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연옥의 개피떡
내 등은 구부정하고
아버지 어깨도
구부정했다
허리 좀
펴고 살라고
말들을 한다
아버지 어깨는
겸손해서
구부정하고
내 등은
세상에 타협하느라
구부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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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있으면 구절 명절이 다가 온다. 신정이든 구정이든 우리나라에선 빠질 수 없는 상차림 중의 하나가 떡이다. 떡국은 한 살 더 먹었다는 표시로 각 가정마다 기본이고 여기에 지역에 따라서는 갖가지 떡이 따라 온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가 발달해서 옛날에 해 먹던 떡 만이 아닌 갖가지 색과 혼합을 한 떡 들이 나와 사람들의 식감을 즐겁게 한다.
안연옥 시인은 떡을 전문으로 하는 떡집 사장님이기도 하다. 솜씨가 좋아 여러 가지 만드는 떡이 맛깔나고 모양 또한 예뻐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공주의 명소가 되기도 했다. 그 중에서 여기에 등장하는 개피떡은 우리나라에선 주로 봄철에 만들어 먹는 떡이라고 나와 있다. 봄에 나는 향기로운 햇쑥이나 송기를 넣어 익힌 반죽을 얇게 썰어서 팥소나 녹두소를 넣고 만들어 쪄 먹으면 겨우내 추위에 지친 입맛을 새롭게 해준다고 한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소를 얇은 껍질로 싸서 만들었다 해서 갑피병, 또는 소를 넣고 접을 때 공기를 넣고 볼록하도록 바람떡이라고도 한다.(시의전서인용) 그래서 어떻게 보면 허리가 굽은 모양처럼 보이는 것이다.
개피떡을 두 번 세 번 읽어보면 간단하고 단순 한 듯 하나 그 속엔 2대에 걸친 인생의 희노애락이 숨어 있다. 아버지가 등이 굽은 것은 세상 사느데 겸손해서 굽은 것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농사를 지었든 다른 일을 했든 어제나 다른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는 것을 싫어 했고 일을 하다 잘 되어도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그 공을 돌려 드렸고 어려운 일이 내게 왔다 하더라도 스스로 그걸 감내하고 이겨 나갔음을 감지 할 수 있다. 세상 사는 것에 겸손하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구보다 가슴이 넓어야 하고 인내해야 되고 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결코 겸손의 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안시인이 내 등이 굽은 것은 세상에 타협하느라 구부정하다고 한 것은 그가 그동안 살아 오면서 결코 만만치 않은 삶을 살아 왔다는 것을 한마디로 압축하고 있다. 오래 전 일했던 것하며 오늘의 떡집이나 연잎밥을 완성하고 자리 잡기 까지 그 속에 또 대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는 것을 포함해서 이것저것 종합해보면 그가 허리가 굽지 않은 것이 비장상이라고 볼 수 있다. 삶이란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개척해나가느냐에 따라 양과 질이 좋아진다. 노력하는 사람에겐 노력하는 만큼 좋아지고 게으름을 피는 사람에겐 그만큼의 댓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다라서 이 시에서 말하듯 안시인의 굽은 허리는 성실하게 사는 모든 사람들의 허리와 같은 것이다 자신의 삶을 윤택하고 보람되게 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하는 사람에게 주는 아름다운 후장일 수도 있다. 이제 우리 모두 땀 흘려 일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허리가 펴지도록 행복한 개피떡먹기를 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