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계의 도시 산책
상태바
아름다운 세계의 도시 산책
  • 전)공주문화원장 최창석
  • 승인 2024.03.11 1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6편. 페루 관광도시 피스코(Pisco) 2

♣페루의 국민칵테일 ‘피스코 사워’의 도시 피스코

▲아름다운 오아시스 마을
▲아름다운 오아시스 마을

이어서 찾은 곳은 피스코 와이너리. 역사가 꽤 오래된 포도주 생산라인이다. 옛날부터 포도나무를 재배하고 포도를 수확하며 즙을 짜고 숙성시키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그 규모가 대단하다. 포도즙을 짜는 압축기도 반경이 수 미터는 되는 것 같았고 수십 명이 달라붙어 돌려야 돌아갈 것 같다.

▲포도주 저장용기 보티하
▲포도주 저장용기 보티하

포도를 쏟아붓는 네모난 통도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포도주를 담아놓았던 옹기그릇(보티하라고 하는 입구가 좁은 용기)이 수백, 수천이 되는 것 같았다. 이렇게 포도주를 만드는 과정과 그 역사를 둘러보고 포도주와 피스코를 시음하였다. 아주 작은 잔에 조금씩 따라 주지만 피스코는 워낙 도수가 높아 얼큰하게 취하게 된다.

▲피스코 사워
▲피스코 사워

이 피스코 원액에다 다른 음료를 첨가해서 마시는 것을 피스코 사워(Pisco sour)라고 하는데, 이는 페루 사람들의 국민 칵테일이다. 잉카제국의 언어로 ‘새’를 뜻하는 ‘피스코(Pisco)’는 이곳 피스코 지방에서 포도즙을 증류해 만드는 술이며 35∼50도의 높은 도수에 소주처럼 투명한 것이 특징이다. 잉카 시대 때부터 전해 왔다고 전해지는 피스코는 레몬·라임·설탕·달걀흰자·얼음을 넣어 믹서에 간 뒤 거품 위에 담갈색 착향제인 비터스를 뿌려 ‘피스코 사워(Pisco sour)’라는 칵테일로 마시는 것이 보편적이다. 페루에 온 사람이면 이 피스코 몇 잔은 여러 종류별로 꼭 맛보고 가야 한다.

‘와카치나’는 현지어로 ‘아름다운 여인’이란 뜻이다. “옛날 하늘나라에 살던 아름다운 공주가 매번 이곳에 와서 욕조에 목욕물을 받아 놓고 목욕을 하였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를 훔쳐보던 사냥꾼에 놀라 황급히 옷을 걸치고 하늘로 도망갔는데, 도망가면서 옷자락으로 스친 땅은 고운 모래사막이 되었고 그 욕조는 지금의 오아시스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공주님은 이 호수를 못 잊어 이곳에 뛰어들어 인어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 아름다운 여인을 기리기 위해 이 호수를 와카치나 – 아름다운 여인이라 불렀답니다.”

♣와카치나 오아시스의 레저

▲사막 한 가운데의 와카치나 오아시스
▲사막 한 가운데의 와카치나 오아시스

이렇게 아름다운 전설을 간직한 와카치나 오아시스는 우리가 숙박한 피스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오아시스 마을이다. 처음 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 나는 “아 옛날에 사회시간에 그림으로 나왔던 오아시스가 바로 이런 곳이구나! 정말로 끝없는 모래벌판에 이런 오아시스가 있으니 대상들이 사막을 건널 수 있는 것이로구나! 내가 사회를 가르치던 교사 시절에 이런 곳을 보았다면 더 신명나게 가르쳤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였다. 사막의 한 가운데 움푹 들어간 요지에 에메랄드빛 호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 마을이 건설되어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지금은 주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점, 숙박, 요식업소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호수에는 관광객의 유락을 위해 볏집으로 지붕을 한 보트도 떠있고 젊은이들을 위한 발로 젖는 보트 등 관광객을 유혹하기 위한 놀이거리가 이것저것 보였다.

