 시인에게 각인된 장담그기의 전통은 우리 삶의 중요한 요소가 되기에 높은 가치성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정한모 시인의 어머니.2에 나오는 장담그기는 어찌 보면 단순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각박한 현실에서 자칫하면 잃어버리기 쉬운 우리의 전통을 시나 소설,음악,미술 등을 통하여 재생산되고 지켜나갈 때 어머니에 대한 존재가 삶의 방식이나 가치에 있어 더욱 중요한 위치에 자리잡게 해 주기도 한다. 어머니란 이미지 속에 담겨 있는 전통의식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평범한 소재의 시속에서 얻어낸 무척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잠시나마 어머니와 함께 아름다웠던 추억의 한 페이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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