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의 문화
우람한 석축 위에 자리 잡은 다양한 집들이 있는 잉카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한참을 가다 팻말이 있어 잘 보니 ‘샤먼의 집’ 즉 무당의 집이란 것이다. 옛날 잉카 사회에서는 사람이 병이 나면 주술사에게 가서 치료를 받곤 하였는데 지금도 시골에서는 그런 주술로 병을 고치려는 사람들이 있고 실제 주술사들도 많이 있단다. 이곳이 바로 샤먼의 집인 것이다.
내가 방문한 쿠스코의 또 하나의 박물관은 프레 콜롬비아노 박물관( Museo de Arte Precolombiano)인데 네 명의 고고학자가 기증한 유물들을 페루의 대형 은행에서 관리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스페인 식민지풍의 2층 건물로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생각보다 입장료는 비쌌고 우리 동료 중 일부도 이곳에 들어왔다가 입장료가 비싸다고 나간 사람들도 있었다. 잉카 이전의 미술품에서 근대 회화까지 다양한 미술품이 소장된 곳으로 박물관보다는 미술관 쪽에 가깝다. 입구 왼쪽에 식당이 있어 미술관과 식당과 겸하고 있는데 식당도 아주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다. 이곳 안내인의 말로는 입장료가 비싸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이지만 고대에서 근대까지 다양한 예술품이 있어 조각, 공예, 디자인 등의 작가들이 많이 찾고 또 이곳에서 작품을 보고 많은 영감을 받아 작품 제작을 하는 곳이란다. 내가 보기에도 앙증맞은 토기 다양한 디자인의 토기, 금은 세공품 등 볼만한 것이 많이 있었다.
다른 또 하나의 박물관은 코카 박물관이다. 조그만 박물관으로 식당, 코카차 판매, 기념품 가게와 함께하는 곳으로 코카나무의 유래에서부터 잉카제국에서 코카의 사용 등을 그림으로 잘 설명해 놓았고 내가 보기에는 코카 잎을 황금 판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특색이었다. 잉카의 전설에 의하면 대지의 여신인 ‘파차마마 –Pachamama’가 인간에게 내려준 은총이 코카나무라 한다. 잉카 시대부터 이곳 사람들은 코카나무 잎을 즐겨 씹고 다녔으며 그로 인한 중독이 많았다고 한다. 코카 잎은 마약인 코카인을 만드는 주원료인데 이는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피로회복 등을 가져오게 하고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이다. 잉카의 주술사들도 이 마약을 많이 사용하였다고 한다. 우리도 고산증에 좋다고 하여 코카 잎을 따뜻한 물에 넣어 자주 마시곤 하였는데 기분이 좋다든가 하는 느낌은 없었다. 아마도 미량이니까 그렇겠지만 말이다.
12각 돌을 지나 예쁜 골목으로 들어섰는데 식당처럼 보이는 곳에 사람들이 엄청 줄을 많이 섰다. 간판을 보니 Jack’ cafe, 잭은 평범한 미국 아저씨 요즈음에는 이런 브랜드가 인기가 있어 “잭스 –Jack’” 사용 간판이 많다는데 여기도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같이 다닌 여행 친구가 “우리 배고픈데 저기 가서 점심을 먹자” 하고 의견을 낸다. 음식점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 맛있는 것을 나도 잘 알지만 지갑 사정을 생각하여 망설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같이 줄을 섰다. 같이 온 일행 숫자와 빈 좌석을 맞추어 사람들을 들여보내는데 우리는 두 명, 두 명의 테이블이 먼저 생겨서인지 앞 사람들보다 우리 두 명을 먼저 들어오라고 한다. 음식은 유럽식, 남미식, 멕시코 음식 등 다양한데 가격은 그렇게 저렴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엄청 비싼 편도 아니다. 일 인당 15,000원 정도면 한 끼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이곳 쿠스코 음식이 매우 짠데 그렇게 짜지도 않고 적당한 간을 한 음식으로 입맛에 맞았다. 참 나는 바빠 못 가 보았지만 이 쿠스코에서도 한식을 먹을 수 있는 ‘사랑채’란 식당이 있다고 한다. 우리 여행 동료 중 일부가 다녀왔다고 한다.
♣잉카의 전설과 지혜가 살아 숨 쉬는 쿠스코 주변 유적
쿠스코에서 마추픽추로 가는 도중에는 잉카의 많은 유적군들을 볼 수 있다. 오늘은 그 주변을 유적지를 돌아보고 마추픽추로 들어가는 ‘잉카의 성스러운 계곡’을 탐방하는 날이다. 오늘의 안내를 위해 ‘에디’라고 하는 나이 지긋한 노인 가이드가 왔는데 노련한 영어 가이드로 영어를 천천히 말하고 쉽게 설명하여 한국인이 좋아하는 가이드라고 한다. 오지여행사에서 이 사람을 예약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실제 안내를 받아보니 영어를 잘 못하는 나도 많이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잉카 거석문화의 상징이며 ‘제국의 독수리’라는 삭사이와만(Sacsayhuaman). 15세기 후반 잉카 황제 ‘피차쿠텍’이 건설하기 시작하여 ‘투팍 유팡기’ 때 완공된, 하루 3만 명이 동원되어 80여 년에 걸쳐 완공된, 대역사라고 한다. 퓨마를 숭배한 잉카인이 쿠스코시를 퓨마 모양으로 만들고 그 머리에 해당하는 곳에 이 유적을 만들었다고 한다. 종교적으로 중요한 곳이었으면서 또한 스페인과의 전쟁 때는 잉카 부흥 세력과 에스파니아군의 최후 접전지가 되는 곳이다. 결과적으로 이 어마어마한 성채가 에스파니아의 총과 대포 앞에서 맥을 못 쓴 것이다. 유적은 3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거석으로 만든 성벽이 22회의 지그재그를 그리며 360m에 걸쳐 이어진다. 이곳에서 최고로 큰 돌은 높이가 9m로 350t에 달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 엄청난 석회암 덩어리들을 90Km나 떨어진 계곡에서 가져왔다는 것이다. 또 시멘트와 같은 접착제도 없이 거대한 바위와 바위를 맞물리게 하여 높이 18m의 3층 계단을 쌓아 올렸고 그 바위와 바위의 틈은 면도날 하나 들어 가지 못할 정도로 촘촘하게 쌓았으니 그 당시 잉카인들의 돌 다루는 솜씨는 신기에 가깝고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요즈음이 이곳의 봄이고 나들이 계절이라 그런지 페루의 젊은 단체 학생들과 나이든 관광객들도 전통 의상을 입고 이곳을 관람하고 있었다. 삭사이와만의 남쪽 끝으로 가면 미라도르 전망대가 나오고 이곳에서는 쿠스코시가 한눈에 보인다.