▲사막질주용 버기카
▲사막질주용 버기카

이 호수 꼭대기의 사막 언덕에 요즈음에 새로운 놀이 기구가 등장하였다. 끝없는 사막을 질주하는 버기카와 사구의 꼭대기에서 보드를 타고 아래로 쏜살같이 미끄러져 가는 샌드 보드이다. 우리도 이것을 하기 위해 이곳에 왔으니 나도 이 스포츠를 즐겨야겠다. 먼저 버기카를 4~5명으로 분승하여 타고 사막을 질주하였다. 끝없는 사막을 질주하는 쾌감도 있지만 깎아 지를듯한 모래언덕을 거꾸로 내려갈 때는 아찔아찔하다. 이럴 때 승객들이 소리를 지르면 기사는 더 신나게 달리고 그런 스릴 있는 사구들을 오르락내리락 우리들의 정신을 빼놓는다. 소리를 많이 지르는 팀일수록 기사의 서비스가 더 좋고 스릴 있는 자동차 액션이 더 많다. 우리 차는 나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으악 사람 살려. 아 나 죽네” 등 신나게 소리를 질러대며 사막에서의 스릴 넘치는 버기카 질주를 즐겼다.

이어서 사구의 꼭대기에 차를 대더니 스키장에서 타는 보드 같은 것을 가지고 내린다. 나는 처음에 “이 보드를 타고 사막을 스노우 보드처럼 타고 내려가겠지”하고 생각하며 “그것 쉽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보드를 가지고 낮은 언덕에서 나 혼자 내려가는 연습을 하여 보았는데 모래가 눈처럼 미끄럽지 않아 잘 안 되었다. 처음에 속도가 붙으면 그 관성으로 달려갈지 모르지만, 처음에 속도를 낼 수 없으니까 내려가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 와보니 발로 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배를 대고 보드 위에 엎드려 보드를 붙들고 있으면 운영자가 보드를 언덕 밑으로 밀어주는 것이다. 처음 하는 사람들은 겁이 나서 소리를 지르는데 나는 너무 싱거운 것 같았다. 너무 속도가 빠르면 발끝으로 제동을 하여 속도를 줄이면 되는 것이다. 우리를 일 인당 두 번씩 언덕을 미끄러져 가게 해주는 것이 그들 서비스의 전부이다.

▲사막의 석양. 30분 전
▲사막의 석양. 30분 전

버기카와 샌드 보드가 끝난 후에 레저 업체는 우리를 사막의 정상으로 데려가 사진을 찍게 하는데 마침 오후 6시로 해가 많이 지고 있었다. 나는 “야 신난다! 멋진 사막의 일몰을 찍을 수 있겠구나”하고 좋아했지만 6시 30분이 되니 인솔자가 호각을 불어 모두 내려오게 한다. 나는 고집을 부리고 30분을 버티려고도 생각했다. 30분만 버티면 사막으로 지는 멋진 일몰을 찍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불어대는 호각 소리에 일행은 모두 내려갔고 나만 혼자 버티기에는 전체 일행들에게 폐가 되는 것 같아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나는 영토는 잃을지 몰라도 결코 시간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얘기한 나폴레옹의 말이 떠올랐고 시간이 중요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너무나 안타까운 30분이었다.

▲
▲스키와 스노우보드를 가지고 사막의 정상을 오르는 젊은이들

내려오는 길에 사막 정상 부분을 보니까 두 청춘 남녀가 스키와 스노우보드를 가지고 석양이 지는 사막을 열심히 올라가는 것이다. 아마도 지는 해를 보며 사막을 스키와 스노우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이벤트를 하려는 것 같다. 그들의 젊음과 열정 그리고 모험심이 부럽다. “아 나도 십 년만 젊었으면 저렇게 할 텐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