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홍수와 기후변화
상태바
공주의 홍수와 기후변화
  • 전)공주문화원장 최창석
  • 승인 2023.07.18 14: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주도 새로운 홍수 대비 시스템과 시설을 갖출 때이다"
▲
▲전)공주문화원장 최창석

지난 714~15일 이틀간, 우리 고장 공주에는 500mm가 넘는 극한 호우가 내렸다. 기후와 강수 등에 관심이 많은 나도 요즈음에서야 극한 호우(極限 豪雨)란 말을 들었다. 극한 호우란 글자를 그대로 해석해 보면 도달할 수 있는 최후의 단계까지 줄기차게 내리는 비란 뜻으로 기상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말이다. 기상학적으로는 시간당 72mm가 넘는 폭우를 말한다. 그전에야 비가 많이 오면 기상청의 발표나 아나운서의 표현들이 집중 호우, 장대비 이런 정도의 표현이었는데 이제는 한계치를 벗어났다는 표현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15일 아침 정말로 극한 호우가 내리는 상황에서 매일 하는 습관대로 운동을 나섰다. 공설운동장으로 가기 전에 먼저 다섯 시 반에 제민천을 둘러보았다. 제민천의 반을 넘게 쏟아져 내려오는 거침없는 탁류의 요란한 소리와 넘실거리는 물살에 감히 접근하기가 어려워 돌아섰다. 공설운동장 쪽으로 가다가 도저히 더 노백이(공주에서는 비에 흠씬 젖는 것을 노백이란 사투리로 씀)를 할 수 없어 충남통일관 현관에서 비를 피해 간단히 몸을 풀고 집으로 돌아왔다.

8시가 조금 넘었나? 갑자기 전화기에서 싸이렌 경보가 울리더니, 옥룡동 버드나무길이 침수된다는 문자가 뜨고, 얼마 있으니 공주대교가 통제되고, 비둘기 아파트도 대피하라는 문자가 뜨곤 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르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18일도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먼저 수해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또 집이 침수되어 대피하고 계신 분들, 또 집에 들어와 수마가 할킨 집안의 뒷정리를 하시는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하루빨리 정상화되어 수해를 입은 분들이 안정된 일상으로 돌아가길 기원한다.

공주는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이기에 예로부터 홍수가 많았다. 멀리 백제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삼국사기 백제본기 동성왕조에 서기 4916() 웅천에 물이 불어 민가가 피해를 입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때 200여 가구 떠내려가거나 침수되었다는 더 자세한 기록도 있다. 당시 200여 가구는 가구 당 6~8명의 인원이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 것이다.

가까이는 내가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인 1968년의 공주 물난리인 것 같다. 나는 당시 공주 중동 147번지에 살았는데 당시 제민천 물이 넘쳐 우리 집 마당까지 들어와 내 어린 여동생들은 피신시키고, 나와 아버님 등 남자들만이 집을 지키면서 물을 퍼낸 기억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그 뒤 대청호가 1981년에 완공되고는 우리 공주는 그렇게 큰 물난리가 없었다. 이유는 웬만한 빗물은 대청호에서 가두기 때문에 금강물이 역류하지 않는다면, 공주의 제민천 물은 경사도가 있어 쑥쑥 잘 빠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예외인 것이다. 공주지역에도 비가 많이 왔지만, 금강의 상류 지역인 전북과 충북, 대전 지역도 비가 엄청와서 대청댐도 방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가 지구의 온난화 때문이다. 지구가 뜨거워지며 바닷물은 더욱 많이 증발하고 그 물은 다시 지상으로 집중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작년 파키스탄은 국토의 1/3이 물에 잠기는 엄청난 수해를 입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지구 기상학자는 올해 40도가 넘는 중국, 미국, 유럽의 더위가 이제 시작이라며 미래사회에서 2023년의 더위를 본다면 그때가 가장 시원했을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그렇다면 강수도 그럴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비가 올 것을 대비하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 시민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위기 대응에 대한 실천적인 행동이 있어야겠고, 금번 홍수를 거울삼아 공주시는 더 많고 더 잦은 극한 호우에 대비하는 시스템과 시설을 갖추고,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공주의 지형은 제민천보다 낮은 지형이 많이 있기 때문에, 만에 하나라도 제민천이 범람한다면 공주시는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청댐만 믿을 수 없고, 더 뜨거워지는 기후 재앙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 되었다. 어느 글에서 읽은 글귀가 생각난다. “신은 늘 인간을 용서하고 인간은 가끔 용서하지만, 자연은 인간에게 용서란 걸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